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7일 서울의 아파트 단지들 [뉴스1]
주택 시장이 짙은 안개에 휩싸였다. 집값에 영향을 주는 호재와 악재가 얽히고설킨 탓이다. 선대인 소장·권대중 교수 인터뷰
선 소장 “지난해 말 하락 사이클 진입”
권 교수 “저가·고가 사이 양극화 지속”
우선 악재가 몰려온다. 국내·외 경제 환경이 급격히 악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주택시장 규제책인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검토하며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호재도 많다. 지난달 말 한국과 미국이 연이어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저금리 기조가 심화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상반된 견해를 가진 전문가 2명에게 서울 아파트 시장에 대한 전망을 들어봤다. 선대인 경제연구소장과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다.
권=“9억원 미만 아파트와 9억원 이상 아파트가 양극화하고 있다. 9억원 미만은 정부 규제에 따른 하락세가 이어진다. 9억원 이상은 가격 상승 압력이 커졌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가 추진되면서 재건축 위축, 3~4년 이후 공급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선=“2014년 이후의 상승기를 지난해 말 마감하고 다시 4~6년간의 하락 사이클에 접어든 가운데 일시적·기술적 반등이 나타났다. 이른바 ‘부동산 스타 강사’들이 유튜브에서 ‘향후 정부가 화폐 개혁을 하면 집값이 뛴다’며 투자·투기를 부추긴 영향도 있다.”
지난 4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연합뉴스]
선=“하락 사이클 중간중간 현재와 같은 일시적 반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대출 규제가 강하고 경기 불확실성이 커 반등 폭이 커지기는 어렵다. 앞으로 4년간 예년보다 30~40% 많은 입주 물량이 서울에 쏟아질 예정인 것도 영향이 있다.
물론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96%가량(2017년 기준)에 그치지만, 이는 저소득층이 대부분인 1인 가구를 분모에 대거 편입한 통계 개편 때문이다. 종전 기준으로는 이미 2014년에 104%가량이었다. 올해는 110%에 육박할 것이다.
또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개발 공약 등으로 집값을 자극할 수 있지만, 대세 반등을 만들기는 역부족이다. 하락 사이클이 끝난 뒤 가격이 반등할 수 있으나, 과거와 같은 큰 폭의 상승 사이클은 어렵다.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하는 탓이다.”
권=“지속적인 규제 정책이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 가격 상승세로 전환, 정권이 연장되면 고가와 저가 아파트 사이의 양극화가 가속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서울 아파트 전반의 전망은 어둡지 않다. 공급 부족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2017년 말 현재 서울에는 약 395만 가구가 살고 있는데, 주택 수는 약 287만 채에 불과하다. 한 집에 여러 가구가 사는 다가구 주택 등이 많은 영향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8·27 대책을 내놓으면서 수도권에 3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인정한 셈이다. 주된 공급 수단인 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어려워지면서 공급 부족은 심화할 전망이다.”
(현재 ‘서울에 공급이 부족한지 충분한지’에 대해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주택가격을 결정하는 요인.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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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변수별로 살펴보자. 조만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권=“신규 분양 시장에서 단기적으로 가격 안정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분양자에게는 낮은 가격의 주택 공급, 다시 말해 ‘로또’를 안겨줄 전망이다.
그러나 건설사 등 공급자 입장에선 분양가 상한제가 수익 감소로 이어져 공급 축소, 저급 자재 사용, 부실 공사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현상은 2~3년 후 공급 부족, 재고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선=“조합원 입장에서 재건축 분담금이 늘어나지만 기대 수익이 확 꺾인다. 그럼 재건축 투자·투기 수요를 잡을 수 있고 집값 안정화로 이어진다. 일각에서 "분양가상한제를 확대하면 공급이 축소돼 집값이 뛴다’고 하는데 틀린 것이다. 만에 하나 분양가상한제 확대에 따라 공급이 줄어들지라도 2022년까지는 앞서 말한 대로 예년보다 30% 이상 많은 공급 물량을 더 걱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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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장기화하고 있다.
권·선=“금리가 인하하면 집값 상승에 영향을 주지만 저금리는
저성장의 반영이라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여기에 대출 규제도 상당하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권=“만일 경제 위기가 오면 전국의 아파트값이 떨어지겠지만, 서울은 상대적으로 덜 떨어질 것으로 확신한다. 수요가 꾸준하고 공급을 늘릴 택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선=“경제 위기 가능성은 작다. 국내에선 가계 부채가 최대 리스크인데, 금리가 급등할 가능성은 작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론 중국 기업 부채가 제일 위험한데, 중국 정부의 경제 통제력이 강하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선대인 경제연구소장(왼쪽)과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기사원문 : https://news.joins.com/article/23544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