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경제에 어떤 영향이 있나요?“일단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제외가 조중동과 경제지를 중심으로 한 기득권 언론이 이야기한 거처럼 그렇게 큰 타격이 있지는 않아요, 우리가 충분히 극복할 수 있어요. 그런데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우리보다 일본이 잃는 게 더 많아요.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면 일본의 노림수는 반도체 생산 공정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들을 공급 제한함으로 우리 반도체 산업에 타격을 주겠다는 거죠.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한국의 삼성전자나 하이닉스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고 한국 정부도 강한 의지를 실어서 대응에 나서고 있잖아요. 그래서 대체 수입선이나 국산 소재를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어요. 물론 일부 소재의 경우 실제로 양산에 적용하는 데까지 짧게는 5~6개월 안에 되는 것도 있지만 길게 가는 건 1~2년 안에 대체가 어려운 부분도 있거든요, 하지만 한국은 어떤 상황에 놓이면 매우 빠르게 적응한다는 게 중요합니다. 그동안 우리가 부품이나 소재를 일본에 의존하는 게 편해서 그랬지 마음먹고 개발에 착수하면 일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개발할 겁니다. 한국 사람들은 ‘한다면 한다’는 근성이 있거든요.
더구나 한국반도체산업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게 큽니다. 전 세계 메모리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잖아요, 이걸 한국에 공급하지 않으면 세계에서 3등 하는 마이크론 같은 회사가 금방 시설을 증설해서 한국 수준의 메모리를 바로 공급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공급이 줄어들면 반도체 가격은 팍 뛰어 버려요. 그럼 한국 반도체 산업 입장에서 보면 실제 나쁜 장사가 아니에요. 물론 이제 수량 자체가 줄기 때문에 삼성이나 하이닉스에 공급하는 기존 소재나 부품, 장비 업체들은 타격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게 아주 심각한 정도까지는 가지 않을 거고요.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도 공급이 줄어드는 대신 가격이 확 뛰어서 실적이 좋아진다고 하면 관련 협력 업체들에 일정하게 단가를 올려준다든지 해서 보상해 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거예요. 그렇게 하라는 사회적 압력이 생길 거고요. 그러면 반도체는 실질적으로 큰 타격을 입지 않아요.
그러나 거꾸로 일본이 입을 피해는 굉장히 명확하죠. 일단 일본 소재산업은 굉장히 큰 타격을 입어요, 왜냐면 한국이 최대 매출처거든요. 전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70%를 점유하죠. 물론 비메모리 시장까지 중국, 대만, 미국으로 다양한 매출처가 있기는 하지만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굉장히 큰 매출처거든요. 이 매출이 확 줄어드는 거예요.
이재용 부회장의 약간 언론 플레이용 쇼인 측면도 있지만, 어제 삼성 반도체 앞으로 ‘재팬 프리’를 선언했어요. 일본산 소재나 원료 쓰지 않겠다고 이야기했잖아요. 근데 일본이 수출 규제를 더 확대하지 않고 심지어 거둬들인다 하더라도 삼성의 기본적 방침이 바뀌지 않을 겁니다. 왜냐면 언제든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삼성이 경험했잖아요. 그러면 일본 소재산업이 입는 타격은 확실해요. 삼성은 다시는 이런 도발이 벌어지지 않게 이번에 본보기로 일본 소재업체들 가운데 한두 개쯤은 철저하게 죽일 겁니다.
이렇게 되면 일본 반도체 2차 몰락이 시작됩니다. 2012 NEC와 미다치가 합작해 세운 엘피다라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가 도산했거든요. 그러면서 일본의 반도체 메모리 산업이 몰락했는데 그나마 남아있던 일본의 반도체 소재산업이 몰락까지는 아니라도 큰 타격을 입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건 확실하고요. 이게 잘하면 일본 반도체 산업 2차 몰락을 촉발하는 방아쇠 역할 할 수 있어요.
