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인소장 인사말

선대인 소장이 연구소를 설립한 취지를 설명합니다.

선대인경제연구소를 찾아주신 여러분, 반갑습니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한국경제는 위기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재벌 대기업과 소수 부유층은 더욱 잘 살게 됐지만 국민 대다수의 삶은 경기 사이클과 무관하게 악화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정부와 정치권의 거듭된 정책 실패와 기득권 위주의 정책/제도 추진이 누적된 탓이 큽니다. 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채, 공공부채가 잔뜩 쌓여 있는 가운데 저출산고령화 충격의 쓰나미가 밀려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인들이 이런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가는데 도움 되는 신뢰할만한 정보, 정직한 정보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한국의 정보 생산과 유통, 소비 과정이 기득권에 유리하게 왜곡돼 있기 때문입니다. 정보를 생산하는 정부부터 많은 경우 정보를 통제하거나 왜곡하고, 증권사나 정부 산하 연구소, 재벌계 연구소 등은 이해관계나 ‘상부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한국의 대다수 언론은 광고주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오히려 많은 사안에서 상당수 언론들은 자사의 기득권과 광고주, 특정집단을 위해 진실을 호도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신문기자나 연구자, 저자로서 활동하면서 올바른 정보가 얼마나 소중한지 너무나 잘 알기에 한국 사회의 숨겨진 진실을 드러내고 알리는 작업을 필생의 소명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물론 저라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고, 또 제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 모두 진실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해관계를 멀리하고 최대한 양심적이고 독립적인 자세로 최선을 다해왔다는 점만은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특정집단의 이해관계에 오염된 정보가 일방적으로 유통됨으로써 생기는 폐해는 매우 큽니다. 소비자나 투자자로서 제대로 된 정보가 없으면 공급자인 기업이나 정보를 조작하는 세력들에게 판판이 당하기 십상입니다. 한국의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장에 사기와 선동성 정보가 난무하는 것도, 수많은 하우스푸어가 양산돼 고통 받고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시민으로서 올바른 정보를 얻지 못하면 올바른 정치적 선택도 할 수 없습니다.

한편 저는 이 연구소를 통해 한국경제를 좀더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구조로 만들 정책대안을 개발하고, 정책 전환에 기여할 전문 인력들을 키워내고 싶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여야가 번갈아 집권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민경제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못한 데는 올바른 인식과 역량을 갖춘 전문 인력이 부족했던 탓이 큽니다. 그래서 저는 최소 30명 이상의 연구자들이 생계 걱정 없이 소신껏 연구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든든한 울타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제가 오랜 노력 끝에 힘겹게 얻은, 눈치 안 보고 목소리 낼 수 있는 사치를 더 많은 연구자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이 같은 목표 달성은 제 개인이나 연구소 자체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성원과 도움이 필요합니다. 한 분 한 분이 연구소의 보고서를 구독해 주시거나 강연 등에 참석하시면 본인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연구소의 목표들을 실현하는데도 큰 힘이 됩니다. 여러분의 작은 정성 이 모여 거대 자본과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정직한 목소리를 내는 경제적 토대가 마련됩니다. 그 탄탄한 토대 위에서 저희는 더욱 더 정진해 정직하고 깊이 있는 양질의 정보로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