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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선대인의 눈/울산이 디트로이트가 안 되려면

#정부정책#산업/기업 2015-11-26

중국의 성장률 둔화로 한국 수출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중국 경제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중국 경쟁사들이 무서운 속도로 생산능력을 확대하면서 한국 업체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발 충격’의 범위는 석유화학과 자동차, 조선 등 제조업 전반에 걸쳐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세계 최대 자동차공장과 최대 조선소, 그리고 세계 2위의 정유공장이 위치한 울산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의 제조업 위기론이 끊임없이 불거져 나오는 상황에서 공업도시 울산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울산의 고도성장을 견인해 왔던 주력산업들이 위기에 처하면서 울산의 미래 또한 낙관하기 어려워졌다. 세계 경제의 회복 지연과 중국의 수요 감소 및 중국 기업들의 자급률 향상, 엔저에 힘입은 일본의 수출경쟁력 강화 등 울산의 주력산업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울산시가 미국의 대표 공업도시에서 쇠락한 도시로 전락한 디트로이트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미국의 디트로이트는 1950년대부터 세계 자동차산업의 메카로 불리며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메이커들의 본고장이자 미국 최고 부자도시로 명성이 높았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석유파동과 일본 자동차업계의 거센 도전, 안이한 경영진과 생산성을 뛰어넘어 과도한 요구를 내건 노조의 대립 등이 겹치며 쇠락의 길을 걷다가 결국 2013년에 180억 달러의 부채를 안고 파산했다.
물론 울산은 자동차산업 하나에만 거의 의존했던 디트로이트와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울산 역시 제조업 중심의 소수 주력산업과 대기업에 편중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 이들 산업이 중국의 추격 등 심각한 리스크 요인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루빨리 과감한 산업 구조조정과 함께 새로운 미래 혁신산업을 키워야 하는 것이 해법이지만, 이미 울산이 직면한 위기를 금방 벗어나기란 어려워 보인다. 이는 미국 디트로이트와 샌프란시스코가 대응한 방식의 차이를 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디트로이트는 당시 일본 자동차업계의 공습이 거세게 몰아칠 때까지 과거의 영화에 젖어 지역적 차원에서 다양한 산업 포트폴리오를 갖추려는 노력을 게을리했다. 지리경제학자인 엔리코 모레티 교수의 지적처럼 “디트로이트의 실수는 아직 생태계를 갖고 있을 때 그 생태계를 뭔가 새로운 것으로 전용하지 못한 것이었다.”


반면 샌프란시스코와 인근 지역들은 수산 및 해운물류 산업에서 벗어나 전문 서비스와 금융산업을 키웠고, 이후에는 첨단기술 기업들의 모태가 된 실리콘밸리를 형성했다. 끊임없이 혁신산업의 전진기지 역할을 한 것이다. 구글이나 아마존과 같은 기업들이 기존 사업에서 벌어들인 자금을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인수·합병에 사용해 혁신을 지속하고 사업 축을 다변화하고 있는 양상과 비슷하다. 이런 끊임없는 혁신역량이 도시와 국가의 명운을 가르는 것이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더 늦기 전에 울산이, 더 나아가 한국 경제 전체가 과감하게 미래지향적인 혁신기술 개발과 이를 바탕으로 한 기술기업 생태계 창출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이 같은 혁신을 억눌러온 후진적인 재벌 지배구조와 시장 독과점 및 불공정 관행을 혁파하는 과제도 이런 점에서 맞물려 있는 절체절명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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