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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이 대기업 6배·개인 1.8배 늘 때 세금 증가율은 엇비슷
ㆍ대기업·고소득자 세금을 올려야 하는 이유
ㆍ기업들 감세 혜택만큼 개인 세금 부담 더해져… 실질적 소득격차 심화국가 조세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소득 재분배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 계층 간 소득 격차가 벌어지는 등 양극화로 사회통합이 약화하고 있다. 정부의 2013년 세법개정안도 조세를 통한 소득 재분배를 추구했다. 소득공제 제도를 세액공제로 전환해 고소득층의 혜택을 줄인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사회의 부(富)를 독차지하고 있는 재벌·대기업과 고소득 개인에게서 세금을 더 많이 거둬 복지예산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프랑스·
독일·영국 등 주요 선진국도 양극화 완화를 위해 저소득층의 세 부담은 줄이면서 고소득층의 세율은 올리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진보 성향의 학자나 시민단체, 야당은
법인세율을 올릴 경우 소득 재분배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소득은 급증한 반면 개인소득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14일 선대인
경제연구소 자료를 보면 2000년 대비 2011년
법인의
가처분소득은 532.9% 증가한 반면 개인의 가처분소득은 86.4% 증가에 그쳤다. 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직원에게 임금으로 나눠주지 않고 쌓아두고 있다는 의미이다. 같은 기간 법인이 낸 세금 증가율은 151.0%, 개인소득세 증가율은 141.5%로 거의 비슷했다. 법인세 증가율이 낮은 이유는 대기업에 대한 각종 비과세·감면 혜택과 지속적인 법인세율 인하 정책으로 세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기업이 세금에서 이득을 본 만큼 개인은 손해를 입었다. 법인세 감면의 혜택을 상위 1% 기업이 독차지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국세청의 2011년 법인세 감면 자료를 보면 전체 47조2502억원에 이르는 법인세 산출세액의 20%인 9조3300억원이 감면됐고, 감면액의 80%가량인 7조3400억원은 매출액 상위 1% 기업에 돌아갔다.
고소득 자영업자가 ‘절세’ 목적으로 법인을 세우는 경우도 있다. 최고세율이 38%인 개인소득세를 피하기 위해 개인사업체를 법인으로 만드는 것이다. 물론 법인에서 받는 개인 급여는 별도로 근로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전체적으로 세금은 줄어든다.
민주당은 영업이익 500억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높일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연간 3조5000억원의 추가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 법인세율 3%포인트 인상은 이명박 정부가 낮춘 세율을 정상화한다는 의미도 있다. 비과세·감면을 줄여 법인세 실효세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참여연대는 조세특례제한법의 최저한세율을 법인세 과세표준 1000억원 이상 대기업은 20%까지 인상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경제적 격차가 커지고 있으므로 세제에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세청의 ‘2007~2011년 귀속분 통합소득’ 자료를 보면 2011년 상위 10%의 평균소득은 7130만원으로 2007년보다 710만원 증가해 하위 10%의 증가액(40만원)의 18배에 달했다.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공동으로 발표한 ‘2012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의 평균 순자산(자산에서 부채를 뺀 것)은 지난해 6억756만원으로 전년보다 14.1% 늘었다. 반면 하위 20%의 순자산은 5.1% 줄어든 8917만원이었다. 이에 따라 소득세 최고세율을 현행(38%)보다 더 높이는 방안, 연소득 3억원 초과에 적용하는 최고세율을 1억5000만원 이상인 사람에게 확대하는 방안, 이 두 가지를 추진하는 방안 등이 진보 진영과 야당을 중심으로 거론되고 있다.
여당과 정부기관에서 주로 제기하는 부가가치세율 인상은 양극화를 부추기고 물가 인상으로 이어져 서민과 중산층에 불리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부가세는 부자나 가난한 사람에게 모두 똑같은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부가세율(10%)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18%)보다 크게 낮은 편이어서 인상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