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집값이 급등하자, 정부여당도 주택 공급 확대 정책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급기야 수도권의 그린벨트지역을 풀어서까지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서울 집값이 공급 부족 때문에 발생한다는 주장은 얼핏 들으면 그럴싸하지만, 실은 틀린 주장이다. 왜 그럴까.
주택 공급 부족 때문이라면, 왜 주택보급률이 서로 다른 지역의 집값이 연동해서 움직이며, 최근 몇 년간 제주·경북 등 주택보급률이 높은 지역의 집값이 더 뛰었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 더욱이 지난 10년간 수백만호의 주택이 공급되고 주택보급률이 꾸준히 올랐음에도 집값은 계속 오르는 데 반해 자가보유율(자기 집을 소유한 비율)은 제자리걸음을 지속하고 있다. 심지어 서울의 자가보유율은 오히려 뒷걸음쳤다. 실상이 이렇다면 도대체 주택을 공급하는 의미가 무엇인가. 이는 집값상승의 원인이 공급부족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공급되는 주택의 상당수가 실수요자가 아닌 다주택자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방증할 뿐이다.
또한 공급이 부족해서 집값이 뛰는 거라면, 올해와 내년의 서울 입주물량은 최근 10년 평균치보다 더 많은 편이니 오히려 집값이 예년보다 떨어져야 정상이다. 그것도 이른바 집값이 가장 많이 뛴 강남 지역에 입주물량이 집중돼 있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이들 언론들은 이런 사실은 무시하고, 앞으로 문재인정부의 규제 때문에 주택 공급이 부족해질 테니 집값이 오른다고 주장한다. 또한 같은 논리라면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4년 하반기부터 분양시장 규제와 재건축 규제를 풀어 주택 공급을 대폭 늘린다고 했을 때는 집값이 떨어졌어야 했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당시 주택 가격은 분양 아파트와 재건축 가격을 중심으로 오히려 가파르게 올랐다.
결국 공급부족이 아니라 투기적 가수요가 들끓고 있기 때문에 집값이 뛰는 것이다. 투기적 가수요가 들끓다 보니 상대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에 속지 말아야 한다. 주택은 일반 공산품과 달리 해당 지역에 국한돼 공급될 수밖에 없어 공급을 단기간에 크게 늘리기 어렵다. 그렇다면 수요, 특히 투기적 가수요를 관리해야 한다. 강남지역에서 공급을 늘린다면서 각종 규제를 풀어 강남 재건축의 사업성을 높여준 결과 투기적 가수요만 더욱 부추겼을 뿐이다. 최경환 전 부총리가 재건축 규제를 대폭 풀 때까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던 강남 재건축시장이 왜 공급을 늘리기 위해 규제를 풀었을 때 가격이 뛰었나.
한편 강남 집값을 잡는 방법으로 강남을 대체할 지역을 개발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이 또한 이치에 닿지 않는 주장이다. 아파트 한 단지를 짓는데도 최소 2, 3년이 걸리는데, 강남 같은 지역을 조성하는 데는 최소 10년 이상이 걸린다. 시간도 시간이이지만, 막대한 공공자금이 투입돼야 한다. 지금 강남 집값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는 막대한 세금을 수십년간 투입해 개발한 영향이 크다. 강남 같은 곳을 더 조성하자는발상은 말은 싶지만, 현재의 부동산문제를 해결할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실제로 강남을 대체할 신도시를 만든다고 발표하는 순간, 해당지역에 투기수요가 들끓어 오히려 땅값, 집값을 더 뛰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노무현정부 시절 강남권 대체 신도시로 판교신도시를 조성했지만, 판교발 투기 열풍만 불렀을 뿐임을 상기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온갖 진단과 처방이 난무해서 어지러워 보이지만, 결국 차분히 바라보면 결국 투기적 가수요 때문에 생겨난 발등의 불을 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공급 확대책은 당장 발등의 급한 불을 끄기보다는 얼음을 얼려서 불을 끄려 하는 식의 대책이다. 지금은 한 바가지의 물이면 된다. 그 한 바가지의 물은 분양시장과 기존 주택시장 가리지 않고 주택대출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투기적 가수요의 돈줄은 가계부채다. 자기 돈만으로 집을 사는 사람은 소수다. 우리 연구소가 조사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16년 하반기 기준으로 당시 강남구 개포주공 3단지에서 빚을 안고 집을 산 가구 비율이 74%나 됐다. 아파트 소유자가 직접 살지 않는 비율도 92.8%에 이르렀다. 그만큼 실거주 목적이 아닌 투자 또는 투기 목적으로 아파트(또는 입주권)를 사는 수요가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당장 어려운 경제상황이나 지역별 부동산경기의 차별화 현상, 한국은행의 미온적인 태도 등을 고려할 때 집값을 잡을 만큼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리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주택대출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 된다. 한 바가지의 물로 끌 수 있는 불을 굳이 얼음을 얼려가며 끌 필요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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