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남구 대치동 부동산 중개업소 밀집지역. 사진=김동민 기자 lif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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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매맷값 대비 전셋값)이 68.8%로 2002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02년과 20014년은 높은 전세가율을 나타냈다는 점에선 같지만, 시장 분위기는 판이하게 다르다.
2002년은 부동산값 폭등의 시작점이다. 소위 ‘전세가율 60% 공식’이 먹혀들면서 활발한 전세의 매매전환이 나타났다. 전셋값이 매맷값의 60%에 도달하면서 “차라리 집을 사자”는 논리가 작동했다.
그러나 최근 시장 상황은 전혀 다르다. 매매전환은 고사하고 전셋값이 매맷값을 추월하는 기현상 발생지역이 늘어나는 형국이다. 치솟는 전세가율에도 2002년과 달리 매매전환이 이뤄지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가계소득 감소와 부채 증가로 구매력 있는 수요가 줄어든다는 점과 집값이 여전히 비싸다는 점을 주요인으로 거론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가계신용은 1024조8000억원이다. 지난해 말보다 3조4000억원 증가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 중 주택 관련 부채가 절반가량이다.
2005년에 500조원을 넘어선 지 10년이 안 됐지만, 그 두 배로 규모가 커졌고 지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그만큼 집을 살 여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소득과 비교해 부채수준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역시 비슷한 흐름이다.
피치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비율이 이미 160%를 초과해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 미국의 비율은 142%였다.
여전히 집값이 비싸다는 점도 주택구매를 꺼리게 한다.
선대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서울 아파트 실질가격(1986년 1월~2014년 2월)은 1986년 1월을 100p로 봤을 때 2000년 초반이 90p대, 정점이던 2007~2009년 175p대, 2014년 2월 141.1p다.
2000년대 내내 오르던 집값은 2007~2009년 머리 꼭대기에 오른 후 현재 어깻죽지 약간 아래까지 내려온 상태라는 분석이다. 대세 하락기 중에서도 마지막이 아닌 전반부라는 것.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센터 팀장은 “집값 회복이 묘연하고 부채 증가와 경기악화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로 삼중고인 상태”라며 “‘미친전세’가 주택구매 전환이 안 이뤄지는 것은 집 사기를 꺼리는 게 아니라 살 수 없어서다”라고 말했다.
김지성 기자 k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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