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인경제연구소
“감세 정책의 본래 이름이 뭔지 아세요? 바로 ‘경제 재도약과 서민경제 지원을 위한 세제개편안’입니다. 감세정책은 부자들 세금 깎아준 거예요. 부자들 세금 깎아주면 그만큼 서민들 부담이 늘어납니다. 이게 무슨 서민경제 지원입니까?”
선대인경제연구소 선대인 소장은 이명박정부 동안 3대 국세(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증가추이 그래프를 보여주며 감세정책의 폐해를 지적했다. 직접세인 소득세와 법인세 비중은 줄어든 반면 간접세인 부가가치세 비중은 늘어났다. 같은 기간, 4대 국세 증가율 역시 소득세는 -3.6%, 법인세는 5.2% 증가에 그친 것과 달리 부가가치세와 유류세는 20%를 웃돌았다. 간접세가 늘어나면 소득의 역진성이 높아진다. 소득이 낮은 사람이 더 높은 세부담을 지게 되는 것이다.
![]() [이명박정부 기간에 직접세는 줄고 간접세는 늘었다 / 사진=선대인경제연구소] | ||
무려 60조. 이명박 정부가 지난 5년 동안 조세 감면과 비과세로 고소득층에게 세제혜택을 준 금액이다. 이처럼 세금자체를 걷지 않거나 적게 걷는 것을 ‘조세지출’이라고 한다. 소득공제, 세액공제, 비과세 감면이 이에 해당하는데, 80%가 소득세와 법인세에 해당한다. 이런 각종 혜택을 받아 기업들이 실제로 내는 법인세 부담은 명목세율보다 상당히 낮다. 2010년 법인세 명목세율은 22%였으나, 실효세율은 그보다 5.4%포인트 낮은 16.6%였다.
조선일보, 법인세 때문에 기업하기 어렵다고?
선 소장은 ‘한국은 법인세 부담이 높아 기업하기가 어려우며 삼성이 한국을 떠날지도 모른다’고 으름장을 놓은 조선일보 칼럼(’만일 삼성이 한국을 떠난다면?’ 2011,4,17)을 강하게 반박했다. 칼럼 필자는 “우리나라 최고법인세율(22%)이 대만(20%), 싱가포르(17%), 홍콩(16.5%)에 비해 높다”며 “아시아 주요국들과 경쟁하려면 세율을 낮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널리즘스쿨 학생들에게 “홍콩, 싱가폴, 대만은 어떤 나라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여러분 홍콩, 싱가폴, 대만은 어떤 나라들입니까? 인구가 3백만에서 5백만 명 정도 밖에 안 되는 도시국가입니다. 내수 규모가 충분하지 않아 해외자본을 유치하거나 교역을 중개해 먹고사는 나라죠. 그러니 법인세율도 낮고 조세도피처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이런 국가들을 예로 들며 한국의 법인세 부담이 높다고 주장하는 것은 왜곡에 가깝습니다.”
![]() [선대인 소장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학생들에게 "언론인이라면 정부를 비판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 사진=배상철] |
선 소장은 “2012년 기준으로 OECD국가들 중 우리나라보다 명목법인세율이 높은 나라들이 한국보다 GDP나 1인당 국민소득에서 앞섰다”며 “법인세가 기업의 생산활동에 큰 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한국보다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들이 자본유치를 위해 세율을 인하하다 위기를 맞았다”며 “내수 규모가 작은 아일랜드와 아이슬란드는 세율 인하로 자산 버블이 있어났고,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국가부도 위기 직전까지 몰렸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면 법인세율이 높은 나라일수록 못 살아야 되죠? 한번 보겠습니다. 법인세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어디죠? 일본, 미국입니다. 이들이 못 사나요? 프랑스, 벨기에, 포르투갈, 독일, 호주, 노르웨이, 뉴질랜드, 이탈리아 등 이 국가들 모두 한국보다 법인세율이 높은데 우리나라보다 못사는 나라는 없습니다.”
