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언 블로그

선대인 소장이 개인블로그에 올린 글입니다.

한국의 전기차 생산과 보급이 느린 이유

2018-11-06

최근 국내에서도 전기차시장이 커지고는 있지만, 세계적 흐름과 비교하면 아직까지는 많이 뒤쳐진 상태다.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알릭스파트너스가 발표한 2017년 세계 각국의 전기차 주행거리(e-Range)를 보면 1위인 중국에 비해 한국은 50분의 1에 불과하다. 인구 차이를 감안해도 너무 적다. 2017년 4분기 주요국의 신차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노르웨이가 15%로 1위를 차지했고, 아이슬란드(4.4%), 네덜란드(2.0%), 스위스(1.5%), 스웨덴(1.1%)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반면 한국의 전기차 비중은 0.4%로 세계 평균치인 0.6%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처럼 국내 전기차시장이 다른 주요국에 비해 더디게 성장하는 주된 요인으로 우선 인프라 부족을 들 수 있다. 한국환경공단 자료에 따르면 일반 소비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전국의 전기차 충전소는 올해 10월 기준 7,267곳이다. 주로 대형마트나 관공서 등에 설치되어 있어 아직까지 주유소처럼 대로변에서 찾아보기는 어렵다. 네덜란드의 경우 전국에 3만3천개의 충전소가 있고, 독일과 프랑스에 각각 2만5천개와 1만6천개가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일본의 경우 2016년에 이미 전기차 충전소 숫자가 주유소를 추월했다. 더구나 국내 전기차 충전소들 가운데 급속충전소 비중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주행중 충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완속충전소가 절반이 넘어 마음 편히 전기차로 운행하기 어려운 것이다. 


여기에 현대차가 수소차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전기차시장의 성장이 기대에 못 미치는 이유다. 폭스바겐과 GM, 다임러, 볼보, 르노 등 주요 자동차 회사들이 각국 정부의 정책방향에 순응해 전기차 생산계획을 대대적으로 발표하는 상황에서 현대차는 뚜렷한 전기차 양산 전략을 내놓지 않았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된 CES 2018에서 현대차는 수소차인 넥소(NEXO)를 홍보하는데 주력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언론들은 세계적인 대세를 형성한 전기차보다 오히려 수소차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부각하는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물론 수소차가 기술적으로 상당한 장점도 있다. 예를 들어 1회 충전시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300~400km인 반면, 수소차는 600km가 넘고 충전시간도 3~5분으로 전기차에 비해 훨씬 짧다. 하지만 수소차 한 대당 가격이 여전히 7,000만원(넥소 기준)에 가깝고 수소차 충전소 구축비용이 30억원으로 매우 높기 때문에 대중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정책이 세계 자동차산업의 트렌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주요국 정부들이 전기차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책을 펼쳐왔으나, 지난 정부는 이를 역행했다. 대표적으로 2016년 4월에 테슬라의 모델3 예약판매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전기차 대중화가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당시 박근혜정부는 보조금을 줄여 급속충전기 사용료를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했다. 


문재인정부도 충분히 강한 의지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수소경제 분야에 올해보다 5배 많은 2,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편성했다. 또한 이달 4일에 열린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에서는 수소차 보조금 지원을 2018년 746대에서 2019년 2,000대로 늘리고, 수소차 충전인프라 확충 보조금도 같은 기간 186억원에서 810억원으로 335% 늘리기로 했다. 아직까지 전기차 보조금에 비해서는 적은 액수(2019년 4,573억원)이기는 하다. 하지만 전기차시장의 성장이 뒤진 상태에서 아직 본격화하지 않은 수소차산업 육성에 과도한 예산을 쓴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이 같은 수소차 지원을 합리화하기 위해서인지 일자리위원회는 2022년까지 수소차 관련 일자리가 전기차 관련 일자리(690개)보다 두 배 이상 많은 1,480개나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전망치다. 10월 1일에는 ‘국회 수소경제포럼’이 출범하기도 했다. 이를 보면 수소차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는 현대차에 정부와 정치권, 언론들이 끌려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게 한다.


현재 중국과 독일, 영국, 프랑스, 인도 등 주요국들은 전기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로드맵과 시간표를 제시하고 있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도 경쟁력 있는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와 공격적인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와 한국정부가 세계적인 대세와는 다소 동떨어진 ‘갈라파고스식 혁신’에 치중하는 것처럼 보여 우려스럽다. 한국 정부와 업계가 현실을 냉엄하게 직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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