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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대박이 끝난 시대, 가계의 기본 자세
부동산 가계부채 미디어오늘, 2013-08-05조회수: 6158
[선대인 칼럼] 직업 전문성 키우고, 착실히 저축하는 게 최선의 노후대책인 시대가 왔다


오늘(10일) 조선비즈에 이런 제목의 칼럼성 기사가 났다.

“펀드로 대박 나는 시절은 갔습니다, 그렇다면… 기관 투자·中위험 상품·은퇴 펀드, 이 셋을 주목하라”

펀드 대박 시절은 한참 전에 물 건너갔는데, 이제야 그걸 인정하는 기사를 쓰는 것도 한심하지만 그러면서도 또 다시 이런 저런 재테크를 유혹하는 글인 셈이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바꾸어 말하고 싶다.

“재테크로 대박 나는 시절은 갔습니다”

‘재(財)테크’라는 표현은 일본에서 ‘재무+테크닉 또는 테크놀로지’의 줄임말로 쓰였는데 ‘재무 관리 기술’ 또는 ‘재산 증식 기술’ 정도로 이해되는 말이다. 이 말이 1980년대부터 한국 사회에도 소개되기는 했으나 1998년 외환위기 전까지는 큰 관심을 얻지는 못했다. 외환위기 전까지 한국경제는 비교적 고도성장을 구가했고, 많은 직장인들은 정규직으로 평생 고용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알뜰하게 저축하고 집을 장만하고 정년이 되어 퇴직금을 받으면 노후 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을 거라는 기대감이 컸다.

물론 한국은 외국에 비해 비정규직 비중이 높고 노동자 권리가 취약한 나라였지만 경제가 성장하면서 외환위기 전까지는 안정된 직장과 괜찮은 소득에 대한 기대감이 계속 커지는 나라였다. 그래서 굳이 표현하자면 당시 최고의 재테크는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많은 실업자가 생겨났고 고용불안이 극심해졌다. 반면 사교육비가 치솟고 부동산 투기로 부채 이자 부담이 느는 등 가계지출이 크게 늘었다. 이처럼 고용은 악화되고 지출은 늘고 수명 증가로 노후는 길어지는데 기댈 곳은 아무데도 없는 상황에 사람들은 직면했다. 유럽과 같은 사회안전망과 복지 인프라도 없고, 미국처럼 활발한 산업생태계도 없어 해고되면 바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상태가 됐다. 과거 일본식 종신고용을 흉내 내던 시절도 외환위기 이후 끝나버렸다. 경제적으로 힘들어지자 이혼과 자살률이 급증하는 한편 가족간 유대도 급속도로 취약해졌다.

언제 잘릴지도 모르는 세상에서 ‘열심히 일만 해서는 생계를 꾸릴 수도, 편안한 노후를 기대할 수도 없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이런 인식은 재테크 열풍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재테크 열풍을 반영해 로버트 기요사키의 책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가 1999년 이후 대히트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직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전 세계에 불어 닥친 닷컴열풍은 재테크 열기에 기름을 부었다. 명확한 수익 구조조차 없으면서도 ‘벤처’, ‘인터넷’과 같은 타이틀을 붙인 사업계획서만 그럴듯하게 만들면 수십 배의 프리미엄을 붙여서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그 같은 소식을 접한 사람들의 눈이 뒤집어지기 시작했고, 모두가 ‘부자 아빠’가 될 수 있다는 착각으로 투자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소위 대박 신화는 주식으로, 부동산으로, 금으로, 펀드로 다양하게 이어지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재테크 광풍으로 몰아넣었다.

그런데 이처럼 무분별한 재테크 열풍이 불게 된 데에는 정부와 금융권 등의 책임이 크다.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불안해진 사람들의 삶을 안정되게 하는 정책과 제도를 시행하기는커녕 계속 재벌과 국제자본의 이익과 논리에 휘둘려 사람들을 무한경쟁에 시달리게 했다. 이와 함께 외국자본에 속속 넘어간 시중은행들을 중심으로 한 금융권 및 건설업계, 부동산, 언론들이 자신들의 돈벌이를 위해 가계들에게 탐욕과 공포를 조장하면서 재테크 전선에 뛰어들게 했다. 이에 따라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돈 따먹기 투쟁’이 일상화된 사회가 됐다.

그런데 과연 이런 재테크 열풍은 우리를 잘 살게 만들어 주었을까? 물론 누군가는 운 좋게 부자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은 어떤가. 많은 이들이 2000년대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었고 상당수가 부동산 부자가 되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빚더미에 앉았고 하우스푸어로 전락했다. 주식시장에도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뛰어들었지만 십중팔구는 손해를 보거나 본전치기 정도에 그쳤다. 더 이상 주식시장에서 개인들이 돈을 벌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최근 몇 년 새 빠른 속도로 개인들이 주식시장을 떠나고 있다.

