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언 블로그

선대인 소장이 개인블로그에 올린 글입니다.

경제와 부동산시장 흐름에 대한 나의 예측에 대하여

#부동산 2016-01-09

어제 어떤 페친이 소개한 증권가 트레이더의 한 블로그 글에서 나를 지칭해 "맨날 "미친 집값은 폭락하고야 말거다"라는 양아치 전문가"라고 표현한 부분을 맞닥뜨렸다. 나도 사람인지라 이런 글을 접하면 불쾌해지지 않을 리 없다. 하지만 이제 만성이 된 측면이 있어서 그닥 놀랍거나 크게 화가 나는 상태도 아니다. 그 사람 글에 반박하거나 논평할 필요성도 거의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부동산업계 거의 전체와 각종 부동산 재테크카페, 그리고 토건족 어용 학자들이 내 주장을 그렇게 단순화해서 두들겨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앞두고 했던 내 주장을 왜곡해 "선대인은 10년, 20년 동안 폭락을 주장하고 있다"는 식의 왜곡이 대표적이다. 상대방 주장을 단순화하거나 왜곡해 공격하는 것은 비겁한 공격법 중의 하나이지만, 가장 효과적인 공격법 가운데 하나다. 또한 나를 그런 식으로 "폭락론자"라고 딱지 붙이면 많은 사람들을 내 메시지로부터 차단할 수 있다. 부동산업계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몰아가는 데도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중들이 무지해보여도 그렇게 무지하지 않다. 내가 줄창 "미친 집값은 폭락하고 말거다"라는 식의 단순한 주장을 계속해왔다면 이미 나는 대중들로부터도 일찌감치 버림받았을 거다. 나라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현실을 설명하고 예측할 수는 없으나 많은 이들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였기에 나도, 우리 연구소도 버티고 성장할 수 있었다. 아마, 해당 트레이더가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를 제대로 정독했다면 내 주장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으며, 한국 경제의 핵심적 위기구조를 잘 설명하고 있음을 알 것이다. 일부러 드러낼 생각은 없었으나, 내 주장이 그렇게 한심한 주장이라면 이 책 내용을 바탕으로 당시 기획재정부 부동산정책 파트 관료들이나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이 내게 세미나나 강연을 요청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굳이 예측과 관련해 이야기하자면, 그 책에서 나는 집값 향방에 관해 네 개의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대략적인 가능성을 제시했다. 물론 이것은 엄밀한 수치라기보다는 내 나름의 어림짐작 수치라고 보면 된다. 그 가운데 "폭락"이라고 할 수 있는 "최악의 경우"는 약 20% 정도로 잡았다. 그 트레이더가 이 책을 읽고도 20% 정도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에 대해 "폭락하고 말거다"는 식의 폭락 필연론으로 해석한다면 그건 내 잘못이 아니라 그의 독해력을 탓해야 한다. 

그리고 그 책에서 나의 핵심 메시지는 "폭락할 거야" 하는 예측이 아니다. 책의 앞부분에서 누누이 강조했지만, 단기적 관점의 "빚 내서 집 사라" 정책(사실 이 표현이 이제 거의 일반화됐지만, 아마 처음 대중적으로 이 표현이 회자되게 한 게 이 책이 아닐까 싶다.)이 길게 보면 가계부채를 늘려  경착륙과 장기침체의 가능성을 키운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된 상태에서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택대출규제를 완화해 집값을 띄웠지만, 사상 최대의 주택담보대출과 가계부채 증가 행진이 지속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한편 그 트레이더는 블로그 글에서 단기의 경우는 일정하게 예측해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중장기 미래 예측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 사람은 그렇게 살면 된다. 원래 금융시장의 대부분 종사자들, 특히 한국의 종사자들의 특징은 단기적 예측을 주로 한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주관심사요 하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공공정책을 전공했고, 단기적인 관점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을 주로 배웠다. 단기적으로 부정적 여파가 있더라도 중장기적으로 공동체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을 선택한다. 물론 단기와 중장기 모두 긍정적이라면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안 그런 경우도 많다. 부채 다이어트에 따른 단기적 충격이 있겠지만, 이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는 한국경제의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이 어렵다는 나의 주장이 이런 사고의 전형이다. 

출발선이 이렇다 보니 나는 한국경제와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중장기적, 구조적 요인에 더 관심이 많고 그렇게 해서 "큰그림"을 읽는데 능한 편이다. 그런 면에서 한두 달 앞의 주가나 주택 가격의 향방은 예측할 생각도 별로 없고, 그런데 능하지도 않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나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한국 경제의 큰흐름에 대해서는 비교적 다른 이들보다 더 정확하게 읽어내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사실 나는 이게 훨씬 쉽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어떤 현상은 단기적으로 들쭉날쭉할 수 있지만, 그 저류에 흐르는 구조적 힘은 금방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대다수 부동산전문가들과 언론들이 "주택 호황"이라고 떠들던 지난해 초부터 내가 2015년말 정도부터는 주택거래가 줄고 다시 침체로 접어들 거라고 경고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또한 새해 이벤트용으로 작성중인 새해 경제전망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를 읽어봐도 우리 연구소의 예측력이 결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 유가 하락, 유로권 침체 지속 및 중국 경기 침체 지속, 한계에 이른 일본 아베노믹스 등 세계경제의 흐름을 진단했고, 하반기로 갈수록 국내 경제 및 주식, 부동산, 환율 등이 상당히 큰 변동과 침체를 겪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경제성장률도 2%후반 정도로 당초 3% 후반을 예측했던 정부 및 한국은행 등 공공기관, 각종 연구기관들에 비해 더 정확하게 예측한 셈이다. 

그렇다고 긴 호흡으로 큰 그림을 읽는 접근법이 투자 수익을 올리는데도 별로 나쁘지 않다. <선대인의 빅픽처>에서도 쓰고 있지만, 큰그림을 읽는 능력을 투자에 원용한 결과 내가 최근 몇 년간 올린 수익률은 웬만한 펀드 수익률은 훌쩍 뛰어넘는다. 그리고 워렌 버핏이나 피터린치, 짐 로저스 등 전설적인 투자자들 모두 단기적인 트레이딩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성장할 기업이나 상품 가격의 큰 흐름 등을 내다보고 투자해 막대한 수익률을 올렸음을 기억하기 바란다. 

단기 트레이더는 그냥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면 된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그렇게 사는 것을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그 사람이 생계를 이어가는 방식이 그런 것을 어떻게 비판하겠나. (대신 중장기적 관점을 견지해야 할 정부 관료나 정치인들이 "내 임기 안에만 아니면 돼"라는 식의 사고방식에 빠져 중장기적으로 국민경제의 부담을 늘리는 단기적 생색내기 정책을 펼치는 건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렇다고 자기가 잘 모르는 세계에 대해 함부로 폄하하거나 자기가 할 수 없다고 다른 사람까지 못한다는 착각(=내가 중장기적 예측은 못 하니 다른 사람도 못할 거야)에 빠지지는 말기 바란다.    
 
 
*선대인경제연구소가 사상 최대의 혜택을 드리는 새해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재벌대기업과 광고주의 입장에서 경제 흐름을 읽고 투자를 하시려면 조중동과 경제지를 읽으면 됩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편에서, 일반인들의 시각으로 정직하고 정확한 경제 정보를 얻고 싶다면 저희 연구소와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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