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인경제연구소
"서민 전세, 강북서도 멸종 위기.. 전세의 월세화?" -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
앵커:
< 투데이 이슈점검> 시간입니다. 전국 아파트 평균가격보다 비싼 전셋집이, 무려 100만 가구에 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만큼 전셋값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는 건데요. 정부에서 전셋값 잡는다며 이런저런 정책들을 내놓고 있습니다만 뚜렷한 성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죠. 오늘 전세난 이야기, 그리고 정부의 주택 정책에 대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선대인경제연구소 선대인 소장, 전화로 연결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이하 선대인):
네, 안녕하세요.
앵커:
전국 아파트 평균가격보다 더 비싼 전셋집이 100만 가구에 달한다는 뉴스가 나왔던데, 아파트를 사는 것, 즉 내집마련을 하는 것보다, 비싼 전세가 많단 이야긴가요?
선대인:
아니요. 그런데 조금 주의해서 읽을 필요는 있습니다. 이게 물론 요즘 전세값이 계속 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지표이긴 한데요. 다만 기사에 제목이나 이런 것을 보면, 마치 집값보다 전세값이 더 비싼 집이 100만 가구인 것 처럼 오해할 수 있거든요. 그게 아니고, 전국의 아파트 가격 평균을 쭉 냈을 때 그보다 비싼 고가전세집이 100만 가구쯤 되더라, 그런 이야기를 하거든요. 어쨌거나 비싼 전세가 많다는 것은 분명하죠.
앵커:
전에는 100만 가구에는 훨씬 미치지 못했던 모양이죠?
선대인:
최근 몇 년 사이에 전세값이 많이 뛰지 않았습니까? 그러다보니까 고가 전세가 많이 늘어났다는 것인데요. 그걸 아마 부동산 집계 업체에서 정보를 모아서 내 놓은 모양입니다.
앵커:
그나마 서민들을 위한 지역이라 여겨졌던 강북, 강북지역에서도 2,3억원대 전세가 크게 늘었다던데?
선대인:
그렇죠. 그나마 강북에 전세가가 낮은 지역이 꽤 있었는데요. 이런 지역에도 2,3억원대 전세가 크게 늘면서, 전세구하려는 분들이 상당히 고통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앵커:
매번 드리는 질문입니다만 전셋값이 왜 이렇게 계속 오르는 겁니까?
선대인:
저는 정부나 건설업계, 부동산 업계의 분들과 생각이 조금 다른데요. 정부에서는 집값 상승 기대가 없어서 전세로 눌러 앉으려고 해서 그렇다고 하는데요. 물론 초기에는 일부 그런 면이 있었는데, 지금 나타나는 현상은 제가 볼 때는 안전한 전세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보증금을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는 전세, 이런 것이 많아야 하는데요. 예전처럼 집값은 뛰지 않고, 또 빚을 지고 있는 집주인들이 굉장히 많지 않습니까? 그러면 선순환을 통해서 깨끗한 전세로 시장에서 돌고 돌아야 하는데, 지금 정부는 계속 깨끗한 전세가 만들어지는 것을 계속 방해하고 있거든요. 계속 집값을 떠받쳐 주다보니까 집주인들은 빚을 잔뜩 안은 상태로 버티고 있고, 또 한편으로는 저금리 상황에서 계속 세입자들에게는 빚내서 집 사라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집주인들에게 부채부담을 떠넘기기 위해서 자꾸 월세, 가뜩이나 안전한 전세가 부족한데 월세 쪽으로 자꾸 돌리게 만들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더더욱 전세난이 심각해지는 것이죠.
앵커:
그동안 정부에서 내놓은 여러 정책들이 전혀 효과가 없었다고 봐야 할까요?