거기 더해 일본의 소니라든지 샤프 등 전자 기업들 그리고 전기 자동차에 반도체가 많이 들어가거든요. 이런 건 공급 물량이 줄며 가격이 뛴다고 하면 이 기업들은 훨씬 비싼 가격으로 써야죠. 지금 일본의 IT업체 10개를 다 합쳐도 삼성전자 하나의 수입에 절반 정도밖에 안되거든요. 그 정도로 영업 이익이 낮은 장사를 하는 건데 이 업체들에 공급받는 반도체 가격이 뛴다면 이 기업의 영업 이익은 더 줄어들죠.”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日사태, ‘재벌 기득권 강화’ 명분 돼선 안돼…‘이재용 구하기’ 예의주시”
-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아니라는 주장도 있는데.
“전 시간이 우리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단기적으로 타격입지만 길게 보면 시간이 걸려도 일본 소재산업 대체하게 될 거고요. 그럼 일본이 입는 피해는 명확한데 우리는 단기적 타격이 있지만, 중장기적 시간이 가면 타격을 벗어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국내에 상대적으로 기술 수준이 낮은 소재산업 키울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죠.”
- 소재부품 우리나라가 만드는 건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주장도 있던데.
“반은 맞고 반은 틀려요, 맞는 부분이 그런 측면이 있기 때문에 반도체가 국제 생산 구조로 생산된 거거든요. 예를 들어 일본의 소재 미국의 장비 독일의 부품 소재를 활용해서 삼성이나 하이닉스가 반도체를 만든 거고 메모리 쪽은 삼성이나 하이닉스가 잘하지만 파운드리 같은 경우 TSMC가 만들고 칩 같은 건 인텔이 장악하는 국제적 산업 구조가 있는 거예요. 일본 같은 경우 가성비가 상대적으로 괜찮죠. 다른 나라에 비해 일본은 이웃이기 때문에 운송비가 저렴하고 안정된 품질의 소재와 부품을 비교적 가성비 있는 가격으로 공급받을 수 있던 거죠. 그게 국제 분업구조 속에 상호 의존 관계였던 거예요.
그러나 일본은 물건 안 팔겠다는 거잖아요. 안정적으로 공급 받을 때야 그렇게 쓰는 건대 안정적 공급 안 하겠다고 하고 앞으로도 안정적 공급이 불안해지는 상황에서는 다른 대응책 마련해야죠, 하지만 양산하려면 규모의 경제가 돼야하기 때문에 효과적이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삼성이나 하이닉스가 적극적 구매한다고 하면 삼성이나 하이닉스 구매 물량만 해도 어마어마한 물량이에요. 그래서 국내 기업 중 납품만 가능하다면 안 만들 회사는 없죠.
지금까지는 국내 대기업들이 국내 소재 기업에 제대로 된 팔로 기회를 안 줬고 또 한편으로는 전속계약제 같은 걸 통해 다른 거래처와 거래 못 하도록 하며 단가 후려치기를 하고 어떤 경우는 기술 탈취해서 제대로 안 키우기도 했고요. 앞으로 제대로 한다는 전체하에 삼성이나 하이닉스도 국내 소재 부품 산업과 동반 성장하지 않았을 때 자신들의 공급선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아서 앞으로는 달라질 거로 생각합니다. 그러면 국내 소재산업이 충분히 클 수 있죠. 지금까지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측면도 강해요. 시간은 걸리겠지만 얼마든지 가능하고 충분히 양산할 수 있는 좋은 소재를 개발할 수 있고요. 그게 안 되면 독일, 러시아, 중국 등에서 관련 소재 수입하면 돼요. 시간 문제로 봅니다.”
- 혹시 일본의 다음 카드도 있을까요?
