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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지금 집 사면 너무 위험하다

#부동산#가계부채 2015-03-16

최근 많은 언론들은 ‘사상 최고의 거래량’이라는 표현을 내세우며 주택가격이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돌아설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주택거래량 급증이 사상 최대의 주택담보대출 폭증을 동반하고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보도하지 않고 있다. 이때 사상 최대 주택담보대출이라는 표현은 주택거래량처럼 1·2월분에 한정되는 것도, 2006년 이후로 한정되는 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주택담보대출 폭증이다. 주택거래량 급증이 동전의 한 면이라면, 주택담보대출 급증이 동전의 다른 면이다. 대다수 언론은 동전의 두 면 가운데 전자만을 강조하며 ‘집값이 바닥이니 지금 집을 사야 한다’는 주장을 여과 없이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후자까지 함께 고려하면 ‘지금의 거래 증가는 매우 위험한 상태이며, 지속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런데도 이런 측면에 대해서는 그 어떤 언론들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

이제 구체적으로 최근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살펴보자.

2014년 1년 만에 가계대출이 67.6조원 늘어났다. 2011년을 제외하면 2003년 이후 사상 최대 증가폭이다. 그런데 지난해 늘어난 가계부채의 거의 대부분이 바로 주택담보대출이었다. 지난해 예금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95.2%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즉 지난해 예금은행 가계대출 증가액 38.5조원 가운데 36.7조원이 주택담보대출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막대한 부채 증가를 동반한 거래 증가로 주택가격은 얼마나 뛰었을까. 국민은행 가격 기준으로 부동산 폭등기였던 2006년 전국의 아파트와 주택 가격은 각각 14.4%, 12.2% 상승했다. 그런데 2014년 아파트와 주택 가격은 2.5%와 2.1% 상승하는 데 그쳤다. 2006년과 2011년을 제외한 평균 가격 상승률 1.5%, 1.7%와 큰 차이가 없었다.

여기에서 주택 가격이 1% 상승하는 데 주택담보대출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연도별로 비교해보자. 참고로, 주택가격 상승률이 마이너스였던 2012년과 가격 상승률이 1%에 미치지 못해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의 왜곡이 일어난 2013년은 비교에서 제외했다. 2014년에는 주택 가격 1%당 17.3조원이 늘었는데, 이는 2006~2011년 평균 4.57조원의 3.78배나 많다. 또한 주택 가격 1%가 상승하는 데 늘어난 주택거래량도 2006~2011년 평균 28.99만건에 비해 1.63배 높은 47.4만건이나 된다. 이 사실을 뒤집으면 지난해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산 가계들은 향후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가능성이 예년에 비해 훨씬 높으며, 그들이 떠안아야 하는 부채부담도 훨씬 크다는 것이다.

정부가 사상 최대의 부채를 일으켜 가계로 하여금 집을 사게 했으나, 집값 상승폭은 상대적으로 매우 미미하다. 이런 식의 주택거래 증가는 지속될 수 없으며, 더 이상 대출을 늘릴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하면 주택거래량과 집값은 빠른 시간 안에 다시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렇게 집값이 떨어지면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가계 또한 급증하고, 그 하우스푸어들이 떠안게 되는 부채부담도 그 어느 때보다 커지게 된다. 더구나 한 번 늘어난 부채는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기 때문에 개별 가계뿐만 아니라 길게 봐서는 주택시장과 한국 경제 전반에도 큰 부담과 충격이 될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알고도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살 텐가. 그리고 그걸 부추기는 정책을 계속 쓸 건가.

< 선대인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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