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여전히 거의 활용되지 않는 지방공항이 곳곳에 있고, 평일에는 차가 한산한 고속도로며 국도가 한둘이 아니다. 이런 사업들은 지을 때만 수천억~수조원 씩 돈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유지, 관리, 보수하는 데도 상당한 예산이 추가로 들어간다. 잠시 경기 좀 살려보겠다고 무리하게 추진한 대규모 예산사업들은 그만큼 두고두고 후세에 짐이 된다. 그런데 기존에 진행된 사업들보다 경제성이나 사회적 타당성이 더 떨어지는 사업들이 이번 발표안 곳곳에 눈에 띈다. 물론 발표된 사업들 중에도 예타를 통과하고 필요성이 인정되는 사업들도 있겠지만, 새만금국제공항이며, 광주전남 경전선 전철화 사업이니 제천~영월고속도로 사업 등 정말 꼭 필요할까, 충분한 수요가 있을까 의문이 드는 사업들이 더 많아 보인다.
나랏돈이 무한정 있다면 이렇게 써도 되겠지만, 예타도 거치지 않고 사업성이 떨어지는 사업들에 돈을 쓰면 정작 써야 할 곳에 갈 돈은 줄어드는 건 당연한 이치다. 24조원 만큼 건설업계는 좋겠지만, 분명히 복지든, 문화든, 교육예산은 줄어드는 게 정상이다. 상대적으로 그만큼 예산이 줄어들어 입는 피해의 대부분은 서민 가계들에 돌아간다.
지난번 수소차 정책에 이어 이번 정책 발표를 보니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상당 부분이 기존 정부들처럼 관료 의존형, 그리고 기존 산업-대기업 의존형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나는 소득주도성장이나 9.13대책이나 공시가격 현실화와 같은 올바른 정책들은 구체적인 내용에서 일부 문제가 있어도 큰 틀에서 얼마든지 옹호할 수 있다. 촛불로 탄생한 정부이기에 정말 잘해주기를 염원하고, 큰 방향에서 옳은 길로 간다면 얼마든지 애정어린 제언과 조언을 할 마음이 있다. 하지만 예타 면제 정책이나 수소차 드라이브는 내 양심으로는 도저히 찬성하기 어렵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예타 면제 방침을 재검토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