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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빚 내서 집 살때 고소득층은 현금 챙겼죠"
부동산 가계부채 오마이뉴스, 2014-01-02조회수: 5713
한국 경제, 안녕들 하십니까?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행복과 창조경제를 기치로 내걸고 당선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한국 경제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경제 분야 전문가 3인과 함께 "근혜노믹스" 1년을 돌아봤습니다. 마지막 순서는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입니다. <편집자말>

 부동산 시장의 "화재경보기" 역할을 한 선대인 소장. 주택대출 문턱을 낮추는 정부발 부동산 관련 대책이 나올 때마다 꾸준히 "빚 내서 집 사면 위험하다"는 경고음을 냈다.
ⓒ 이희훈

"지난해 국토부 주거실태 자료를 보면 2010년 대비 2년 동안 고소득층 자가주택 거주율이 69.5%에서 64.5%로 5% 떨어졌어요. 반면 저소득층 자가주택 거주율은 46.9%에서 50.5%로 올랐죠.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그는 웃으며 "부자들은 지난 2년 동안 집 팔아서 현금 챙기고 있었는데 저소득층은 같은 기간에 돈도 없으면서 빚 내서 집 사고 있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올해 통계까지 합치면 이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질 것"이라는 말도 나직히 덧붙였다. 집 장만을 위해 거액의 은행 대출을 계획했던 서민들이라면 귀가 솔깃해질 얘기다.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를 듣기 위해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을 만났다. 그는 올해 부동산 시장의 "화재경보기" 역할을 했다. 주택대출 문턱을 낮추는 정부발 부동산 관련 대책이 나올 때마다 꾸준히 "빚 내서 집 사면 위험하다"는 경고음을 냈다. 최근에는 경고의 근거들을 모아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라는 책도 썼다. 

23일 마주한 선 소장은 부동산 분야의 근혜노믹스를 "서민 기만"이라고 표현했다. 부실에 빠진 건설업계나 소수의 부동산 부자를 위한 "집값 떠받치기"에 집 없는 서민들의 가계대출을 동원했다는 이유다. 4·1 대책이든, 8·28 대책이든, 12·3 대책이든 그런 점에서 본질은 같다는 게 선 소장의 시각이다. 

그는 "인구 구조상 향후 집을 구매할 수 있는 사람 수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빚 내서 집 사라는 대책이야말로 가장 위험하면서도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라고 질타했다. 지금이라도 정책 방향을 서민들을 위한 공공임대 주택 공급으로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선 소장은 커다란 계기가 없다면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앞으로도 이같은 기조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고 "그 때문에 2~3년 안에는 큰 충격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부동산 관련 대출이 도합 1000조 원에 달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특히 가계가 집 사느라 낸 빚은 미국발 양적완화 출구전략과 맞물려 한국경제에 치명적인 부메랑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가계부채 문제가 본격화되기 이전에 우후죽순 늘어난 국내 건설업체들 중 부실업체들부터 먼저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2년 말 기준으로 시공능력 순위 상위 50개 기업 중 부실 위험성을 평가했을 때 양호하거나 보통인 상태의 업체는 23개에 불과하다"면서 "아파트 분양 광고에 목 매단 언론들의 속임수에 속아넘어가면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좀비" 같은 부실 건설기업 선제적으로 퇴출시켜야"

- 박근혜 정부 1년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빚 내서 집 사라" 대책이죠. 우리나라 전 국민의 절반 정도가 전·월세를 살아요. 전세 가격이 70주 가까이 연속 상승하는 가운데 국민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는 해답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저리 대출을 통해 집 사기만 유도했습니다. "집값 떠받치기" 효과를 내서 건설업계나 집 있는 소수의 부동산 부자만 챙긴 셈입니다."

 - "집값 떠받치기" 정책은 건설업계나 소수의 부동산 부자들에게 어떻게 작용하나요.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집 사는 사람이 없으면 집값이 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자꾸 빚을 내게 해서 집을 사도록 하면 집값이 천천히 떨어지지요. 주택 시장에 들어와 있는 건설업체들 역시 지어놓은 집이 팔려야 유지가 가능하고요. 여권에서 주장하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이번에 통과된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역시 건설업체들 좋은 일 시키자는 거죠." 

