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대비 집값 낮다는데…"와닿지 않는 통계
http://media.daum.net/economic/newsview?newsid=20121107070505048
한양대 모 교수가 순진한 사람들 헷갈리게 만드는 보고서를 또 하나 내놨다. ‘주택시장의 장기 침체 가능성 점검’이라는 제목으로 내놓은 보고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국내 주택가격은 PIR(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 기준으로 4.4배로 홍콩(11.4배) 호주(6.1배) 영국(5.2배)보다 낮단다. 또 국내 수도권(서울·인천·경기)의 PIR은 5.9배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같았고 뉴욕(6.1배) 샌프란시스코(7.2배), 호주의 시드니(9.6배) 멜버른(9.0배), 캐나다 밴쿠버(9.5배), 영국 런던(7.2배)보다 낮게 나왔다고 한다. 국내 수도권 집값이 세계 주요 도시들에 비해 높지 않다는 것이다. 해당 교수는 이를 근거로 "국내 주택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란 논리는 근거가 미약하다"고 주장했다.
잠시만 들여다봐도 도저히 현실과 맞지 않는 주장인데도 이를 비판하는 보도는 드물다. 짧게 몇 가지만 지적해보자.
우선 가장 큰 문제점은 해당 교수는 2010년 거래된 주택가격의 중위값을 사용한 것이다. 2010년이면 거래 침체기라 중대형 거래는 드물고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중소형 위주로 거래됐다. 당시 거래된 주택 가운데 중소형 주택 시세가 많이 반영됐으니 실제보다 PIR 값이 상당히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
또 PIR 산정시 이 교수는 다가구단독 주택을 자가 주택이 아니어서 제외했다고 한다. 그런데 엄연히 국토부 주택보급률 계산에도 들어가는 주택을 제외했다. 다가구단독 주택 시세도 상대적으로 높은데 이걸 제외하고 계산해 소득 대비 집값이 낮은 것으로 계산했다.
대상지역의 범위도 문제다. 해당 교수는 비교대상인 뉴욕시가 실은 뉴욕대도시권을 의미하니 한국도 ‘서울 대도시권’인 수도권을 비교대상으로 삼아야 한단다. 일견 일리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비교대상 도시인 뉴욕, 멜버른, 시드니, 밴쿠버, 런던, 홍콩 등 어떤 곳도 한국 수도권처럼 2400만 명을 능가하는 인구가 사는 곳은 없다. 경기도 안성이나 오산, 평택, 양평, 가평, 동두천 같은 수도권 변두리까지 서울 대도시권으로 잡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두리 지역 집값까지 포함해 비교하면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아 보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PIR은 계산의 기준과 범위를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값이 크게 달라진다. 한양대 교수는 국내 집값이 낮게 나올 수밖에 없는 방식으로 계산했다. 조금만 기준과 범위를 달리하면 PIR 값을 두 배로 키울 수도 있다.
무엇보다 PIR은 나라별 특성에 따라 비교 기준이 달라 토건족 본산인 국토해양부조차 국제비교를 포기했을 정도다. 정 국제 비교를 하더라도 이런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PIR 값은 시기에 따라 한 국민경제 또는 지역 안에서 소득에 비해 집값이 얼마나 오르내리는지 추이를 살펴보는 것이 기본용도다.
그런데 이를 무시한 채 PIR 값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방법을 적용해 아전인수격으로 만든 수치를 가지고 국제비교를 하고 있으니 무리도 한참 무리다. 그가 지난 몇 년 동안 ‘집값 안 떨어진다’고 주장해온 근거가 이런 식이니 현실과 동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엉터리 연구결과라도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 다주택투기자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니 반길지 모른다. 하지만 일반 가계가 곧이곧대로 믿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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