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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역습, 집값의 반란]“전·월세 상한제 도입해야” “공공부문 필요하지만 민간은 신중히”

#부동산#가계부채#정부정책 2013-08-28

(4) 전·월세난 해법 전문가 좌담

전셋값이 꺾일 줄 모르고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집주인은 월세를 선호하고 세입자는 전세를 찾으면서 수요와 공급이 엇박자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 물량이 줄어들면서 원치 않는 월세살이를 하게 된 서민들의 고통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매매 활성화를 골자로 한 정부 대책은 오히려 전·월세값을 앙등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향신문은 26일 전세난의 원인과 전·월세 세입자 보호 대책 등을 알아보기 위해 전문가 좌담을 마련했다. 조명래 단국대학교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이 좌담에 참석했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조명래 단국대 교수, 이상영 명지대 교수(왼쪽부터)가 26일 서울 새문안로 근처의 한 주택가에서 전세난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홍도은 기자

 

■ 2008년 이후 구조적 변화

-과거에도 전세 파동이 여러 차례 있었다. 지금의 전세 파동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 전세가 비율이 60%를 넘어서면 매매로 전환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는 과거 전세난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1980년대 후반 이후부터 1990년대 초까지 집값이 뛰면서 전세가도 덩달아 뛰었다. 투기적 요인이 작용한 측면도 있지만 중산층 소득에 맞는 주택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 한번 급등한 때가 1990년대 후반부터 2001년 초다. 외환위기 이후 자산가치가 크게 오르고 주택공급이 부족한 것과 겹치면서 전셋값이 크게 올랐다. 지금의 전셋값 상승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주택공급이 부족한 게 아니다. 수요자들은 집값이 전혀 오르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매매로 안 가고 전세 수요로 전환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조정되도록 하면 일정 시점 이후에는 전셋값이 안정되는데 정부가 집값 떠받치는 정책을 펴고 있는 것도 문제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 = 우리나라에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전세라는 독특한 구조가 존재한다. 전세가는 주택 매매와 아주 긴밀히 연결돼 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 매매시장과 임대시장이 단절됐다. 매매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것이다. 주택 보급률은 100%를 넘었다. 집 살 사람은 이미 다 샀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매매 거래가 떨어진 줄 알고 계속 집을 사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20여차례에 걸쳐 발표된 주택정책은 거래활성화 등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그러나 밑에 깔린 구조적인 문제는 안 건드렸다. 정부가 거기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까 전·월세 문제를 제대로 해결한 적이 없다.

이상영 명지대 교수 = 원인 진단은 다들 비슷하다고 본다.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냐가 관심사다.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상업용 시장에서 전세가 사라진 경험을 했다. 그때는 서울 강남 오피스 빌딩 시장조사를 하면 70%가 전세였다. 그러나 외환위기가 터지고 나서 건물주들이 대부분 매각을 하면서 외국계나 다른 투자자들한테 건물이 많이 넘어갔다. 그 과정에서 대부분 월세로 바뀌었다. 지난 10년 동안 완전히 바뀐 것이다. 지금 전세가 남아 있다면 단독주택과 아파트 정도다. 과거에는 매매가가 오르면 전세가가 안정되는 구조가 반복됐는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매매시장에 구조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매매시장과 임대시장이 분리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전세가 더 이상 유용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전세문제 자체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한다.

-조사를 보면 최근 3년간 월세 증가율이 가장 컸다. 주택거래 형태에서 월세가 대세로 자리잡아가나.

조명래 = 그렇게 갈 가능성이 크다. 이젠 가수요도 줄고, 은행 이자 등을 보면 월세로의 재편이 빠르게 될 가능성은 있다. 그런데 전세가 언제까지 존속할지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이다. 왜냐하면 전세가 월세로 전환하는 측면도 있지만 전세가 월세와 나눠지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임대시장에서 저가 전세보다는 고가 전세를 선호하는 사람이 꽤 있다. 그것은 집값이 오르지 않기 때문에 집을 사는 것보다 낫고, 또 월세로 가는 게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 앞으로도 고가 전세는 유지될 가능성은 있다.

선대인 = 주택시장 패러다임 전환이 깔려 있는 건 맞다. 그러나 그런 측면만으로 전세가 오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매매시장이 더 뛰지 않는다는 상황에서 과거에는 세입자한테 유리했던 전세제도가 집주인들 이해관계 입장에서 볼 때 전세가 계속 가지 않는다는 데는 동의한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수십년간 지속돼온 제도인 데다 집주인은 월세로 전환하고 싶어도 빚이 많기 때문에 당장 월세 전환은 어렵다고 본다. 전세가 수년 안에 급격히 사라지기보다는 20~30년에 걸쳐서 단계적으로 축소될 것으로 본다.

■ ‘월세 재편’ 속도가 관건

-월세전환이자율이 2002년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은행 이자율보다는 훨씬 높아 서민들의 주거 비용이 커지고 있다.

이상영 = 금리의 2배 정도다. 현재도 평균 8%대 정도는 된다. 강남은 조금 떨어졌다고 해도 6%대다. 고가니까 전환하는 게 좀 낮다고 그러는데 대체적으로 상당히 높은 것은 사실이다.

