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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소리] “서민 주거는 포장일 뿐이고, 서민 제물로 삼아 집값 떠 받치는 정책”

2013-04-09

[인터뷰] 선대인경제연구소 선대인 소장의 4.1 부동산대책 비판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선대인 소장

박근혜 정부가 지난 1일 첫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인데, 서민 주거 대책은 빈약하고 인위적인 부동산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춰 우려가 된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대책 중에서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한해 DTI(부채상환비율)와 LTV(담보대출인정비율) 규제를 완화해주고 취득세를 감면해주기로 한 조치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빚 내서 집사라'고 조장하는 꼴이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2008년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는 제목의 책을 통해 집값 붕괴 메커니즘에 대해 전망해 화제가 됐었던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선대인 소장은 1일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직후, 분석글을 내고 "지금은 부동산 부양책이 필요한 게 아니라 여전히 주택거품을 빼야 할 때"라며 정부의 부동산종합대책이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4일 경기도 양평 선대인경제연구소에서 선대인 소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최근 신간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 질문'(선대인경제연구소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을 낸 선대인 소장은 인터뷰와 연구보고서 작성 등으로 이날도 무척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의 원인은 집값은 터무니없이 높고, 소득은 집값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난 4월 1일 정부가 발표한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부동산 종합대책’은 한 마디로 빚 내서 집을 사라는 겁니다. 정부 관료들이 바보가 아닐텐데 과연 이들이 국민의 공복인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국토부는 토건족의 본산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은 똑똑한 사람인 줄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건설업계의) 이해관계에 휘둘리면 가계 입장에서 보면 분통터지는 대책들이 나오는 거죠. 이번에 조셉 스티글리츠의 신작 ‘불평등의 대가’ 번역본 추천사를 쓰기 위해 가제본을 읽고 있는데 이런 표현이 나옵니다. ‘정치시스템이 부유층의 관점에 포획돼 있는 경우, 법률 및 규정은 부유층의 횡포에서 서민들을 보호하는 기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회의 나머지 구성원들을 희생시켜 부유층의 부를 불려주는 방향으로 설계될 여지가 많다.’

4월1일 부동산대책은 전형적으로 이런 경우에 해당합니다. 한 마디로 기득권을 위한, 기득권에 의한 부동산 대책이죠. 국토해양부 중심의 토건적 관료들이 대책을 내놓을 때 무주택 서민들 만나서 그들의 애로사항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건설협회 임원, 금융업계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를 듣고 대책을 내놓고 (서민대책이라고) 포장을 하는 겁니다. 특히, 새누리당은 부동산 부자들이 핵심 지지 기반이니 그런 정책을 구사할 수밖에 없는 거죠. 저는 이명박 정부가 그런쪽으로는 노골적으로 심한 정부라고 생각했는데 박근혜 정부가 한 술 더 뜨네요.”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DTI, LTV 규제를 완화해주고 취득세를 감면해주는 것과 수직증축 리모델링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서민주거 복지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고요.



“그것만 문제가 됩니까. 다 문제입니다. 정부 발표 자료를 직접 다 들여다봤는데 부동산 상황인식부터 정책 배경, 수단, 목표 등이 딱 두 가지를 향해 있습니다. 첫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금의 집값 거품을 떠받치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공공주택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든 무주택 서민을 더 어렵게 하는 것이든 가리지 않고 그렇게 하겠다는 겁니다. 또 부동산에 대한 인식과 대책의 폭과 수준이 서로 아귀가 안 맞아요. 주택가격 급락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표현하면서도 내심으로는 집값 추락에 대한 공포심으로 가득차 있어요. 그렇지 않고서는 이런 식의 대책을 내놓기 힘들죠.

그동안 투기적 양상에 의해 집값이 올랐는데 국토부는 이를 부인하고 주택 공급이 부족해서 집값이 올랐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주택 공급 과잉이 문제라고 국토부가 입장을 바꾸면서 주택 공급을 줄이겠다고 했어요. 그렇다면 외환위기 이후로 3배 이상 늘어나 있는 좀비 상태의 종합건설업체들을 구조조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공급 과잉 상태에서조차 건설업체들을 지원하면서 시장 퇴출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있어요. 이미 과포화 상태라서 다 먹여 살릴 수도 없는 건설업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해주고 있습니다.”


