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언 블로그

선대인 소장이 개인블로그에 올린 글입니다.

제가 5년 동안 강조해온 것은 집이 아닌 빚입니다

2014-03-18

내가 지난 5년 동안 말해온 핵심 메시지는 "무리하게 빚 내서 집 사지 마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부동산업자들은 "선대인은 늘 집 사지 마라"고 한다고 왜곡한다. 내가 지금까지 강조한 것은 "집"이 아니라 "빚"이었다. 나는 소득이 충분한 사람이 집 사는 것을 절대 말리지 않는다. 소득이 충분한 사람이 자기가 살 집의 가격이 적당하다고 느낀다면 왜 말리나. 하지만 2000년대 초중반의 부동산 폭등기를 거치고, 2008년 이후의 침체기에 들어서도 정부가 계속 마른 수건 짜듯이 무리한 부동산 매입을 유도한 바람에 거액의 빚을 내지 않고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미 미국 등 많은 나라에서 목격한 것처럼 과도한 빚을 내서 부동산을 사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정부가 이를 말리기는커녕 계속 "빚 내서 집  사라"고 하고, 언론은 계속 "집값 바닥론"을 떠들며 늘 "집을 살 기회"라고 선동했다. 누군가는 그런 기득권 위주의 정책과 사기성 보도가 말하지 않는 것을 말해야 했다. 그래서 줄기차게 그런 메시지를 말해왔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 없고, 지금의 "집값 바닥론" 사기술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래서 계속 경고의 목소리를 울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당장 전세난 등에 시달려 집을 사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 또는 결혼 등을 앞두고 살 집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계속 "기다리라"는 말이 지겨울 수도 있다. 솔직히 계속 그렇게 말해야 하는 나도 지겹다. 하지만 지금 부동산 거품은 결코 빠지지 않았다. 거품이 빠질만 하면 정부가 나서서 부동산 거품을 다시 부풀리는 일을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거품의 에너지라고 할 수 있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그래서 170%에 육박한 것이 단적인 증거다. OECD평균 134%를 훌쩍 넘어 OECD국가들 가운데 스웨덴에 이어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미국이 2007년 이후 이 비율을 133%에서 105%로 줄이는 동안 우리는 145%에서 170%로 열심히 역주행한 것이다. 당장의 집값 하락을 조금 막아보겠다고 대대적으로 동원한 가계부채 폭탄은 언젠가는 터질 가능성이 높다. 먼 미래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내 생각에는 길어도 2~3년을 지속하기 어려울 거라고 본다. 지금 "집값 바닥론"에 혹해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면 아마도 그 폭탄의 파편을 어떤 식으로든 맞을 확률이 높다. 최근 몇 년 동안 정부의 대대적 부양책과 언론의 "집값 바닥론"에 무리하게 집을 샀던 사람들이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것처럼 말이다. 왜 선량한 가계가 판단을 그르쳐 그런 피해를 입어야 하는가. 한 사람이라도 그런 피해자를 줄이겠다는 심정으로 나는 계속 떠들어왔고, 오늘도 떠들고 있다.

 

그래서 초조한 분들께, 이미 많이 참아서 인내력이 바닥에 이른 분들께 한 번 더 당부드린다. 집을 꼭 사고 싶더라도 가계부채 문제가 일정하게 해소된 것을 확인한 뒤 움직이라. 잘 알다시피 2000년대 부동산거품은 상당 부분 전세계적인 유동성 과잉과 가계부채에 기반한 금융현상이었다. 따라서 부동산거품 하락 사이클에서 가계부채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집값이 추세적으로 안정되거나 의미 있는 상승 추세로 반전하기란 매우 어렵다. 거꾸로 가계부채 및 부동산 대출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부동산 가격의 급락 등 상당한 경제적 충격 가능성이 계속 상존해 부동산시장과 한국경제를 끊임없이 위기로 몰아갈 것이다. 따라서 집을 사더라도 가능하다면 가계부채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일정하게 해소된 것을 확인하고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섣불리 움직이면 정말 큰일 날 수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무리하게 빚 내서 집 사지 마시라".



<집값 바닥론, 그리고 집 잘 구하는 법> 특강.

http://www.sdinomics.com/data/notice/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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