조명래 = 전·월세 상한제와 관련이 있다. 영국이 도입하고 있는 공정임대료, 적정임대료 등 다른 나라에는 임대료 형태가 여러 개 있다. 재산권자와 주거권자의 타협 결과다. 너무 과도하게 재산권자 이익만 보장되면 사회적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든지 대개 관리 대상으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방치했다가 규율하는 수단으로 하는 건데 그것을 공정임대료, 적정임대료로 하면 그렇게 시장과도 어긋나지 않는다.

-전세가가 매매가에 육박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전세가가 오르면 매매가를 밀어올리게 되나. 그렇지 않으면 매매가는 계속 떨어지고 전세가는 계속 오를 수도 있을 텐데.

이상영 = 과거에는 전세 자체가 일종의 시장의 선행지표 역할을 했다. 전셋값이 오르면 결국 시장수요가 늘고 집값이 오르는 식으로 연쇄적인 반응이 있었다. 지금은 전셋값이 많이 오르는데도 매매가는 별 다른 반응이 없다는 게 이전과의 차이점이다. 전세가가 더 오른다고 해서 이게 매매가로 전환될지는 불투명하다.

선대인 = 전세가가 매매가를 밀어올릴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현재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소형, 가격대로는 2억~3억원 가격대에서 전세 사는 것보다 차라리 집 사면 상대적으로 집값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지 않으면서 주거비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매매가를 흔들 정도냐, 그건 아닐 것이다.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임대주택을 많이 늘려야 한다고 보는데. 정부의 임대주택 정책은 어떤가.

조명래 = 임대주택 정책은 노태우 전 대통령 때부터 정권 출범 때마다 요란스럽게 떠들었지만 정권 후반기에 흐지부지됐다. 부동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세력은 여전히 매매 주택 공급을 원했다. 그런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임대주택 공급은 불가능하다. 이번 정부도 공공임대주택을 총량제가 아니라 비율제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하겠다면 그에 맞는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대표적인 게 재정이다. 주거복지가 핵심인데도 현 정부는 정책으로 꿰어가는 과정에서는 여전히 재정적인 투여에 대한 정치적 결단이 없다. 정부가 돈이 없다기보다는 재원을 배분하는 걸 가로막는 게 문제다. 연기금이나 토건 예산을 쓸 수도 있다.

■ 시장에만 맡겨야 하는가

-전·월세 상한제 필요성을 어떻게 보나.

선대인 = 기본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임대인의 우월적 지위가 굉장히 강한 상황이라 집주인이 임대료를 끌어올리려는 걸 전혀 제어할 수 없다. 일정한 가격 견제장치로서 임대료 상한제가 필요하다. 계약갱신청구권 등이 함께 실시되면 좋다. 공공임대주택을 대폭 확대하는 것과 같이 가야 한다. 한국의 노사정위원회처럼 독일은 임대료를 협의하는 결정기구가 있다. 공공기관이 적절히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협의하는 구조다. 우리는 이게 없거나 취약한 구조다. 전·월세 상한제를 반대하는 분들은 임대주택 공급이 부족해지는 걸 얘기한다. 즉 가격을 통제했을 때 수익을 충분히 올리지 못하기 때문에 공급이 줄어들고 장기적으로는 임대료가 뛴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주택 공급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전세 공급도 부족한 게 아니다. 병목현상일 뿐이다. 임차인의 권리는 어느 정도 확보해줘야 한다.

이상영 = 공공부문에서는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민간에도 법으로 강제할 거냐는 다른 문제다. 다른 나라에서 이런 임대료와 관련된 상한제나 임차권 보장과 관련한 사례를 보면 대부분 전시에 활용한 제도들이다. 영국은 제1차 세계대전, 일본은 2차 대전 때 도입했다. 많은 국가들이 비상시에 도입했는데 문제는 기존 임차인 것은 안 올리고 신규 임차인 것을 올려 문제가 됐다. 이게 이런 식으로 되면 결국 하나마나다. 현재 유럽 대륙 국가를 보면 임차인이 10년 이상 주거하는 경우도 많다. 그것은 공공임대가 충분한 나라에서 가능하다. 그러나 공공주택 공급이 극히 미흡한 상태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면 임대인들로 하여금 공급에 대한 의욕을 상실토록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신중하게 따져보고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조명래 = 시장에 맡기는 건 좋은데 어떤 시장이냐가 중요하다. 한국은 건강한 시장이 아니다. 현재는 방치된 시장이다. 과세가 제대로 되나, 투명한 관리가 안되고 있다. 지금과 같이 전세가가 매매가의 90%, 100%를 넘어설 것이 걱정되는 시장에서 최소한의 임차인 보호도 안되는 시장을 보호하려는 것은 시장에 대한 맹신이다. 우리도 민법에는 갑과 을이 대등하다고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대단히 불평등한 관계다. 영국은 공정임대료를 둘러싸고 갈등이 생길 때 조정관 제도를 활용한다. 조정관이 준사법적 판단까지 한다. 이게 과거의 제도가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는 건축비 상승분의 80%까지만 임대료 상승을 허용하고 있다. 분쟁이 생기면 임차인-임대인 연합체가 정한 가격을 따라가도록 권고하고 있다. 독일은 표준임대료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한국만 유일하게 민간 임대시장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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