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언 블로그

선대인 소장이 개인블로그에 올린 글입니다.

재벌과 고소득층에 퍼주는 비과세감면 실태

2013-06-28

저희 연구소 연간구독회원들께 제공하는 시사경제해설에서 소개했던 리포트입니다. 최근 정부가 조세연구원 연구용역결과를 바탕으로 비과세감면 혜택을 5년간 18조원 줄이겠단다는 발표를 계기로 이번 사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이 보고서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연구소 연간구독회원들께는 양해를 구합니다.  참고로 이번 연구결과를 두고, 연합뉴스 등 일부에서는 '사실상 부자증세'라고 하는데 전혀 맞지 않는 표현입니다. 리포트 내용을 보면 아시겠지만, 이명박정부 5년 동안 비과세감면혜택 규모를 60조원이나 늘려 재벌대기업과 고소득층 위주로 엄청 퍼줬습니다. 이 가운데 법인세는 손도 안 대고 겨우 18조 줄이면서 어떻게 부자증세라고 할 수 있을까요?

 
박근혜정부가 최근 연간 30조원의 세금을 깎아주거나 돌려주는 비과세 및 감면 제도를 대폭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을 통해 1조8000억원에서 2조원 가량을 줄이는 작업에 착수하며, 이를 통해 개정 세법의 효과가 발생되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5조 4000억원에서 6조원 가량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지나치게 확대돼온 비과세 및 감면 제도는 여러 취지와는 달리 많은 부분 고소득층이나 대기업 위주로 시행돼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를 일으켜왔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정부가 비과세 및 감면 제도에 대한 대수술에 들어가겠다는 것은 큰 틀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설사 그것이 심각한 경기 위축 및 이명박정부의 무리한 감세정책으로 발생한 세수 부족을 타개하고 박근혜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확보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이번 시사경제해설에서는 이 같은 비과세 및 감면 제도의 실태와 올바른 개혁방안에 대해 살펴보자. 우선 비과세 및 감면 제도는 개인 또는 기업의 소득에 대해 특별 예외를 인정하여 세금을 부과하지 않거나 감면해주는 것을 말한다. 세금을 거둬들인 뒤 재정으로 지출하는 것과 달리 징수해야 할 세금을 줄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조세지출(tax expenditures)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실 언론에서는 조세지출의 종류로 비과세와 감면을 주로 거론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소득공제 및 세액공제, 우대세율적용 등 조세특례에 따른 재정지원은 더 많이 있다. (이에 따라 아래에서는 비과세 및 감면이라는 표현 대신 좀 더 정확한 공식 표현인 조세지출로 표현하기로 한다.) 이 같은 조세지출은 장애인이나 고령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나 특정 분야로 자원 배분을 유도하기 위한 명목으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같은 명목과 달리 특정 이익집단이나 정치세력의 이해관계에 따라 도입돼 자원 배분을 왜곡하거나 소득 격차를 악화시키는 등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온 것이 현실이다.

<그림1>을 통해 전반적인 국내의 조세지출 현황을 간략히 살펴보자. 먼저 조세지출 추이를 보면 조세지출액 규모가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해왔음을 알 수 있다. 국세 기준으로 1998년 7조7,305억 원에서 2011년에는 30조6194억 원까지 늘어났으며 2012년에는 31조 9871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2012년 조세지출액은 전망치만 나와 있는 상태로 실제 집계액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임. 따라서 이 보고서에서 언급하는 2012년 수치는 모두 전망추정치임) 불과 14년 만에 조세지출액 규모가 22.9조원 가량 늘어난 것이다. 총 국세수입액과 조세지출액을 합한 금액에서 조세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조세지출비율은 2012년 기준으로 13.4%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조세지출 비중이 15.9%를 차지했던 2009년에 비해서는 줄어든 것이지만 1998년의 10.2%에 비하면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번에는 전체 국세수입에서 약 4분의 3을 차지하는 3대 국세인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항목별로 조세지출 규모를 살펴보자. 이를 보면 이명박정부가 들어서고 난 2008년 이후 소득세와 법인세의 조세지출 규모가 급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99년 4조 7990억 원이던 소득세의 조세감면 규모는 2007년 10조 4140억억 원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났으며 2008년에는 14조 8270억 원까지 껑충 뛰어올랐으며 2012년에는 16조 4390억 원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같은 기간 법인세는 2조 5390억 원에서 8조 5898억 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같은 기간 2조 1170억 원이던 부가가치세의 조세지출액은 2012년 4조 7602억 원으로 늘어나는데 그쳤다. 조세지출을 하더라도 대다수 납세자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간접세인 부가가치세보다는 영업이익이나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많은 혜택을 받을 수밖에 없는 직접세인 소득세와 법인세에서 정부가 대대적인 비과세 및 감면 혜택을 제공해온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기간 중 소득세와 법인세의 조세지출 비중 또한 69.6%에서 78.2%로 증가했다. 2012년 국세 수입 205.8조원 가운데 소득세와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4%(90.5조원) 정도인데, 각종 비과세 감면을 포괄하는 조세지출액은 이를 훨씬 뛰어넘는 78.2%나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즉 소득세와 법인세가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과도하게 비과세 감면 혜택을 남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조세체계에서 누진세율의 적용 등이 약해 가뜩이나 조세를 통한 소득 재분배 효과가 OECD국가들 가운데 가장 낮은데, 이미 세금을 부과하기 전 조세감면 등을 통한 조세지출에서 직접세 감면 비율이 매우 높아 소득역진성을 극도로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조세지출의 혜택이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이나 매출 및 영업이익 규모가 큰 대기업 등에 집중돼 역진적 효과가 매우 큰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림1> 연도별 조세지출 추이

