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에 80만원 안팎의 기업형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을 내놓은 데
대해 경제지들이 환영하고 나섰다. 경제지들은 서울을 중심으로 중산층이 부담 가능한 임대 주택이라는 정부 발표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전·월세
세입자들에게 미칠 영향 등을 점검하고 분석하는 데는 소극적이었다.
국토교통부는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형 주택임대 사업 육성을 통한 중산층 주거혁신 방안’을 올해 핵심 정책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대통령에게 업무보고 했다.
국토부는 기업형 임대주택의 임대료를 지역에 따라 보증금 3000만~1억원, 월세 지방 40만원, 수도권 60만원, 서울 80만원 안팎으로
추산했다. 국토부는 서울의 경우 ‘중산층’이 많이 사는 지역인 서울 상계동을 기준으로 보증금 1억400만원에 월세 70만원(전세전환율 6%),
보증금 8100만원에 월세 81만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도권은 보증금 6200만~8000만원에 월세 26~53만원, 지방은 보증금 3000만~3900만원에 월세 26만~30만원 가량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경제지 1면 ‘8년·브랜드 임대주택’ 내세웠으나 현실화
될까
정부는 기업형 임대주택 세입자를 위해 최대 8년간의 안정적인 주거지 보급과 연 5% 이상 임대료를 올릴 수 없다는 상한선을 뒀다. 반면
민간임대사업들에게는 각종 택지·기금·세제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가 발표한 안에는 그린벨트를 풀어 기업형 임대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경제지들은 14일 1면에 관련 기사를 배치하면서 ‘8년 장기 임대’나 ‘브랜드 임대 아파트’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한국경제는
1면에 <8년 임대 푸르지오·자이 나온다>라는 기사를 배치하면서 대형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 이름을 직접 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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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 1월14일자 1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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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건설사 반응은 미온적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국내 주택 시장 20~30%를 위해 50%를 넘는 해외 시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브랜드 이미지 타격 등을 이유로
대형 건설사들이 임대주택건설 진출을 꺼린다고 전했다.
건설사·사업자 위한 페이지
다수…세입자 득실은?
경제지들은 건설사와 임대사업자를 위한 지면배치에 비중을 뒀다. 정작 ‘중산층’을 위해 짓겠다는 임대주택이지만 수요자인 세입자의 득실을
따지는 분석은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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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3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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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와 매일경제 등은 주택임대 관련 기사로만 2개면을 채우기도 했다.
건설사와 임대주택 사업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것이 대부분이다.
경제지들은 정부가 기준 금리(2% 대)를 뛰어넘는 5~6% 고수익률을 보장하고 저렴한 토지 공급, 세제 혜택 등을 사업 참여 건설사에
제공하기로 했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반면 임대주택에 입주할 세입자의 득실을 따지는 분석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수도권의 경우 월세가 80만원 가량으로 추산됐지만 이같은 월세 비중이 중산층에 ‘부담이 된다’는 지적은 거의 없다. 서울경제는 한 국토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화성 동탄2신도시 공공임대리츠의 임대료는 월 61만~69만원이고, 인천 도화 민간임대리츠는 41만~51만원선인데 경쟁률이
각각 2.2대 1과 7.6대1을 기록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며 “비슷한 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뉴스는 4면 기사 제목을 <중산층용 싼 임대주택 공급>이라고
뽑았다. 기사에서는 브랜드를 다는 만큼 “분양주택 이상의 고급자재를 사용하고 일부는 서울 한남동 ‘한남 더힐’처럼 최고급 주택 형태로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오히려 고급화 가능성을 타진했다.
한국경제는 부동산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일각에선 월 임대료 50~60만원은 중산층도 부담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지적한다”며 기업형
임대주택의 소비자 수요가 많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경제가 14일자 지면에서 건설사의 이해득실을 따진 데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이다.
우려보다는 ‘환영’ 논조가 우세
경제지 논조는 대부분 국토부 정책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이다. 서울경제는 “서민층 주거지원에 집중했던 주택 정책의 외연을 중산층으로까지
확대했다는 점에서 기존 임대 정책에서 진일보 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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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낸셜뉴스 31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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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는 사설에서 “주택시장의 변화 흐름으로 볼 때 기본적으로 맞는 방향”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서울경제는 건설업계를 향해 “월세로
옮겨가는 주택시장 흐름이 분명한 만큼 무조건 수익보장만 요구하지 말고 이번 대책을 시장진입의 호기로 삼아 적극 참여하기를 기대해본다”고
했다.
매일경제도 사설에서 “소유에서 거주로 집에 대한 개념이 바뀌는 추세를 반영하면서 치솟는 전셋값과 빠르게 진행되는 전세의 월세화 등 주택임대
시장 변화에도 발을 맞췄다”고 평가했다. 이어 “좋은 입지에 지어진 기업형 임대주택이 빨리 선보일 수 있도록 해보라”고 주문했다.
파이낸셜뉴스 역시 “집을 소유가 아닌 거주 대상으로 보는 이들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라며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은 이 같은 시대변화에
부응한 괜찮은 정책”이라고 했다.
국토부의 이번 정책은 주택 임대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가파르게 전환되고 있는 시장 흐름을 반영한 결과라는 게 경제지들의 평가다. 하지만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검증이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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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경제 3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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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은 1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실제 주택 임대
시장이 매매와 월세로 재편되는 흐름이지만 정부가 할 일은 그에 편승해 건설사의 수익률을 높게 맞춰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선대인 소장은
“주거안정성 측면에서 중산층의 주거비용 충격을 완화해 줘야하는 데 반대로 가고 있다”며 “경제지들은 이런 지적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대인 소장은 “경제지들이 이런 정부 흐름에 제동을 걸지 못하고 오히려 건설업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학자나 관계자들만 인용해 정부 정책만
분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