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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스티글리츠 '미국은 상위 1%의 나라..문제는 정치'
'불평등의 대가'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미국 월마트 가문의 상속자 6명의 재산은 미국 하위 30%의 재산 모두를 합친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미국 상위 1%는 2008년 금융 위기 이전 호황기에 국민 소득의 65% 이상을 가져갔다. 2010년 미국이 불황을 극복하려고 애쓸 때는 창출된 추가 소득의 93%나 차지했다.
지난 30년 간 하위 90%의 임금은 15% 증가한 반면 상위 1%의 임금은 150%나 늘었다. 갈수록 불평등 구조가 심화하고 있다.
정보 비대칭성의 결과에 대한 연구로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아예 미국을 "1%의, 1%를 위한, 1%에 의한 나라"로 규정한다. 스티글리츠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는 드물게 좌파로 분류되는 학자다.
지난해 발간한 책으로 최근 국내 번역된 '불평등의 대가'(원제: The Price of Inequality)에서 그는 오늘날 불평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불평등이 어떻게 경제 성장을 떨어뜨리는지 살펴본다.
사실 경제 불평등에 대한 책은 스티글리츠의 저서가 아니더라도 요즘 무수히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이 돋보이는 것은 "불평등은 비윤리적"이라는 모호한 일반론이나 동정론이 아니라 "불평등은 비효율적"이라는 현실적이면서도 독특한 주장을 바닥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스티글리츠는 불평등은 우연히 생겨난 것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시장의 힘과 정치적 권모술수가 상호작용한 가운데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권에 화살을 날린다. 불평등 대부분은 정부 정책, 즉 정부가 한 일과 정부가 하지 않은 일의 결과라는 주장이다.
기업을 통제하는 법률은 기업 경영진의 행동 규범과 수익 분배 방식을 결정하며, 거시 경제 정책은 실업 수준과 노동자에게 분배할 몫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규제 대상이던 이들이 규제 기구의 책임자로 임명되고 이들이 다시 규제의 대상이 되는 시장으로 진출하는 이른바 '회전문 현상'도 언급한다. 갑부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조세 정책도 불평등 심화의 또 다른 원인이다.
그는 "현대 경제에서는 정부가 게임의 규칙을 결정한다"며 "경기장은 상위 1%에게 유리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말한다.
상위 계층은 자신에게 이로운 일이 나머지 99%에도 이롭다며 교묘한 논리를 퍼뜨린다.
하지만 스티글리츠는 "상위 1%의 이익과 99%의 이익은 명백히 다르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문제는 공급이 아니라 수요이므로 투자를 장려하려면 수요를 자극할 최선의 방안을 강구해야한다"며 "임금과 예산 삭감은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인다.
그럼에도 상위 1%가 이런 주장을 하는 점에 대해 "임금이 삭감되고 노동 시장의 유연성이 강화되면 자신들의 수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구 소득이 줄어들어 지출을 줄인다고 하더라도 은행에 돈을 갚을 여력이 늘지는 않기 때문에 결국 상위 1%에게도 유리하지 않은 상황이 펼쳐진다고 강조한다.
그는 "시장은 도덕성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평등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시장의 힘을 재조정해야 한다"며 "더 많은 기회와 더 높은 국민 소득, 더 강건한 민주주의 등이 보장되는 사회는 시장의 과도한 방종을 완화할 때 탄생한다"고 말한다.
스티글리츠가 지적한 미국 사회의 현실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도 쉽게 살펴볼 수 있다. 주택 가격은 폭락하고 대학 등록금은 치솟으며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책의 해제를 쓴 선대인 씨는 "이 책의 지적과 분석이 가장 잘 들어맞는 나라는 미국 다음에 한국"이라며 "한국은 외환위기 이전에도 정경유착에 의한 이권 주고받기가 횡행했는데, 외환 위기 이후에는 더욱 교묘하게 그들만의 이권 주고받기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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