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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삼성물산-엘리엇, 불꽃 튀는 공방…누구 말이 맞나?

#주식/금융#산업/기업 2015-07-16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건이 달린 임시 주주총회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삼성과 엘리엇의 싸움도 피 말리는 형국으로 비화됐다. 
 
삼성물산은 ▲해외 투기자본의 "국익" 훼손 시도 ▲합병비율 산정의 적법성 ▲시너지 효과로 이익 증대 등의 주장을 앞세워 합병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엘리엇은 ▲합병비율의 불공정성으로 "주주가치 훼손" ▲사업의 시너지효과 불확실 ▲불공정한 경영권 승계 시도 등의 논리로 맞서고 있다.
 
오는 17일 열리는 임시 주총을 앞두고 양측은 최종 변수로 떠오른 소액 주주들 표심을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양측의 주장들을 파헤쳤다.  
 
◇삼성물산 "해외 투기자본이 "국익"을 해친다"
 
삼성물산은 합병이 무산될 경우 투기성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국익에 심대한 피해를 끼칠 수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한국은 수많은 투자처 중 하나에 불과해 국내 경기가 어려워질 때 투자금을 회수하면 그만"이라며 "합병에 반대하는 것이 우리나라에 진정 이익이 될 지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국익"이라는 애국주의 프레임을 내세웠다.
 
반면 엘리엇은 "공정하지 않은 합병은 굳이 강행할 필요가 없다"며 "우리가 보유한 7.12%의 삼성물산 주식은 많은 양으로 먹튀가 가능하지 않고, 승계 필요성을 존중하지만 승계는 공정하고 다른 주주들에게 손해가 되지 않는 방법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성사는 "경영권 승계"라는 확정적인 이익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지분율은 3.38%, 이재용 부회장 지분율은 0.57%에 불과하다.
 
제일모직 최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합병으로 삼성물산이 갖고 있던 삼성전자 주식 4.1%를 흡수하게 된다. 결국 이번 합병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권 공고화 프로젝트의 마침표가 된다. 삼성 측이 표면적으로 강조하는 "국익" 속에는 이재용→통합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여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새로운 지배구조 골격을 근간으로 한 이재용 부회장 개인의 "사익"이 숨어있는 셈이다.
 
선대인경제연구소와 경제자유실천연합, 재벌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그룹 지배권을 몰아주기 위해 삼성물산의 가치를 현저히 낮게 평가된 합병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우량기업을 보호하는 것이냐"고 반문한다. 선대인경제연구소는 "삼성물산의 이익이 국민의 이익도 아니지만, 지금 벌어지는 사안은 삼성물산의 이익이 아니라 많은 개인투자자를 포함한 주주들의 이익을 희생해 이 부회장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라며 "이 부회장 사익이 국민의 이익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엘리엇 "불공정한 비율 산정으로 주주가치 훼손됐다"
 
삼성물산과 엘리엇이 다투는 핵심 쟁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이 적정한가 이다. 엘리엇은 국제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보고서에서 제기한 "보유 자산가치가 큰 삼성물산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고 제일모직의 주가가 높은 상황에서 시가를 기준으로 1대 0.35로 합병 비율이 결정됐기 때문에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한 합병안"이란 주장을 근거로 이번 합병비율의 문제섬을 지적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의결권 행사 관련 외부 자문계약을 맺은 서스틴베스트와 한국기업구조지배원 역시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합병 반대를 권고하고 있어 엘리엇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다만 국민연금은 이 같은 권고를 무시하고 합병 찬성 쪽으로 사실상 의사결정을 마쳤다.
 
엘리엇은 법정 공방도 이어갔다. 합병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하다며 "주주총회의 소집통지와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현행법상 합병비율 산정이 적합한 만큼 주주총회 소집을 막을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엘리엇은 이외에도 삼성물산이 자사주를 KCC에 처분한 것을 막아달라며 주식처분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자사주를 우군인 KCC에 매각, 의결권을 삼성이 되살리자 이에 대한 항변이었다. 동시에 "KCC가 삼성물산의 합병가액인 주당 5만5767원보다 고가인 7만5000원에 삼성물산 자기주식을 취득한 것은 KCC와 그 주주들에게 손해를 초래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삼성물산의 주당 공정가치가 10만597원 내지 11만4134원이라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던 엘리엇 자신의 주장과 모순된다는 문제가 있다.
 
◇"합병 시너지로 이익 증대" vs "시너지 효과 미미하다"
 
삼성물산은 이번 합병이 계열사 간 시너지를 높이고 장기 기업가치도 높이게 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면 엘리엇은 이번 합병으로 얻는 시너지 효과는 미미하다고 반격한다.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계열사로 거느린 제일모직이 삼성물산과 합병에 성공할 경우 삼성바이오사업의 최대주주로 등극, 신수종 사업으로 점찍은 바이오 사업에 대한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각각 운영해 온 건설 부문을 통합, 건설사업 경쟁력 제고 및 운영 시너지 창출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다 상사 부문의 글로벌 운영 경험과 인프라를 활용, 패션·식음료 사업의 해외진출 가속화와 새로운 사업기회 발굴 가능성도 시너지효과로 꼽고 있다.
 
이에 따라 합병회사의 매출은 2014년 34조원에서 2020년 60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삼성물산은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엘리엇은 양사 간 합병으로 어떠한 이익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돌아오는지 구체적 설명이 부족하다고 공격하고 있다.
 
건설 부문의 경우 삼성 측은 합병회사의 매출이 202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 6.5%를 기록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엘리엇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지난 6년간 연 평균 매출 성장률이었던 14.0%보다도 적은 수준"이라며 "두 회사간 건설사업에는 공통점이 없어 시너지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고 일축한다. 제일모직에 대해서도 "자체적으로 수익을 내는 사업이 거의 없고, 바이오 의약품 부문 손실 등을 안고 있는 회사"라고 혹평했다.
 
엘리엇은 모건스탠리 등 주요 투자은행의 리포트들도 공개, 논거를 강화하고 나섰다. 모건스탠리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건설사업 부문의 매출을 분석하면 의미있는 개선이 있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합병을 통한 건설사업 시너지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해 엘리엇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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