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식으로 살다 보니 특정 정파나 진영 논리에서 생각하거나 어떤 특정 정치인 또는 정치세력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건 익숙하지도 않고, 매우 불편하다. 내가 가치를 두고 있는 일을 할 수 있으면 조직에 몸 담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어떤 조직에서도 큰 미련 없이 떠나왔던 것 같다. 스스로를 진보라거나 보수라고 생각하고 규정해본 적도 없다. 그러다 보니 야권이거나 진보로 분류된다고 해서 비판할 걸 비판하지 않은 적도 크게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할 때 이 사회에 필요한 일이거나 그 일을 하는 사람은 호평해주는 것이고, 그게 아닌 것 같으면 비판할 수밖에 없었다. 정파적 관점이나 진영 논리, 또는 특정 이념의 관점에서 나를 보는 사람들은 상당히 불편했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살아지는 사람이 아닌데 어떻게 하나.
앞으로도 나라는 사람은 계속 지금까지처럼 살게 될 것 같다. 세상에 나 같은 사람도 가끔이지만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나와 보는 관점이 다른 분들도 그냥 이런 사람도 있구나, 그렇게 좀 이해해주면 좋겠다. 어쨌거나 구체적 데이터와 분석을 근거로 한 목소리는 계속 내겠지만, 이른바 사회적 참여나 정치적 참여에는 당분간 조금 거리를 두려 한다. 특히 정치권과의 거리는 상당히 많이 두려 한다. 지금 내가 할 일은 아직은 조그만 연구소를 잘 키워서 눈치 보지 않고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든든한 울타리를 제공하는 것. 그리고 그렇게 생산된 정보들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교육기관과 미디어들을 차근차근 만들어나가는 것. 그것이 몇 년간 실현하고 싶은 주요 목표들이기도 하다. 현실은 의욕보다는 늘 느리게 움직이지만, 그래도 뒤돌아보면 2년 반 전 유지나 될 수 있을까 스스로 걱정됐던 연구소가 여기까지 온 것만도 다행이다 싶다.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목표들을 충실히 실현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내가 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것 중 상당 부분은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것들이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