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인경제연구소는 국내 민간연구소의 "미래주소"를 가늠할 수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주목된다.
선대인경제연구소가 출범한 건 지난해 7월로 처음부터 "유료콘텐츠"를 재원과 동력 삼아 연구소를 운영하고 키우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콘텐츠를 돈 주고 사서 보는 개념이 희박한 국내 환경에서 자체 생산한 유료콘텐츠에 거의 전적으로 기대는 실험은, 콘텐츠에 대한 웬만한 자신감 없이는 쉽게 시도하기 어려운 일이다.
한편으로 정부산하 혹은 대기업계열 연구소와 달리, "자금줄"이 허약한 민간연구소가 독립성을 탄탄히 견지하는 방법으로 이만한 운영모델이 없다는 점에서 안착가능성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국내 민간연구소의 경우 회원이나 후원자의 "자발적 지원"에 의지하는 게 일반적이고, 상근연구원을 최소화하는 대신 "온라인을 활용"하는 식으로 비용을 줄이기도 하지만 이는 연구소의 지속가능성 면에서 한계가 없지 않다.
선대인경제연구소는 이와 다르게 "재원 문제"에서 해방될 수 있는 길로 "질 좋은 유료콘텐츠"를 발판 삼아 도약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실제 연구소는 "SDI 리포트", "심층분석리포트", "웹진", "글로벌모니터" 등 소비층과 가격대를 달리한 보고서를 종류별로 내놓고 있다.
◇콘텐츠 유료화를 위한 다양한 실험

민간연구소가 제대로 자리잡기엔 토양이 척박한 국내 현실에서 유료콘텐츠 모델이 성공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선대인경제연구소 홈페이지 캡쳐화면)
이렇게 구매 타깃층을 정한 뒤 맞춤형 보고서를 내고 이것이 실제 시장에서 인정받아 확실히 자리잡은 곳으로는 김광수경제연구소 정도가 꼽힌다.
해외 유수 연구소에 회원과 후원자의 "자발적 지원"이 몰리는 이유가 결국 "콘텐츠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된 점을 상기하면, 콘텐츠를 고리로 선순환구조를 만들고 확산시키는 일은 매우 중요해 보인다.
두 민간연구소가 추구하는 방식이 한국이란 토양에서 훨씬 깊고 넓게 뿌리를 내리며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선대인 소장은 "이제 1년2개월 정도 지난 시점인데 사이트 개편하면서 수천명 단위로 회원이 늘고 있는 등 지금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된 것으로 본다"고 자평했다.
◇일반가계 눈높이로 경제를 진단한다

선대인 소장이 출간한 책. 선 소장은 부동산과 세금재정 전문가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다.
선대인경제연구소가 다루는 주제는 부동산, 가계부채, 재무관리, 세금과 예산, 주식과 금융, 노후문제, 정부정책, 국제경제 등으로 폭넓은 편이다.
눈여겨볼 점은 연구소가 추구하는 지향점이 "일반가계" 눈높이와 관점에 찍혀 있다는 데 있다.
이는 서민의 피부에 와닿는 경제정보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선대인경제연구소는 소개글에서 "재벌대기업들의 이해관계에 물든 왜곡된 보고서와 언론 보도로 일반 가계는 큰 혼란을 겪고 경제적 판단을 그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대인경제연구소는 저렴한 비용으로 일반 가계가 한국경제를 보는 안목을 키우는 한편 올바른 경제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선대인 소장은 연구소의 지향점을 "정직한 정보"라는 한마디로 정리했다.
정치, 사회 분야에선 차별적 관점을 지닌 자료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어도 경제이슈 만큼은 "자금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보니 "정직하지 못한 정보"가 차고 넘친다는 판단이 그 아래 깔려 있다.

누구를 위한 정보일까? "서민"에게 "정직한 정보"를 제공하는 매체가 드물다는 게 연구소 지적이다. 사진은 쌀 개방 문제를 전하는 신문 보도.(뉴스토마토 자료)
때문에 선대인경제연구소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독립적이고 수준 높은 경제미디어를 만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종합싱크탱크 목표로 5단계 장기계획 추진 중
이를 위한 작업 일환으로 각종 경제정보를 하나씩 DB(database)화 해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제공하고 DB화 한 정보를 재가공한 결과물도 별도로 내놓을 예정이다.
각 콘텐츠 역시 일정한 수준의 질을 확보해서 "유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작업은 올해 하반기 개시할 예정이며 DB 대상은 구체적으로 "재벌그룹과 공기업, 세금재정, 정치인과 고위관료의 재산형성과 정책결정을 추적 조사한" 내용이라고 연구소는 밝혔다.
연구소가 그리고 있는 대안 경제미디어는 DB화 한 경제정보가 탄탄히 구축된 위에서 이를 활용하는 방안으로 구상 중인데, 물론 이는 10년 뒤를 내다보고 벌이는 작업이다.
선대인 소장은 "총 5단계를 거쳐 궁극적으로 글로벌한 종합연구소를 만들고 싶다"며 "지금은 선대인경제연구소2.0 정도 위치에 서 있고 하반기에 연구소3.0을 위한 시동을 걸 예정"이라고 말했다.
◇"선대인" 이름 내걸고 연구소 만든 이유

자료제공:선대인경제연구소
선대인 소장은 앞서 김광수경제연구소에서 부소장을 지내며 일찍부터 부동산거품 붕괴를 경고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일종의 성역처럼 군림 중인 "언론", "모피아", "토건족"도 거침없이 비판해온 이력을 상기하면, 연구소의 향후 역할은 더욱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영향력이라고 선 소장은 밝혔다.
선 소장은 "우리 사회엔 왜곡된 정보가 너무 많다"며 "올바른 정보를 한국사회에 유통시켜 변화를 유도하고 싶다는 바람에서 연구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규모나 자금력은 삼성경제연구소에 미치지 못해도 영향력은 그것을 능가하게 만들고 싶다"는 의욕도 내비췄다.
선 소장은 "정부나 재벌 눈치 보지 않고 소신껏 연구할 수 있는 울타리를 만들고 싶다"면서 "개인적으론 그렇게 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지만 이런 사치를 혼자만 누리고 싶진 않다. 전문성 있는 인력을 키우고 토양이 척박한 민간싱크탱크의 독립적 토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