“일단 수출 규제 품목 확대하지 않았고 포토레지스트에 한해서 허가도 했죠. 일본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한편으로는 강공으로 나오다가 속도를 늦춘 측면도 있고요. 또 한편으로는 앞서도 이야기했듯 국제사회 비판이 쏟아지니 자기네들은 한국에 수출 금지하는 게 아니란 명분 쌓는 측면도 있겠죠. 이게 다만 기본적으로는 한국을 백색 국가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수출 규제 품목을 늘릴 여지는 얼마든지 계속 가지고 있는 거예요. 이런 게 다음 카드가 될 텐데 거꾸로 생각하면 그것 말고 일본이 우리에게 할 수 있는 다양한 카드가 있을까요? 예를 들어 여행만 하더라도 일본이 우리보다 더 큰 타격 입을 수밖에 없고 군사정보보호협정 경우에도 우리보다 일본이 더 필요한 카드죠. 그리고 일본이 이런 카드 전면적으로 사용하기 힘든 게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2011년 이후로 2016, 2017년 두 해를 제외하고는 계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요. 일본이 상대적으로 무역수지 탑 3 기록한 나라가 미국. 홍콩, 한국이에요. 한국에서 얻는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대략 23조 원 정도예요. 그럼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무역수지 흑자만 하더라도 자기들 1년 치 전체 무역수지 전체를 매울 수 있는 수준이에요. 그렇게 하지 않고 한국에 소재나 부품 수출을 줄이면 그나마 한국에서 얻던 무역수지 흑자도 포기하겠다는 거잖아요. 그럼 무역 수지 적자 규모가 훨씬 커질 수 있죠. 저는 일본이 오히려 소재 부품 가지고 일정 시기 시기 마다 카드로 쓸 수는 있겠지만 위협적 카드는 많지 않을 거예요.”

▲ 지난 7월 12일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방안 마련을 위한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이 이야기를 드리고 싶어요. 두 가지인데 한국 내부적으로 재벌 개혁 문제라든지 일자리 문제라든지 여러 가지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국제적 비교를 해보면 한국은 이미 경제적 수준도 높아졌고 커진 나라가 됐단 거예요.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3050 국가’ 소득 3만 불 인구 5천만 이상 가진 국가 중 7번째잖아요. 그런 이런 힘을 자각하지 않고 20년 전 경제관념을 가지고 일본이 세게 나오면 납작 엎드려야 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데 그건 처음부터 지고 들어가는 패배주의 접근이라 생각합니다, 오히려 일본이 착각하고 잘못 건드린 건데 반도체 전쟁은 오래가면 갈수록 우리에게 유리한 게임이라는 인식을 가지면 좋겠고요.
또 우리가 짚어봐야 하거나 대비해야 할 부분을 지적하고 문제제기 하는 선을 넘어서서 현 정부를 공격하고 일본을 두둔하고 찬양하는 토착 왜구 언론과 정치 세력들, 이게 기본적으로 한일 간 전쟁이 벌어졌을 때 적전 분열 하는 사람들이고 내부 총질하는 사람들이죠. 이런 세력들이 일제시대때 독립운동하기보다 독립운동 탄압하고 일제 앞잡이 했던 사람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또 하나는 연장선상인데 기득권 언론과 자한당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서 문재인 정부 실컷 두들겨 패면서도 한편으로 재벌들을 옹호하고 이른바 대기업들 민원을 해결해주려는 보도 태도나 발언을 계속 쏟아내고 있어요. 예를 들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한일 반도체 전쟁에서 대장 격으로 높이는 보도라든지 한편으로는 이와 관련해서 하평법이나 하감법 같은 대기업들 민원이 되는 규제를 풀라고 요구한다든지 주 52시간이나 최저임금 관련해서도 기업 도와주려면 이런 걸 완화해 주어야 한다는 식으로 몰아세우고 있죠. 우리가 일정하게 한일 간 분쟁이 발생했을 때 국민으로서 애국주의적 태도를 갖는 게 필요할 수 있고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지만 이게 더 나아가서 재벌 중심으로 하는 경제 기득권 구조를 오히려 강화해주는 명분으로 사용되면 안 되고 그렇게 사용하려고 할 때 우리는 두 눈 부릎뜨고 지켜봐야 하고요. 특히나 이재용 부회장 최종 판결 앞두고 있잖아요. 언론들이 이재용 일병 구하기로 엄호 사격하려는 게 뚜렷한데 이런 것에 대해 비판적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영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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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원문 : http://www.goba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82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