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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월세 변화…"반전세" 등장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한국의 전세 시장이 저금리 기조와 주택 가격 하락 등으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15일 보도했다.
산업화 과정에서 형성된 전세 시스템이 저금리와 주택 가격 하락으로 점차 월세로 전환되면서 "반전세"라는 또 다른 독특한 임대 시스템도 등장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독특한 임대 시스템인 전세는 196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국가 주도의 산업화로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었고, 빠른 도시화는 집에 대한 수요를 증대시켰다.
그러나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로 세입자들의 예치금 즉 전세는 이자가 없는 집주인들의 부동산 자금 조달처가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예치금은 다시 세입자들의 주택구입 자금의 기반이 되면서 전세 시스템은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에게 환영받는 제도였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수십 년간 월세는 가난과 동일시됐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금리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집주인들이 수익을 보전하고자 전세가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세입자들은 저금리 대출을 통해 전세가 인상분을 메우기 시작했고, 2009년 이후 이러한 대출은 60조원으로 두 배가량 급증했다.
문제는 세입자들의 저금리 대출 증가가 그동안 주택 버블 억제와 은행의 위험 대출 손실 보호라는 전세 시스템의 주요 이점 중 하나를 훼손시켰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전세는 그동안 개인 간 거래였다는 점에서 한국의 가계 부채 통계와 평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계산에 포함되지 않았다.
전세 대출을 집계한 한국은행 자료도 2009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선대인 소장은 그러나 임대주가 보유한 전세금 역시 부채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300조원에 달하는 전체 전세 자금 중 약 절반가량이 제2, 제3의 부동산 차입에 사용됐을 것이라며 이를 주택 대출에 포함하면 평균 LTV 비율은 50% 미만에서 75%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했다.
작년 11월 한국은행은 370만명의 전세 임대주의 10%가량이 전세금을 세입자에게 돌려주기 어려울 수 있다고 추정한 바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가운데 저금리 기조와 주택 가격 하락 등으로 이미 점점 더 많은 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2012년 34%에 달했던 월세는 작년 40%로 증가했다.
주목할 것은 일부 집주인들은 여전히 전세 시스템을 고수하지만 세를 낸 부동산의 담보대출을 갚고자 막대한 돈을 사용하는 집주인들은 전세금 상승분을 월세로 돌리면서 반전세라는 독특한 시스템이 나타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반전세 시스템 역시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것으로 점차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고 전했다.
ysy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