주) 2011년, 2012년 조세지출예산서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기본적으로 조세지출은 근본적으로 이익이나 소득 발생에 비례해 본디 세금을 많이 내게 있는 납세주체에 그 혜택이 많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소득세와 법인세 등 직접세 위주의 조세감면 규모가 급증하고 있어 기본적으로 소득 역진성을 악화시킬 우려가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조세감면 혜택이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이나 중소기업 등에 돌아간다면 소득 역진적 효과는 크게 줄일 수 있으나 지금까지 조세지출 제도가 시행돼온 현실을 볼 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익이 큰 기업은 각종 공제와 비과세 혜택 등을 많이 받게 되지만 이익이 적은 기업은 혜택이 작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세지출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기업이나 고소득층에 혜택이 돌아가는지, 그에 따른 소득 역진적 효과가 강화되는지 <그림2>를 참고로 살펴보자. 2010년 기준 소득규모별 법인세 공제감면 혜택의 분포를 보면 대상기업의 거의 대부분은 5억원 이하 구간에 몰려 있으나 실제로 법인세 공제 및 감면세액 7조4014.4억원 가운데 39.7%인 2조9408.8억원이 소득규모 5,000억원 초과 44개 대기업에 돌아가고 있다. 이들 대기업 1개당 평균 감면세액 규모는 약 668.4억 원에 이른다. 또한 1,000억 원 이상~5000억 원 이하 144개 대기업까지 확대하면 4조 1014.4조원으로 그 비중은 절반을 넘는 55.4%에 이르게 된다. 전체 법인수의 0.13%에 불과한 상위 188개 대기업이 누리는 법인세 감면 혜택이 절반을 넘는 것이다. 반면 전체 법인수의 98.5%를 차지하는 소득규모 50억원 이하 소기업 14만6368개가 받는 감면혜택 비중은 1조6377조원으로 약 22.1%에 불과하다. 2012년의 조세지출 추정치에서도 R&D비용 세액공제액이 2조5994억원, 임시투자세액공제액(고용창출세액공제액 포함) 2조1418억 원으로 나타나나는 등 법인세 감면 항목 규모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림2> 기업 소득규모별 법인세 공제감면 혜택 분포

주) 2011년 국세통계연보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이 같은 혜택이 집중된 결과 <그림3>에서 보는 것처럼 과세소득규모 1000억원 이상 대기업의 실효 법인세율(명목 세율에서 각종 비과세감면 및 공제 혜택 등을 제외하고 실제로 내는 세금의 비율)이 오히려 수백억 원대 중견기업들보다 더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법인세 과세표준 구간별로 보면 과세표준 500억원 이하 구간까지는 과세표준 영업소득이 늘어날수록 점차로 실효 법인세율이 높아지지만, 1000억원 이하 기업들부터는 오히려 낮아지기 시작해 5000억 원 이상 대기업의 실효세율은 17.0%로 가장 높은 세 부담을 지는 200억~500억 원 중견기업보다 1.6%포인트나 낮은 수준이며 50억 원~100억원 이하 기업(17.1%)보다 더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과세표준 5000억원 이상 법인은 대부분 재벌그룹에 속하는 대기업들이다. 이처럼 대기업에 대한 과도한 조세지출로 소득 규모가 커질수록 부담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져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는 것이다.
<그림3> 실효법인세율 및 정권별 3대국세 비과세감면액 현황

