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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세금, 어디부터 손댈 것인가
세금/예산 2015-02-12조회수: 3362

국내에서 가장 비싼 집인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의 개별주택가격은 130억원이다. 서민들 입장에서야 입이 떡 벌어질 액수이지만 실제보다 매우 낮게 책정된 것이다. 경실련은 이 집의 가격을 주변 거래시세 등을 조사해 2011년 기준으로만 최소 310억원으로 추정했다. 아무리 높게 잡아도 실제 시세의 42%가량만 공시주택가격으로 잡힌다는 뜻이다. 이 회장 자택만 그런 게 아니다. 대부분 재벌가를 비롯한 고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이 시세의 약 30~40% 수준에 불과하다. 대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빌딩 등 상업용 건물의 공시가격도 대략 시세의 30~40%다.

만약 공시주택가격의 시세 반영률과 과표 반영률을 높이고, 실효세율을 0.5% 수준까지만 높여도 20조~30조원 가까이 세수를 더 거둘 수 있다. 이뿐만 아니다. 주택 양도소득세에서도 ‘다운계약서’, ‘업계약서’ 등의 관행이 횡행해 주택경기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수조원가량의 세수 손실이 일어나고 있다. 1가구 1주택자를 기본적으로 비과세로 한 탓에 이를 ‘탈세 구멍’으로 해 부동산 거래의 90% 이상이 과세되지 않거나 매우 과소하게 과세되고 있다. 월세 비중이 급증하고 있지만, 월세소득을 제대로 신고하고 세금을 내는 집주인들은 드물다. 법인세는 어떤가. 한국의 명목 법인세율은 OECD 국가들 가운데 조세회피처 국가나 체제 전환 후 서구자본 유치가 급했던 과거 동유럽 국가 등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재벌 대기업들의 실효 법인세율은 법인소득 300억~5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보다 더 낮다. 더구나 2000년에 비해 2011년 법인 가처분소득은 533% 늘었는데, 법인세 부담은 겨우 151%만 늘었다. 반면 같은 시기 개인 가처분소득은 86% 늘었는데, 소득세는 142%로 소득에 비해 대폭 늘었다. 상대적으로 법인세 부담은 줄었다.

정부는 이처럼 불로소득에 가까운 막대한 자본차익이나 급증한 법인소득에 대한 과세에는 소극적이다. 2008년 대비 2013년의 실효세율(과표 기준)을 구해보면, 근로소득세는 0.87%포인트 인하된 반면 법인세와 종합소득세는 둘 다 5%포인트 인하됐다. 잘못된 감세정책의 효과를 되돌리겠다고 하면 어디부터 손대야 하는지 답이 뻔하다. 그런데 정부와 정치권은 맨 뒤에 놓여야 할 뿐만 아니라 그나마 세부담 형평성이 가장 잘 확보돼 있는 근로소득세부터 손댔다. 근로소득 계층간 수직적 형평성을 개선하겠다고 하지만 그 효과가 불투명한 가운데 세목간의 수평적 형평성은 확실히 악화시키는 꼴이었다. 그러니 누군들 반발하지 않겠는가.


이른바 버핏세의 문제의식을 이어받아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하는 증세안이 뭔가. 슈퍼리치들의 배당 및 이자소득 등 자본이득에 대한 세율이 버핏의 비서와 같은 일반 노동자에게 부과되는 소득세율의 절반도 안 되는 현실을 바로잡자는 것 아닌가. 한국의 현실은 더 한심하다. 주식 양도차익만 100억원 넘게 번 대주주들이 매년 100명 안팎인데, 이들이 낸 세금은 이익의 16% 수준으로 근로소득세 최고세율 38%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그런데 버핏세의 문제의식은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밖에 재벌의 비자금과 회계조작을 동원한 탈세와 세금 없는 경영권 승계는 또 어떤가. 간이과세제를 배경으로 자영업자들, 특히 비양심적인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탈세도 횡행한다. 또한 매년 약 30조원 규모에 이르는 비과세 감면혜택의 대부분은 대기업과 고소득자들에게 돌아가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조세형평성을 근본에서 무너뜨리고 있다.

자, 어디부터 손을 댈 것인가.

< 선대인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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