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언론과 인터뷰했다. 평소 지론대로 무리하게 빚 내서 집 사는 것의 위험성을 강조하기 위해 "언론에서는 빚 내서 집 사라고 하는데, 하우스푸어라면 집을 팔아야 할 때"라는 표현을 썼다. 그런데 이게 거두절미하고 "집 팔아라"는 제목으로 나갔다. 그 기사의 부제목에는 "시세차익 노리다 자멸"이라는 표현도 들어갔다. 이런 표현은 내가 쓴 적도 없다. 아무리 경고하더라도 굳이 지금 집 사는 사람들한테 저주에 가까운 표현을 써서 득될 게 뭔가. 기사 내용에도 부정확한 게 많았지만, 담당 기자와 데스크에게 요청해 겨우 제목만 수정했다.
그런데 뒤이어 나온 사진 기사 제목은 "3년내 3분의 2 수준으로 폭락할 것"이라는 제목이 달렸다. 이렇게 단정적으로 말한 기억이 없다. 집값 거품을 어느 정도로 보느냐는 질문에 "내가 추정한 방법으로는 수도권 집값의 평균 40%는 거품이다. 지금보다 3분의 2 수준까지는 떨어져야 집값 거품이 해소된 것으로 이론적으로는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집값 전망을 묻는 다른 질문에서 "올해 말 내년 초부터 집값이 꺾일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3년 내 큰 폭의 하락을 경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런 표현들이 사진 기사의 단정적 제목과 같은 표현인가.
모든 기사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은 정확성이다. 특히 민감한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뭔가를 감추려고 하는 고위 공직자 등에 대한 공격적 인터뷰가 아니라 정보전달형 인터뷰라면 인터뷰 대상자의 정확한 취지를 전달하기 위한 수정 요청에는 응하는 게 맞다고 본다. 실제로 많은 선진국 언론들이 인터뷰 대상자의 정확한 취지를 전달하는 수정에는 적극적이다. 물론 나가기 전에 최대한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기본이고. 그런데 해당 언론사뿐만 아니라 한국의 언론은 일반적으로 이런 수정 과정이 너무 어렵다. 굳이 해당 언론사나 기자분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사실 많은 한국의 기자와 언론사들이 그렇다.
그 분들 입장에서 보자면 내가 매우 까칠한 경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점은 이해해주면 좋겠다. 적어도 정보성 인터뷰기사라면 인터뷰 대상자의 취지를 최대한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인터뷰 대상자도 계속 신뢰하고 인터뷰든 코멘트에 응하게 된다. 그리고 독자들도 훨씬 더 정확하고 쉽게 인터뷰 내용을 이해하게 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