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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흔드는 LTV·DTI가 뭐길래

#부동산 2014-07-08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김동민 기자 life@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에 정·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판도라 상자’인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거듭 천명해서다. 

LTV와 DTI 규제는 도입한 지 10여 년 동안 수차례 논란이 된 사안이지만, 파급효과가 큰 만큼 첨예한 대립 속에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최 후보가 강력한 의사를 표명한 만큼 이번에는 무게감이 다르다.  

현재 LTV와 DTI 완화를 놓고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는 주장과 가계부채 심화로 ‘대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정부 주체들도 저마다의 상황에 따라 엇갈린 주장을 쏟아낸다. 결과에 따른 책임의 크기가 보통 사안과 달라서다. 

금융권은 ‘실세 총리’ 임박에 최근 찬성 쪽으로 기우는 정치적 행태를 보이지만, 부동산 금융규제 완화에 늘 부정적이었다. 

가계부채와 은행 건전성 관리를 해야 하는 이들로서는 지극히 당연한 태도다.

반면 건설시장 활성화와 집값 부양 등을 목표로 하는 국토교통부는 건설업계의 주장을 대변하면서, 긍정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LTV·DTI는 도대체 뭔가=LTV와 DTI는 대표적인 부동산대출 규제다. 대출금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방법으로 규제하는 만큼, 규제·완화에 따른 파급효과가 크다.

먼저 LTV(Loan To Value ratio)는 담보가치(주택가격) 대비 대출비율을 말한다. 즉 은행들이 주택을 담보로 대출해줄 때 적용하는 대출가능 한도다. 

주택대출 LTV·DTI 및 현황. 자료=연합뉴스 제공


2002년 9월 처음 은행권에 도입됐다. 부동산시장이 이상 과열하면서 담보대출로 말미암아 가계·금융 부실 위험성이 커지자 60%가 넘는 대출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주택투기지역 아파트에 대한 10년 만기 대출은 은행·보험의 경우 40%,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는 50%다. 같은 주택투기지역이라고 해도 주택은 은행 60%, 상호금융 70%, 여전사는 70%다. 

예를 들면 주택담보대출비율이 50%라면 시가 5억원짜리 아파트는 최대 2억5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실제 대출금은 더 적은 게 보통이다. 경매 처분 시를 대비, 방 1개당 소액임차보증금을 빼고 대출해 준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세입자에게 우선권이 주어져서다.

DTI(Debt-to-income ratio)는 총부채상환비율을 말한다. 담보대출을 받는 채무자의 소득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대출금의 비율을 정해 둔 제도다. 

연간 원리금의 상환액과 기타 부채에 대해 연간 상환한 이자 합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높다고 인정된다.

예를 들면 연소득이 5000만원이고 DTI가 50%라면 매년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의 합이 2500만원을 넘지 않도록 대출액이 정해진다. 

DTI는 2005년 도입 이래 투기지역에서만 40%로 적용됐지만, 2012년 시행된 DTI 규제 보완방안에 따라 최대 15%p 이내에서 가산·감면비율이 적용된다. 

◇DTI·LTV완화 의견분분=전문가들은 DTI·LTV완화를 실시한다면 단기 부양 효과에는 이견이 없었다. 다만, 효과가 얼마나 지속할지,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시기가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주장이 엇갈렸다. 

금융규제 완화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자금여력이 늘어나는 만큼 주택구매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가계부채 증가로 다시 내수부진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방안 등의 대안을 내놓는다면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DTI 조정은 국회를 거치지 않고 행정부가 결정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다. 경제 수장이 그런 시각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부동산 시장에는 활성화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실장은 “DTI를 폐지해 금융기관 자율에 맡겨도 우려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LTV는 담보 여력이 강남이나 강북, 대도시나 중소도시에 따라 지역적으로 달라서 비율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금융규제 완화로 가계부채 증가가 우려된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가계부채는 부동산 문제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절반이 생계형 대출”이라며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면 오히려 생계형 대출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반면, 금융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대출 규제 완화 파급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장침체 근본 원인이 경기악화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와 집값 회복 기대 심리 저하 등에 있어 대출금이 늘어난다 해도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것.  

실제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부동산 규제완화로 주택시장이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한 응답자는 32.7%에 불과했고, 60.0%는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은 금융규제 완화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했다.

그는 “2008년 미국 금융위기가 5% 정도에 불과한 서브프라임론 대출이 부실화되면서 일파만파로 번졌다”며 “현재 집값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LTV를 완화하면 특히 수도권에서 60~100%에 달하는 고부채 가구 비율이 급증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정부는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방안 등 기존의 대책으로 늘어나는 빚을 막겠다고 하는데, 그동안 아무런 효과가 없지 않았느냐”며 “피치에서도 국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60%를 초과해 다른 선진국보다 훨씬 높다고 우려했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측에서도 “부동산 불황은 2000년대 부동산 거품경제가 없어지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규제완화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려는 것은 시장을 왜곡시켜 또 다른 부작용을 불러 온다”고 지적했다. 

김지성 기자 k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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