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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한국 경제에 몰려오는 먹구름

#정부정책 2014-12-01


초유의 실험이었던 양적완화가 드디어 끝난다. 양적완화라는 돈의 힘에 많이 기댔던 나라일수록 양적완화가 끝나는 과정에서 통증이 클 것이다. 한국 경제도 상당한 취약점을 갖고 있다.

대표적인 게 2008년 경제위기 이후에도 공공과 민간부문 가리지 않고 엄청나게 폭증한 부채와 국내에 유입된 막대한 규모의 단기 글로벌 투자자금이다. 우선 2014년 2분기 현재 이 나라 전체의 이자성 총부채가 3400조원을 넘는다. 그런데 미국은 양적완화 종료 단계를 넘어 2015년 이후에는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브레이크를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대다수 국내 언론에서 보도된 ‘상당 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한다는 표현 때문에 많은 시간이 남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오산이다. 그래봐야 내년 상반기에서 2016년 초 사이로 예측되고 있으니까. 물론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고 해서 무조건반사처럼 한국 금리가 따라 움직일 거라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양적완화에 따라 전 세계에 뿌려졌던 달러캐리트레이드 자금(미국의 저금리 자금을 빌려 해외의 상대적 고금리 자산에 투자한 자금) 가운데 상당액이 결국 미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2014년 2분기 현재 외국인의 국내 투자 총액은 1조52억 달러인데, 이 가운데 주식이나 채권 등 증권시장에 투자된 금액이 6471억 달러를 넘는다. 전체 외국인 투자 총액 가운데 61.5%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4019억 달러(달러당 1055원 적용 시 424조원)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1분기 이후 국내 증권시장에 들어왔다. 이들 자금은 미국 금리가 인상될 경우 상당 부분 빠져나갈 수 있다. 이 자금들이 급격히 빠져나가면 주가 급락, 환율 급등, 채권가격 하락(채권금리 상승) 등 트리플 악재가 재연될 가능성이 커진다. 급격한 자본유출을 완화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끌어올려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될 수 있다. 이 같은 시기가 언제가 될 것인지, 그 폭이 어느 정도가 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미국 금리인상 이후 길어도 1년 안에는 국내 금리도 어떤 식으로든 오를 공산이 커진다. 이대로라면 길게 잡아야 2년 안팎의 시간이 우리 앞에 남아 있는 셈이다.


이런 판에 미국을 제외한 다른 세계 경제권은 거꾸로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 이른바 세계 경제의 비동조화가 극심해지고 있다. 유럽연합은 디플레 우려가 높아지고,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제도 한 단계 가라앉고 있다. 한국의 최대 수출 경합국인 일본은 무제한 양적완화를 바탕으로 한 엔저로 위협한다. 미국이 견조한 회복세를 이어가며 금리를 올리는 가운데 우리의 주요 수출시장인 다른 경제권마저 가라앉으면 설상가상의 상황이 된다. 물론 다른 경제권의 경기침체가 심해지면서 미국 경제마저 다시 침체로 반전돼 금리인상 일정이 수정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세계 경제가 동시에 침체에 빠져든다는 점에서 역시 반길 상황이 아니다. 이래저래 한국 경제의 예상 가능한 앞날은 험난하다.

결국 남은 시간 동안 한국 경제의 취약 요인을 개선하는 게 그나마 최선의 방책이다. 이미 한국 경제는 부채 구조조정을 너무나 오랫동안 미뤄왔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주택대출 규제완화와 각종 ‘빚 내서 집 사라’ 식의 대책을 거둬들여야 한다. 그리고 주택대출 규제를 점진적으로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하고 부동산 거품을 빼나가야 한다. 또한 여전히 ‘좀비업체’로 연명하는 부실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과 ‘시장 청소’를 서둘러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많은 시간이 주어져 있지 않음을 정부와 기업, 가계가 깨달았으면 한다.

< 선대인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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