-보금자리주택 신규 분양 중단, 하우스푸어 대책 등은 어떻습니까.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선대인 소장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선대인 소장ⓒ월간 말

“보금자리주택은 민간분양 물량이 넘치는 상황에서 보금자리주택마저 공공임대가 아닌 공공분양을 하다보니 공급 과잉을 심화시키는데 일정한 역할을 한 건 분명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보금자리주택을 줄이는 건 오케이, 좋습니다. 그런데 분양 물량이 많다고 공공임대주택 물량이 많은 건 아니지 않습니까. 공공임대주택은 OECD 평균에 비해 너무 적은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공공분양을 공공임대로 전환하면 됩니다. 분양 물량을 줄인다면 공공임대물량을 늘리는 게 제대로 된 정부 아닌가요. 정부 스스로도 공공임대 늘리겠다고 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가장 늘리기 편하고 정공법으로 늘릴 수 있는 방법이 보금자리주택 분양을 임대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이걸 안 하고 소음이나 진동상 문제 때문에 제대로 된 주택이 될 수 있을까 우려되는 철도부지에 행복주택을 짓는다고 딴 짓을 하고 있어요. 얼마나 웃기는 대책입니까.

하우스푸어 대책도 말이 하우스푸어 대책이지 실제로는 하우스푸어 집주인들이 빚 부담에 시달리다가 급매물을 내놓거나 경매에 넘어가서 집값 하락의 도화선이 되는 것을 막겠다는 기색이 역력한 겁니다. 빚 부담이 큰 하우스푸어들의 빚을 캠코나 주택금융공사가 떠 안도록 하는 건데, 그렇게 해서 하우스푸어들이 구제되지도 않지만 이 정책의 목표는 집값 급락을 방지하겠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금융권의 부실채권이 늘어나는 걸 줄이겠다는 거죠. 정부 대책의 제목이 서민주거 안정인데 그야말로 포장이고 생색일 뿐입니다. 실제로는 서민주거안정과 거리가 멀고 부동산 기득권 세력을 위해 집값을 떠받치겠다는 의도 하나 밖에 없어요.”


-정부가 발표한 대책의 제목이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인데, 서민주거안정과 거리가 멀고 부동산 시장 정상화와도 거리가 멀다면...



“서민을 제물로 삼아 집값을 떠받치는 정책입니다. 서민들 입장에서야 집값의 거품이 빠지는 게 제일 효과적으로 서민주거를 안정하는 방법이죠. 지금도 무주택 서민이 전국적으로 45%가 넘고, 수도권은 절반에 육박합니다. 1가구 1주택자들도 집값이 올라서 좋을 게 없어요. 재산세 부담도 많아지고 다른 데로 이사를 하려고 해도 비싼 집값은 부담이죠. 자녀를 출가시키려고 하면 집값이나 전세값 비용 마련해주느라고 얼마나 고생이 많습니까. 대다수 일반 가계 입장에서는 집값이 올라있는 상태가 좋은 상황이 아닙니다. 자영업자들도 부동산 임대료 때문에 얼마나 고통을 받아요. 너무 뻔한 상황인데 눈가리고 아웅하면서 마치 집값을 떠받치는 게 서민을 위한 대책인 것처럼 쇄뇌시키고 있는 거죠. 정말 파렴치하고 악질적인 대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악질적인 대책이 지금보다 안 좋은 결과를 낳게 된다면 최악일텐데 정부의 바람대로 경기 부양의 효과는 있을까요.



“정부는 부동산 시장 부양 효과를 기대하겠지만 기대난망이라고 생각합니다. 2006년 이후 상황만 보면 2008년 중반쯤이 고점이었고 금융위기가 오면서 확 꺼졌어요. 2009년 DTI 해제해주고 수도권 분양권 전매 제한 완화해주면서 부동산 가격이 올라갔는데 약발이 10개월 정도 가다가 다시 떨어졌어요. 그러자 건설업계를 대변하는 언론들에서 이대로 가면 한국경제가 파탄날 것처럼 보도를 해서 다시 부양책을 썼죠. 8.29대책으로 DTI 규제 해제해줬는데 5.5% 정도 반등이 이뤄졌어요. 그러나 7개월을 채 못 갔죠. 이후 부동산 투기 과열지구 해제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약발이 전혀 안 먹혔습니다.