주) 국세통계연보 및 조세지출예산서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이 같은 양상은 종합소득세의 감면혜택 분포에도 거의 그대로 나타나는데, 소득 4,000만원 이하 신고자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조세감면혜택의 대부분은 2010년 기준 전체 신고대상자 356만명의 0.006%에 불과한 3억원 이상 고소득자가 혜택의 46.5%를 차지한다. 종합소득세의 경우에도 조세지출의 감면혜택이 법인세와 마찬가지로 거의 대부분 고소득자에게 집중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특히 이 같은 법인세와 소득세에 대한 조세지출 증가는 이명박정부 들어와 세율을 낮춰주는 감세정책과 함께 대규모로 실시돼 소수 대기업 및 고소득층에 막대한 세금 특혜를 안겨주었다. 노무현정부 시기(2003~2007년)와 이명박정부 시기(2008~2012년)의 조세지출 규모를 비교해보면 <그림3>의 아래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소득세 조세지출 규모는 노무현정부 시기 41.4조원 규모에서 이명박정부 시기 76.3조원으로 34.9조원 가량 늘어났다. 또한 법인세도 30.7조원에서 55.5조원으로 24.8조원 가량 늘어났다. 부가가치세도 17.3조원에서 31.4조원으로 늘어났으나 증가액은 14.1조원에 그쳤다. 이를 보면 이명박정부 5년 동안 소득세와 법인세에서만 모두 10.7.7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조세지출이 이뤄졌으며 노무현정부와 비교해서도 59.7조원이나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즉, 소득세와 법인세에서 노무현정부 수준의 조세지출만 허용했더라도 거둘 수 있었던 세금 59.7조원을 조세지출 형태로 대기업과 고소득층 중심으로 퍼준 것이다.

소득 역진성의 강화 문제 외에도 조세지출은 과세기반을 줄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세수를 줄어들게 만든다. 줄어든 세수를 상쇄하기 위해 정부는 세율을 올리려는 유인이 발생하게 되며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그 같은 부담의 대부분이 일반가계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정부에서 부가가치세 적용 대상이 높아지고 유류세 부담이 커진 것 등이 바로 그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조세지출은 재정지출과 달리 사전 심의나 사후 검증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고 그 효과를 파악하기도 무척 어렵다는 점에서도 상당히 문제다.

따라서 현행 조세지출은 가급적 일괄적으로 폐지하고 그렇게 확보한 세수를 정상적인 예산심의 절차를 거쳐 필요한 사업부문과 계층에 재정지출 형태로 배정하는 게 옳은 방향이다. 물론 조세지출 혜택은 재벌대기업이나 강력한 이익집단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일괄 폐지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일정한 조세지출의 효과와 타당성이 검증된 경우에는 이를 재정사업으로 전환할 것을 전제로 폐지해야 한다. 2012년 전망치 기준 조세지출액 31조9871억원 가운데 3분의 1가량인 10.5조원 정도는 재정지출로 전환할 수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해야 한다. 얼핏 생각하면 상당히 과도한 목표치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2000년대 이후 조세지출이 가파르게 증가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해봐야 불과 2006년 수준으로 조세지출을 줄이는 것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실현 가능한 목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명박정부 5년 동안 60조원 가까운 조세지출이 소득세와 법인세에서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거꾸로 5년 동안 60조원 가까운 조세지출을 줄이는 수준의 과감한 조치도 얼마든지 실행에 옮길 수 있다. 그런데 60조원의 절반 정도를 줄이는 개혁을 할 수 없다면 그런 개혁은 제대로 된 개혁이라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박근혜정부에서 연간 조세지출 감축액을 1조8000억원~2조원 정도로 잡고 있는 것은 지나치게 작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조세지출 감축이라는 박근혜정부의 선택은 옳지만 감축 목표액은 실제로 감축할 수 있거나 감축해야 할 수준에 비해 너무 약한 것이다.

물론 정부가 내세우는 것처럼 한 번 제공한 혜택을 다시 빼앗는 것은 분명히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특히 이명박정부 이후 늘어난 비과세감면 혜택의 수혜자들은 소수 상위 대기업과 고소득층들이었다. 정말 과감한 개혁의지가 있다면 이들에게 집중됐던 비과세감면 혜택을 줄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렇게 대기업과 고소득층에게 퍼줬던 조세지출을 거둬들이고 이렇게 확보한 매년 10.5조원 정도의 추가 재정여력을 문화, 교육, 복지 인프라 구축에 써간다면 전반적인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것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줄이는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것이 박근혜정부가 실현하겠다고 밝힌 복지 및 교육분야의 많은 공약사항을 이행할 재원을 확보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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