- 주택시장 장기 침체로 국내 건설업체들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2년 말 기준으로 시공능력 상위 50개 건설업체의 부실 위험성을 살펴보면 괜찮은 상태인 기업은 23개 뿐입니다. 8개 업체가 매우 위험한 상태이고 8개 업체도 주의를 필요로 하는 수준이죠. 11개는 이미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태고 남아있는 기업 상당수도 부채비율이 300%에 육박합니다.(통상 부채비율이 200% 이상이고 이자보상비율이 1이 안 되는 상태가 2년 이상 지속되면 부실 기업으로 취급함)"

- 정부가 인위적인 부동산 부양책을 반복해서 내놓는 이유가 부실 건설기업들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보십니까. 
"두 가지 입니다. 집 가진 사람들의 집값 방어, 건설기업 살리기. 다른 이유라고 할 만한 게 없습니다. MB정부 때부터 계속 똑같은 정책을 재탕하고 있어요. 모든 부동산 정책이 "집 사라"로 결론이 납니다. 한참 전셋값이 치솟던 지난 8월에 전세 대란 대책을 내겠다고 해놓고 결국 발표한 것도 주택 매매 활성화가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 누리꾼 중에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특징이 "기-승-전-집 사"라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부동산 부양책을 통해 연명을 시키고 있지만 건설사들이 그걸로는 버티기 어렵습니다. 하나 둘 법정관리 신청을 하고 있잖아요. 결국 줄도산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부실 건설기업들은 자금을 순환시키기 위해 새로운 분양거리를 만들면서 시장에 "좀비"처럼 주택을 계속 공급하는데 이런 과정에서 시장에 주택이 과다공급 되기 때문에 그대로 두면  멀쩡한 건설기업도 망가지게 되지요. 지금이라도 가려내서 선제적으로 퇴출시켜야 합니다."

""분양시장 뜨겁다"는 언론...착시 현상에 속으면 낭패볼 것"

 "아파트 분양광고에 목매단 언론들의 속임수에 속아 넘어가면 낭패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 이희훈

선 소장은 이날 박근혜 정부 부동산 정책의 방향과 효과를 동시에 비판했다. 우선 서민들에게 빚을 지게 하고 주택 구입을 유도하는 정책 방향이 위기를 키우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그렇게 추진한 "집값 떠받치기" 정책이 사실상 의도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도 지목했다. 정부가 "헛손질"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경제학의 기본 원칙인 "수요"와 "공급"으로 이를 설명했다. 한국의 출산율이 급감했고 주택 구입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인데 주택 공급은 이미 현 시점에서 과잉상태라는 것이다. 선 소장은 이런 현상이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 역대 정부 중 가장 강도 높은 정책을 내놓은 것 치고는 "집값 떠받치기" 효과도 미미하다는 평이 많습니다. 
"집 사는 사람의 대출 문턱을 낮춰주면서 집값을 방어하는 정책이 나온게 2010년입니다. 그 사이에 사람들이 많이 집을 샀어요. 이제는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고갈된 상태입니다. 2000년부터 주택거래량 추정을 해보면 거래량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입니다. 주택구매 가능 인구 자체가 크게 줄었어요. 

반면 건설사 숫자가 크게 늘면서 주택 공급은 과잉되어 있습니다. 외환위기 시절에 비해 건설업체가 3배 불었어요. (구)주택보급률을 보면 명확한데, 이미 110% 수준이에요. 수도권도 106%가 넘은 상태죠. 이 통계에는 오피스텔이나 상가와 함께 있는 주거는 안 들어갑니다." 

- 정부가 집 값을 부양하려고 애써봐야 한계가 있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인구 구조에 있습니다. 주택을 필요로 하는 연령대의 인구가 앞으로는 계속 감소하게 됩니다. 일각에서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주택 수요가 늘어날거라고 하는데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이후 급증하는 건 60~70대 1인 가구입니다. 이들이 사망한 이후 살던 집이 또 주택시장에 공급이 됩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공급은 계속 늘고 수요는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집값이 오르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 그럼 주택 구매를 하지 말아야 하나요?
"소득이 충분하면 10억 원이든 20억 원이든 집 살 수 있죠. 다만 빚 내서 집 사는 건 매우 위험합니다. 얼마 전에 <PD수첩>과 수도권 아파트 거주자 빚을 분석해보니까 대부분 단지에서 아파트 매입자 70~75%가 평균 3억 원 정도의 빚을 지고 있었어요. 앞으로도 집값은 더 떨어질텐데 월급 생활자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되면 이 빚 평생 갚기 어렵습니다. 

