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언 블로그

선대인 소장이 개인블로그에 올린 글입니다.

10년 전 삼성경제연구소의 경고를 인용하는 이유

#부동산 2013-11-14

거품의 발생은 가계와 기업이 보유한 자산 가치를 높임으로써 일부 경제주체를 부유하게 해 국내 수요를 확대시키고 성장률을 높이는 효과는 있지만, 이것은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고 반드시 반동적인 디플레이션 효과를 동반하지 않을 수 없다. 거품의 생성과 붕괴의 과정을 통하여 보면 거품에 경제적 장점(merit)은 없고 있는 것은 결점(demerit)만이라는 것이 이번의 경험이 가르치는 바이다.”

 

일본 경제기획청이 일본 부동산 거품 붕괴 후 1993년에 펴낸 경제백서에 나오는 문장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03524일자로 발간한 이슈페이퍼 <일본 버블경제의 교훈> 보고서에서 이를 인용했다. 당시는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라 전국적으로 부동산 버블에 대한 우려감이 적지 않은 상태였다. 당시 삼성경제연구소는 이 보고서를 통해 국내 부동산 버블의 가능성에 대한 경고음을 상당히 강하게 울렸다.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 삼성경제연구소는 상당히 적절한 진단과 제언들을 보고서에 담았다. 일부 내용을 인용해보자.

 

과도한 신용팽창은 버블의 발단이 되는 동시에 확산의 기초라는 점은 과거 버블사 연구의 공통된 결론의 하나. 경기 회복이 가시화될 경우 점진적 금리 인상을 통해 부동자금을 흡수하는 한편 부동산 관련 가계대출 억제책을 꾸준히 추진

 

경기부양 목적의 재정지출의 경우 부동산 및 건설관련 비중은 가능한 한 낮출 필요. 부동산 및 건설 부문에 집중된 경기부양책이 현재의 부동산시장 불안의 큰 원인임을 감안

 

부동산에 대한 거래 및 보유과세를 현실화하고 주식 및 장기채권에 대한 거래세와 보유세를 경감

 

“2주택 이상을 보유한 투자자를 대상으로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투기 및 불법거래를 엄격히 차단

 

일본의 경우 버블을 부정하는 시각이 강했고 버블이 파열된 뒤에야 비로소 버블의 존재가 받아들여지기 시작

 

일본의 경우에도 자산가격 재상승의 기대가 상당기간 잔존해 버블이 발생하고 파열되기 시작한 뒤 수년이 지나도 정책 대응이 부재

 

부실기업 처리시의 경기 급랭 우려나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는 낙관적 태도가 금융불안을 야기하고 부실을 오히려 확대

 

나는 삼성의 과도한 독싞구조와 그 이해를 대변해온 삼성경제연구소에 상당히 비판적이다. 이 보고서가 노무현정부 초기에 정부 눈치를 살핀 결과물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부동산 거품이 부풀어 오른 뒤 삼성경제연구소는 국내 부동산 거품이 없다” “부동산 가격 급락 가능성이 낮다는 등의 왜곡된 주장을 되풀이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10년 전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의 제언을 인용한 이유가 있다. 부동산 거품이 10년 전보다 훨씬 더 부풀어 올랐고, 가계부채 문제 또한 훨씬 더 악화됐다. 그 동안 나는 신물 나도록 부동산 거품에 대해 경고하고 제언해왔다. 그 경고와 제언 내용은 앞에서 인용한 보고서 내용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하지만 이후 우리 정부가 취한 태도는 계속 문제 해결을 미루며 부동산 거품을 부풀려온 과정이었다.

 

우리가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갈 수 있다면 또 다시 연착륙론에 기대 부양책에 나설 것인가, 아니면 결연하게 부동산 거품을 빼는 조치들을 할 것인가. 답은 뻔할 것이다. 그 답을 지금의 상황에 대입해보자. 지금은 이미 연착륙이 물 건너 간 상황이지만 거품을 계속 키워 최악의 상황에 이르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 펌랜딩(firm landing. 시계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고 활주로 거리가 짧을 때 바퀴를 강하게 부딪히며 착륙해 제동거리를 줄이는 착륙법. 단기적 충격이 있으나 경착륙이나 불시착의 위험성을 피할 수 있다)조차도 불가능해져 경착륙으로 치달을 것인가. 이미 많이 늦었지만 그래도 더 늦기 전에 우리 모두가 결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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