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下) 전문가 제언
▲ 법인세·소득세 인상 한 목청, 국민대타협위 논의 촉구
“부자 증세” “전 계층 분담” … 세율 등 각론에는 이견 박근혜 정부의 조세정책이 ‘증세 없는 복지’라는 도그마에 빠져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복지수준을 높일 의지가 있다면 국민을 상대로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솔직하게 얘기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어떤 세금부터 얼마나 올릴 것이냐 등 각론으로 들어가면 의견이 갈린다. 증세를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필요한 이유다.
일단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법인세와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를 올려야 한다는 점에는 전문가들도 대체로 동의한다. 박훈 서울시립대 법학부 교수는 22일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있고, 세계적으로도 경쟁적으로 법인세를 낮추는 분위기는 없어진 만큼 법인세 증세를 먼저 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법인세를 올리면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고 물가에 주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1%포인트 정도 올려 효과를 보고 단계적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현재 38%인 소득세 최고구간 세율도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도 “법인세와 고액자산가의 소득세를 같이 올려야 한다”며 “이건희·정몽구 회장 같은 슈퍼리치가 대기업 임원과 같은 세율을 적용받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총소득에서 각종 공제를 뺀 과세표준 구간이 1억5000만원이 넘는 소득분에 대해선 소득세 최고세율 38%를 적용하고 있는데 1년에 1억5000만원 버는 사람과 100억원 넘게 버는 사람에게 똑같이 38%의 세금을 떼는 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반면 진정한 복지국가로 가려면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모든 주체가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세금의 바닥을 높여야 한다는 논리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보편적 복지로 가려면 전 계층의 세부담 증가는 피할 수 없다”며 “저소득층의 세부담은 절대 건드리면 안된다고 하는 건 진정한 복지 증세에 관심이 없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는 소득세율을 일률적으로 10%씩 올려 사회복지세로 쓸 것을 주장해온 오건호 ‘내가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의 생각과도 비슷하다. 오 위원장은 현재 6%(과세표준 1200만원 이하), 15%(1200만원 초과 4600만원 이하), 24%(4600만원 초과 8800만원 이하), 35%(8800만원 초과 1억5000만원 이하), 38%(1억5000만원 초과)인 세율을 각각 6.6%, 16.5%, 26.4%, 38.5%, 41.8%로 올려 증가분을 복지재원으로 쓰자는 제안을 내놨다. 오 위원장은 “공제변경 등으로 편법증세를 하면 국민들이 분노할 수밖에 없다”며 “정직하게 증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밝히고 국민대타협위원회를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진 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세금을 덜 내고 복지혜택을 덜 받을지, 세금을 더 내고 복지수준을 높일지에 대한 의견을 묻고 공론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다만 “세율을 높이기 전에 우선 정부부터 세출 구조조정을 하고, 탈루세액을 적극 찾아내 거두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로소득세에만 손대지 말고 부동산과 주식, 금융 등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은 “재벌 3·4세들 가운데 승계 과정에서 편법·불법적으로 세금 안 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라며 “부자들이 내야 할 세금, 자산과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가 제대로 안되면 근로소득세를 아무리 손대봐야 소득 불평등을 완화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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