- 정부 대책 이후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서는 아파트 청약이 "완판" 되면서 주택시장이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진단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4·1 대책이나 8·28 대책들은 취득세 감면이나 양도소득세 감면 이런 조건들이 신규 분양을 받았을 때 적용하도록 되어있어요. 전형적이고 전폭적인 분양 촉진형 대책이었고 그럼에도 일시적인 효과밖에 내지 못했다고 봐야 합니다.

속 내용을 살펴보면 분양이 잘 되는 것도 아닙니다. 서울 서초동 아크로리버빌 같은 경우는 새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낮아요. 그런 걸 보고 언론에서는 "분양 시장 뜨겁다"고 쓰는데 착시 현상이죠. 아파트 분양광고에 목매단 언론들의 속임수에 속아 넘어가면 낭패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동산 담보대출 1000조...집값 안 떨어뜨리면 한방에 터진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을 133%에서 107%까지 낮췄습니다. 다른 나라도 다 비슷한 사정인데 유독 한국은 역주행을 했습니다."
ⓒ 이희훈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데 가계부채 비율이 늘어나는 현상을 위험 징후로 지목하는 경제학자는 선 소장뿐만이 아니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실러 미 예일대 교수는 지난 12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현상을 "별도로 연구해봐야 할 만큼 우려되는 문제"로 지목했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내놓는 집값 부양책에 대해서도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국내 은행권과 결부된 가계부채 규모는 약 1000조 원으로 추산된다. 그중 주택담보대출은 약 410조 원 정도. 그러나 선 소장은 이같은 계산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카드사, 증권사, 보험사에 걸려있는 부동산 담보대출까지 합하면 690조 원 정도이고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받아서 주택매입대금을 충당한 경우까지 합치면 부동산 담보대출만 1000조 원에 육박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집값을 충분히 떨어뜨려 부실 대출이 들어간 주택들을 조기에 해결하지 않으면 더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내년 부동산 정책은 어떻게 흘러갈거라고 보시나요? 
"앞으로도 이런 기조로 갈 가능성이 높아요. 그리고 그렇게 되면 아무리 늦게 잡아도 2~3년안에 큰 충격이 올겁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시작되면 한국의 시장금리도 오르게 되거든요. 채권이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80%가 시장금리 따라서 오르내리는 변동금리예요. 지금 3% 대의 저금리에서도 이자만 내면서 원리금 상환 미루는 가계가 70% 이상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한 방"에 갈 수 있어요."

- 가계부채 중 부동산 대출 관련한 부채는 어느정도나 되나요?
"1금융권 주택담보대출로만 보면 410조 정도입니다. 그러나 2금융권, 카드사, 증권사, 보험사 망라하면 690조 원 규모지요. 여기에 세입자 전세금 끼고 집 산 사람까지 합치면 1000조 가까이 됩니다. 이게 액수도 많지만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더 문제입니다." 

- 주택가격이 떨어지는 와중에 가계부채도 불어나고 있는 한국 특유의 현상을 놓고 해외 학자들이 매우 위험하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을 133%에서 107%까지 낮췄습니다. 다른 나라도 다 비슷한 사정인데 유독 한국은 역주행을 했습니다. 143%였던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지난해에는 160%대까지 올랐거든요. 올해 노벨 경제학상 받은 로버트 실러 교수가 "위험한 상황"이라는 경고를 하기도 했지요."

- 최근 나온 12·3 대책에는 전세대책으로 "전세금 안심대출" 등 전세대출 한도와 금융비용을 줄여주는 내용이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전세난 문제를 금융으로 풀어가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보시나요? 
"그건 전세 값을 떨어뜨리는 게 아니라 전세값이 뛰는 걸 합리화시켜주는 정책입니다. 원래 1억 원이던 전세를 1억 5000만 원으로 올려도 정부가 전세대출을 해주니까 세입자가 별 저항없이 계약을 맺잖아요. 집주인들은 올려받은 전셋값으로 자신의 부동산 투자실패를 만회하거나 부채부담을 상쇄하는데 사용합니다. 결국 집주인이 부담해야 할 금융비용을 세입자가 뒤집어쓰는 셈입니다."

- 전세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당장의 주거 마련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정책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금 전세난은 시중에 대출이 없거나 적은 "안전한 전세"가 부족한 상황이라 발생하는 겁니다. 이 역시 억지 부양책 쓰지 않고 주택 가격을 충분히 떨어뜨려서 부실 대출이 껴 있는 주택을 깨끗하게 정리하면 해결됩니다. 집 값이 떨어지면 전세값도 당연히 떨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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