기획재정부의 기만, 비판 능력도 없는 언론사
![]() [대기업의 법인세 부담이 줄어드는 한국의 실효법인세율 구조 / 이하 사진=선대인경제연구소] |
“이 표를 보세요. 처음엔 기업소득의 규모가 커질수록 부담이 점점 높아집니다. 그런데 이게 법인소득 500억 이하까지만 높아지다가 그 이후로는 도로 낮아져요. 특히 5000억 이상 기업이 42개밖에 안 되는데 세율이 더 낮아요. 여기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가 다 몰려 있습니다.”
비과세 감면 혜택이 재벌기업들에 집중되다 보니 2010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각각 11.9%와 16.5%였다. 실제로 2007~2010년 사이 5000억원 이상 대기업의 법인세 부담은 줄어 들었다.
선대인 경제연구소는 한, 미, 일, 대만 4개국의 포춘 500대 기업 중 상위 3대 기업의 법인세율을 분석했더니 한국이 명목 대 실효세율의 편차가 가장 큰 나라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그 편차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기업은 삼성전자다.
“문제는 대한민국의 어떤 언론도 이게 무슨 문제인지, 왜 기획재정부 보도자료가 기만인지 아무도 비판하는 언론을 보지를 못했다는 겁니다. 여러분은 다를 거 같으세요? 좋은 뜻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고 실력을 쌓아야 합니다. 이런 흐름을 읽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선 소장은 “기획재정부가 대기업 혜택에 대한 비판을 받으면 보도자료를 낸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는 규모별 실효세율이 중소기업 13.1%, 대기업 17.7%로 대기업이 많이 내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눈속임에 불과하다.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기재부 보도자료 속에는 자의적으로 제외한 50억 이상 200억 이하 규모의 실효세율이 제외되어 있었지만 이를 지적하는 기자가 없었다고 한다. 선 소장은 “한국 언론들이 기재부 자료를 읽어낼 실력이 없다”며 “비판하는 기자가 되기 위해 실력을 다질 것”을 당부했다.
반값등록금운동, 등록금 상승폭 꺾었다
소비자물가를 1975년 100으로 놓았을 때, 2012년에는 소비자물가가 9.69배 올랐다면 등록금은 국공립대 23.5배, 사립대 28.6배까지 올랐다. 소비자물가보다 대학등록금이 2, 3배 빨리 오른 셈이다. 이런 상황은 가계와 학생, 학부모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고, 결국 2011년 전국 대학생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반값등록금 실현’을 요구했다.
“목소리를 내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을 여기서 알 수 있어요. 2011년 반값등록금 운동이 일어나 사회적 의제가 되었을 때 등록금 상승폭이 꺾였습니다. 목소리를 내면 되는 겁니다. 이명박 정부가 착해서 등록금을 낮췄다구요? 웃긴 이야기구요.”
![]() [2006~2007년 OECD 국가별 국공립대 등록금 현황. 한국의 대학등록금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
선 소장은 학생들에게 국가별 등록금액 수준을 보여주는 그래프를 하나 보여주었다. 그래프에서 미국이 첫 번째로, 한국이 두 번째로 등록금 수준이 높았지만, 선 소장은 표와 달리 “한국이 전세계에서 대학등록금이 가장 높은 나라”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장학금 혜택도 많지만 무엇보다도 국립대 비중이 우리나라보다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 국공립대 비중이 24%지만, 미국은 66% 정도다.
“미국에서 전형적인 학생들은 국공립대 다닙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전형적인 학생들이 사립대 다니죠. 그런데 한국의 사립대 등록금은 미국 국공립대 등록금보다 더 비쌉니다. 이해되셨나요? 그러니 한국의 등록금이 가장 비싸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선 소장은 우리나라 국공립대 인프라가 약한 점을 지적했다. 유명 사립대들이 담합하듯 등록금을 끌어올리면, 대부분 사립대들이 등록금을 따라 올리는데 그것을 국공립대가 견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고등교육 예산 증액을 내놓았다.
