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언 블로그

선대인 소장이 개인블로그에 올린 글입니다.

한겨레, 전세난을 걱정하나, 부추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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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동산정보서비스 준비 등으로 예전만큼 블로그에 글을 자주 쓰지 못한다

그런데 어제 한겨레신문이 보도한 "다시 온 봄 이사철...전세 빠진 자리엔 월세만 수두룩" 기사(아래 링크 참조)를 보고 짧게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property/735318.html

 

한겨레신문의 부동산 기사를 보면 조중동에 실어도 별다르지 않을 기사들이 종종 실린다.  인용한 기사도 마찬가지다. 부동산업계를 취재원으로 하고, 아전인수식으로 통계를 갖다붙여 기자가 쓰고 싶은 대로 쓴다는 점도 비슷하다. 전체 거래에서 월세 비율이 늘어난다는 것이야 맞는 말이다. 상대적으로 전월세에서 월세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매매가에 이어 전세가도 천정부지로 뛰도록 정부가 방조한데다 가뜩이나 소득이 많지 않은 1~2인가구가 늘어나니 월세 거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전세 거래량 자체는 크게 줄지 않고 일정선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정부도, 거의 모든 언론도 보도하지 않는다. 주거비용이 저렴한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 시대가 도래하니 차라리 빚을 내서 집 사는 게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하게 하는 것이다. 어쨌든 월세 비중이 늘어나는 것 자체는 팩트이니 굳이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다. 해당 기사는 전월세 거래가 늘어난 것이 안정돼가던 전월세 가격이 상승할 전조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주택매매거래량이 늘고 주는 것은 주택매매가의 선행지표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만, 전월세 거래량은 그런 의미가 현저히 떨어진다. 주택시장 상황에 따라 출렁이는 매매 거래량과 달리 전월세 거래량은 이사철 등 계절성을 띠지만 매년 큰 변동이 없다. 가구수가 늘어나는 만큼 매년 조금씩 늘어나는 정도다. , 전월세 거래량 증가는 전월세 가격 상승 여부와 상관없이 일정한 계절성을 띠며 변동한다. 그러므로 전월세 거래량이 늘어나는 걸 근거로 전월세시장이 다시 들썩일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다.

 

설사 전월세 거래량 증가가 전월세가격 상승의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고 가정하더라도, 해당 기사는 통계를 입맛대로 갖다쓰고 있다. 해당 기사는 "수도권 전·월세 거래량은 87936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7.1% 늘었으며, 지난 1(64885)에 견줘서는 35.5% 증가했다"며 이것이 전월세난이 다시 심화될 전조인 것처럼 보도했다. 그런데 필자가 국토부 보도자료에서 캡춰한 <그림1>을 보라


<그림1>



주)국토교통부 보도자료에서 인용.


일단 매년 1월에 비해 2월의 전월세 거래량은 크게 증가한다. 이것 때문에 전월세난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터무니없다. 그냥 계절적 요인으로 한겨울인 1월보다는 주로 개학을 앞둔 2월에 이사를 많이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패턴이니까. 통계에서 이 같은 계절성을 제거하기 위해 전년동기대비로 수치를 비교해보는 것이다. 기사가 설명하듯이 전월세거래량이 2015 2월보다는 늘어난 것이 맞다. 그런데 2014 2월에 비교하면 어떤가. 거의 비슷하다.(사실은 조금 적다). 해마다 전월세거래량은 <그림1>에서 보듯이 2,3월에는 늘어난다. 다만 그 해의 사정에 따라 주로 거래되는 월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예를 들어, 2014년에는 설연휴가 1월말에 있었기 때문에 설연휴를 쉰 뒤 2월에 이사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2015년에는 설연휴가 2 18~20(토일까지 포함하면 22)까지였다. 설연휴를 쉰 뒤 이사를 한 가구들이 상대적으로 늘면서 2월의 거래량이 줄어든 대신 3월달의 거래량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올해는 설연휴가 2월 초순이어서 2월중에 이사를 마무리한 가구들이 2015년보다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지난해 2월 거래량에 비해 거래량이 늘어났다는 것은 기사의 주장을 뒷받침할 별다른 근거가 되지 못한다.

 

그렇다고 전월세 가격이 다시 크게 증가하는 흐름이 나타나는가. 해당 기사는 전셋값이 44개월 연속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하면서도 그 오름세가 최근으로 오면서 크게 꺾였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는다. <그림2>에서 볼 수 있듯이전세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 이후로 점차 둔화되고 있고, 특히 지난해말부터는 전세가 상승률이 크게 떨어졌다. 이 흐름에서 큰 반전이 일어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해당 기사는 전세가가 오를 것으로 지레짐작하고 있다.


<그림2>

주)국민은행 주택시세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사실 전세값은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주택 매매가격이다. 한겨레 보도처럼 전월세 거래가 늘었다고 전세가가 뛰는 것이 아니다. <그림3>에서 보듯이 전세가는 매매가에 거의 연동하고 있다. 전세가가 뛰니까 매매가가 뛴 것 아니냐고? 그런 측면도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겠으나, 그것은 높은 매매가를 합리화하기 위해 정부부터 나서서 전세가를 끌어올렸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매매가가 전세가의 기준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림3>에서도 충분히 미뤄 짐작할 수 있다. 2014년 중반까지 비교적 안정됐던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의 상승률이 그 해 7월부터 뜀박질하기 시작했고, 2015년 거의 내내 상승률이 높았다. 정부의 빚 내서 집 사라정책 때문이었다. 그 흐름에 전세가 상승률이 연동하고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이겠는가. 즉 집값이 올라서 전세가도 오르고 있는 것이다. 집값이 안정되면 전세가도 안정된다. 글이 길어지니 생략하지만, 대구, 경북 등 최근 집값이 가장 많이 뛴 지역의 전세가도 가장 많이 뛴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대구 경북에 갑자기 인구가 늘어나서 전세가가 뛰었을까.


<그림3>

주)국민은행 주택시세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다시 한겨레 기사 이야기로 돌아가자. 한겨레 기사는 겉으로는 전월세난을 우려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사의 취재원들은 부동산업계 사람들이고, 엉뚱한 근거를 사용하면서, 그 근거마저 부적절하게 해석하고 있다. 그러면서 전월세난이  다시 심화될 것처럼 무리하게 전망한다. 이런 기사를 접한 집주인들은 쾌재를 부르며 다시 전월세를 높여부를 것이고, 세입자들도 올려줘야 하나 보다 생각하게 될 것이다. 사실 지금의 전월세난의 많은 부분은 이해관계를 가진 건설-부동산업계와 이를 방조하는 정부 못지 않게 지금의 전월세난을 확대재생산해온 언론의 책임도 적지 않다. 한겨레가 그런 의도로 기사를 썼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 한겨레의 이번 기사는 겉으로는 전월세난을 우려하는 듯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부추기는 기사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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