한때 재테크는 대부분 참여자가 잘 살게 되는 플러스섬(plus-sum) 게임처럼 보였지만, 이제는 따는 사람이 있는 만큼 잃는 사람이 생기는 제로섬(zero-sum) 게임처럼 보인다. 하지만 대다수 서민들 입장에서 보자면 재테크 게임의 결과는 모두가 잃게 되는 마이너스섬(minus-sum) 게임에 가깝다. 금융자본주의 세상에서 모든 투자시장은 다수의 손해를 바탕으로 소수만이 이익을 챙겨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제 과거와 같은 재테크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우리의 주머니를 노리는 가짜 정보와 대박 환상에서 벗어나서 다시 착실하게 일하고 알뜰하게 저축하는 삶이야말로 가장 좋은 재테크라는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 몇 가지를 염두에 두기 바란다.

첫째, ‘안전한 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투자도 손해를 볼 위험이 있으며, 그 대가는 고스란히 투자자 자신에게 돌아온다. 최근에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 광고를 보면 마치 무조건 ○○%의 수익을 안겨줄 것처럼 구체적인 수치를 명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광고가 현실이 된다면 그 사업자는 광고 할 이유가 없다. 자신이 그 사업으로 돈을 모두 챙기는 게 훨씬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처럼 오피스텔이나 원룸 공급 과잉이 심각한 상태에서는 제대로 임대가 되지 않을 확률이 높으며 그에 따른 투자손실은 온전히 자신에게 돌아온다. 더구나 2000년대 초중반처럼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사두면 오르고 국내외 경제상황이 양호했던 시대와는 달리 향후 세계는 저성장이 일반화되는 시대다. 이른바 전세계가 일본식 장기 침체나 저성장에 시달리게 된다는 ‘일본화(Japanization)’라는 표현은 투자 수익보다는 투자 위험이 커지는 시대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시대에 자신이 매우 뛰어난 정보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과거처럼 ‘사두면 오른다’는 생각은 접는 것이 좋다.

둘째, 자신의 업무 능력을 키우는 것이 최고의 재테크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재테크 열풍이 불면서 20, 30대조차도 재테크를 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갖게 됐다. 그래서 업무 시간에 주식 시황을 들여다보거나 거래를 하는 통에 회사에서 증권 관련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최고의 재테크는 업무 능력을 키우고 업무로 인정받는 것이다. 열심히 일해야 할 시기에 재테크에 에너지를 소모하다가는 자신의 일자리까지도 위협받을 수 있다. 반면 자신의 직무 전문성을 키우면 길게 보면 더 안전하게 자신의 일자리를 지키고 더 많은 소득을 버는 길이다.

셋째, 투자를 하더라도 대박 환상은 버려야 한다.

개인들을 등쳐먹으려는 집단에게 가장 손쉬운 먹잇감은 대박을 쫓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대박 정보, 대박 투자처라는 이름으로 엉터리 정보를 주고, 주가 작전 등의 희생양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대박 정보를 들었다면 ‘왜 이런 좋은 정보가 나한테까지 흘러 들어올까?’ 하고 의심할 필요가 있다. 투자를 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을 보상하거나 은행 이자보다 1~2% 정도 높은 수준을 적정 수준으로 생각한다면 훨씬 덜 속을 수 있다. 그 이상을 노린다면 투기 심리에 빠지게 되고 가짜 정보에 속아서 낭패를 볼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넷째, 부채와 낭비성 지출부터 줄여라.

일반 가계가 웬만한 투자를 해서는 부채 이자 이상의 돈을 벌기 어렵다. 따라서 빚내서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다. 이미 많은 부채를 갖고 있다면 그 부채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부채 다이어트가 스스로 어렵다면 사회적 기업인 에듀머니나 지자체 등의 재무상담센터 등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아무리 벌어봤자 헛되이 쓴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인가. 특히 사교육비와 보험료 등을 필요 이상으로 지출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아깝다 학원비!>나 <보험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과 같은 책들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게 부채와 지출을 줄였다면 산업은행 저축상품과 같은 상대적 고이율 상품을 찾아 꾸준히 저축하기 바란다. 저축은 가장 전통적이지만, 가장 안정적인 노후 대비 수단이다.

다섯째, 경제 흐름을 이해하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처럼 투자의 수익성은 낮아진 반면 위험성은 커진 시대에는 거시경제의 흐름을 이해하지 않으면 번 것도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한 헛된 기대를 버리고 보험사나 증권사 등의 공포마케팅 등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스스로 어느 정도 경제흐름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경제를 잘 설명한 좋은 책들을 꾸준히 읽는 한 편 선대인경제연구소의 보고서는 경제흐름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일반가계보다는 건설업체나 금융권과 유착해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재테크를 조장하고 빚 권하는 사회를 만들었다. 일반 저축 상품에서 얻는 이자 소득에는 꼬박꼬박 세금을 매기면서도 투자 상품에는 세금을 면제하고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이유로 부동산 관련 세금을 깎거나 없애는 정책이 그 대표적인 예다.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은 침체되면 정부가 앞장서서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저축률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도 없는 정부 정책이 과연 정상인가. 이제부터라도 정부가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는 사람들이 노후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고용 안정성을 키우고 사회안전망과 복지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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