선대인:
저는 효과가 없었다는 것을 넘어서요. 정부가 사실상 전세값을 안 떨어트리고 있다. 집값을 떠받치기 위해서, 전세값이 높은 집값을 합리화 하는 수준으로 계속 높이 유지되는 것이 좋고, 또 한편으로는 한국에서 전세로 일반가구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살고 있는 것을 오히려 비정상적이다. 이런 식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전세가가 오르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내놓고 말은 못합니다만, 관련된 전문가들 토론이나 정부의 발표 내용을 보면 그런 의식이 깔려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지금 전세가를 떨어트리는 것이 정부의 목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최근 정부에서 내놓은 기업형 임대주택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선대인:
짧게 말씀드리기는 어려운데요. 기본적으로 정부 정책은 일반가게들을 위한 정책들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부동산 업계나 건설업계, 또 소수의 부동산 부자분들을 위해서 부동산 시장을 재편하고 있는데요. 지금 전세제도라는 것은 우리나라에만 있고, 또 집값이 계속 상승할 때 형성된 제도이긴 한데요. 앞으로 계속 부동산 하락기라고 할 때, 전세제도는 점점 줄어들기 마련이긴 합니다. 그런데 정부가 이야기하는 중산층들을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전세를 통해서 상대적으로 집값의 고통을 덜 받았던 것 아닙니까? 그럼 전세난이 심각하면 전세가를 안정시키는 그런 대책을 내놔야 하는데, 이번에도 전세가 대책은 거의 없고, 중산층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월세를 공급하면서, 여기에 살아라, 이런 식의 대책을 내놓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일반 가게는 왼쪽 다리가 가려운데, 오른쪽 다리를 벅벅 긁고 있는, 그런 상황에서 정책들이 일반 가게들의 가려운 점을 긁어주지도 못하지만, 실효성이 크게 높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앵커
정부의 주택 정책이 전세에서 월세로 돌아섰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선대인:
정부의 전세대책이라는 것이 크게 없었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는데요. 전세대책이라고 포장은 했지만, 대부분은 빚내서 집사라고 하거나, 이건 사실은 전세 대책으로 포장한 집값 떠받치기 위한 대책이고요. 또 전세 대책을 굳이 뽑자면, 전세대출 자금을 올려준다. 금리를 낮춰준다. 이런 것이었는데요. 이건 사실 지금 전세값이 높은 상태인데 빚을 더 빌려줄테니 이 높은 전세값을 받아줘라, 그래서 길게보면 전세값을 유지시키는 정책을 해왔던 것이죠. 그런 정책 외에 특별히 기억할 수 있는 정책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정부의 대책에는 전세 대책이 사실상 없었거요. 빚내서 집사게 하는, 매매쪽으로 유도하는 대책이거나, 아니면 전세는 옛날제도이니 월세 쪽으로 가자, 이런 식의 대책 밖에 없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선대인 소장께서 보시기에, 서민들의 주거 불안 해소를 위해 가장 시급한 해결책은 뭐라고 보세요?
선대인: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부동산 업계나 건설업계의 말만 듣고, 그분들이 자꾸 민원으로 요구하는, 이번 대책도 사실 건설업계나 부동산 업계에서 몇 년 동안 줄기차게 주장해온 내용들을 정책으로 포장해서 내 놓은 것이거든요. 그런데 서민들이나 일반 가구에서 필요한 대책들은 내놓은 것이 없습니다. 늘 대책은 서민 전월세 대책이라고 하지만, 서민 전월세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 없거든요. 그래서 이제는 정부가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 그런 정책기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정부가 자꾸 무리하게 빚내서 집사게 하지 말고, 지금도 가계 부채가 너무 많아서 소비위축까지 오고 있고, 내수 침체가 지속되는데, 당장은 충격이 있더라도 부동산 거품을 점진적으로 빼가는것이 길게보면 한국 경제를 위해서 유리하고, 그렇게 소득도 늘어나고, 소비지출 여력이 늘어나는 것이 내수도 활성화 되는 길이다. 그렇게 생각하고요. 정부 정책의 근본적인 기조변화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민간에만 자꾸 의존하지말고, 정부 스스로가, 공공임대주택이 부족하면 정부 스스로가 공공임대주택을 적극적으로 공급할 의지가 있어야죠.
앵커:
알겠습니다. 선 소장님 말을 정부 당국에서 되세겨 듣고, 실행에 옮겼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선대인경제연구소 선대인 소장과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선대인: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