“한국의 고등교육 재정지출 비율은 OECD국가 가운데 뒤에서 6번째입니다. GDP 대비로 하면 뒤에서 두 번째예요. 한국 정부는 수십 년 동안 ‘인재가 자원인 나라’라고 했지만, 정작 교육재정지출은 세계경제포럼 회원국 127개국 가운데 71등 수준이에요. 토건에 쏟아 붓는 재정을 교육문화 분야로 구조조정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서울 아닌 제천에서 공부하고 계신데, 제게는 굉장히 흐뭇한 광경입니다”
임대소득은 불로소득인데도 거의 탈세
그는 한국의 많은 문제들이 ‘수도권 과밀’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20대 대학생들이 서울 수도권으로 대거 몰려가면 졸업 후에도 수도권에 눌러 살게 된다는 것이다. 선 소장은 수도권 인구 순유입의 65%가 수도권 대학진학을 목적으로 올라오는 학생이라고 했다.
선 소장은 매년 교육예산을 10조 정도로 늘릴 것을 주장했다. 우리나라 고등학교의 80%, 대학의 45%를 국공립으로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다. 그는 “경북대, 부산대, 충북대 등 국립대를 한국 1,2,3대학으로 만들고, 국립대는 양질의 교수를 뽑아 순환보직을 시키고, 대학등록금을 무상으로 제공하면 5~10년 뒤에는 지방 수험생들이 지방 국립대로 진학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예산 재원 마련 방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여러분 장관 청문회만 하면 그동안 안내고 있던 증여세, 상속세 등에서 온갖 탈세가 드러나는 거 보셨죠? 사실 못 밝혀내는 게 아니라 안 밝혀내는 겁니다. 우리 정부는 국세청, 국민건강보험공단, 금융정보분석원,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통해 과세자료를 다 확보할 수 있습니다. 추적하고 과징할 수 있는 인프라는 다 갖고 있습니다. 의지만 있으면 재원은 마련할 수 있습니다.”
선 소장은 “임대소득과 같은 불로소득에 대해 집주인 95%가 세금을 안 내고 살았다”며 “내더라도 실효세율이 2.5%에 불과해 OECD국가 가운데서도 엄청 안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지 않는 점에 대해서도 성토했다.
“연봉이 수천만원만 되도 20% 가까운 소득세를 내는데, 운 좋게 주식투자를 해서 1억을 번다고 해도 주식거래세를 약간 내고 나면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전혀 세금을 내지 않습니다. 3억에 집을 사서 9억에 팔아 6억의 시세차익을 남겨도 세금을 안 매깁니다. 대단한 나라죠.”
엉뚱한 데 세금 쓰니 안전 ‘무방비’
그는 ‘세금을 제대로 걷는 것만큼 세금을 제대로 쓰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금을 제대로 걷지도 않고 엉뚱한 곳에 쓰니 우리나라에는 ‘공공소득 이전을 통한 불평등 감소효과’가 거의 쥐꼬리 수준이다. 아래 표를 보면 OECD 평균에 한참 못 미친다.
![]() [OECD 국가별 공공소득이전과 불평등 감소 효과] |
“세금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사람들 삶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의에 빠져 좌절한 사람이 세 모녀 자살 사건처럼 자살을 택하지 않을 수 있고, 우리 아이들의 인성교육을 위한 교육예산에 보탤 수 있습니다.”
그는 무엇보다도 세금혁명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국정 책임자가 철학과 비전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강조했죠. 하지만 2014년 소방방재청 예산을 실제로 뜯어보면 제대로 된 예산이 없습니다. 세금을 엉뚱한 데 잘못 쓰고 있으니 세월호가 침몰하는데도 한 목숨도 구하지 못한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