아파트 가격 추이

아파트 가격 추이ⓒ선대인경제연구소



이번 대책이 폭과 범위에서 상당히 전방위적인 대책이긴 한데, 취득세 감면 등 세금 대책 정도 갖고는 시장을 움직이기 힘들어요. 박근혜 정부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호가 위주로 단기적으로 좀 오를 것처럼 얘기하고 그런 기대감에 부풀어 몇 개월 정도 반짝 반등할 수는 있지만 오래 못 갈 것입니다. 왜냐하면 지금 집값 수준에서는 집을 살 수 있는 여력이 고갈된 상태예요. 빚을 끌어다 쓰지 않으면 집값을 떠받칠 수 없는 상황인데, 이번에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한해서 DTI 규제를 완화해줬지만 완전히 푼 것은 아니잖아요. DTI 규제를 풀지 않고 하우스푸어의 빚을 공기업에서 떠안는 대책, 주택 공급 물량을 줄이는 정도의 대책 갖고는 의미있는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DTI 규제 해제해서 가계 부채가 엄청 늘었기 때문에 규제를 푸는 것이 어렵다는 건 기재부나 금융위쪽에서는 다 알아요. 다만 토건세력을 대변하는 국토부에서 난리를 쳐서 그렇죠.”

-이번 대책으로도 의미있는 반등이 일어나지 않고 몇 개월만에 하락세로 접어들면 정부 입장에서는 더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을 수도 있지 않나요.



“남아있는 카드는 DTI 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진짜 무너지는 길로 가는 거죠. DTI 규제까지 풀어서 부동산 부양을 하겠다고 하면 앞뒤 안 가리는 막장정부라고 할 수밖에 없어요. 거꾸로 얘기하면 그 정도로 부동산 시장이 악화됐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DTI 규제를 풀어도 감당이 안 될 겁니다.”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고 가격이 더 떨어지는 게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는 말씀인데요.



“지금 집값 수준이 정상이라고 생각하세요. 집값을 떠받치는 정책을 정상화 대책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지식권력을 작동시키는 거죠. 굉장히 좋은 표현을 굉장히 나쁜 정책의도가 숨어있는 대책들을 포장하는데 쓰고 있어서 정말 화가 납니다. 대다수 서민가계의 소득수준에 비춰서 적정한 수준까지 내려와야 집값이 정상화되는 것입니까, 여전히 높은 수준의 집값을 떠받치는 게 정상화 입니까. 가격 뿐만 아니라 거래 활성화를 정상화라고 표현하는 것 같은데 거래가 침체돼 있는 근본이유가 뭐냐는 거죠. 집값은 계속 오르는데 소득은 정체돼 있는 상황에서 앞에 있는 사람들이 빚을 얻어서 집을 계속 샀잖아요. 그럼 뒤로 오면서 소득이 부족한 사람들이 남아있고 집값은 계속 고점상태로 남아있으니 이 갭을 빚을 끌어다가 메우다가, 빚을 내는 것도 한도에 이른 느낌이잖아요.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도 안 남아있으니까 집값이 유지가 안 되는 거죠. 집값이 정상화돼야, 즉 소득수준에 맞게 내려와야 바닥을 다지고 오르는 건데, 지금은 계속 고점에 머물러 있는 상황입니다.

가격만 정상화되면 거래도 당연히 정상화되게 돼 있습니다. 근데 가격이 정상화되는 걸 억지로 방해하고 있으니까 거래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겁니다. 사실 이게 그들이 말하는 시장 원리의 기본입니다. 경제학원론에서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드는 건 너무 당연한 거잖아요. 그동안은 투기 수요를 갖고 억지로 가수요를 만들어냈지만 더 이상은 안 되는 거죠. 수요가 줄어있으면 수요와 공급이 다시 매치되는 지점까지 가격이 떨어지는 게 정상이잖아요. 정부가 이 시장 원리를 거스르면서 정말 말도 안 되는 기득권을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는 거죠. 단기적으로는 집값이 떨어지는 걸 막을 수 있겠지만 결국은 6천500조 원이나 되는 부동산 시장의 가격하락 압력을 막지 못해서 몇 개월 반짝 반등한 뒤에는 내리막길을 걷게 돼 있습니다. 그렇게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면 그동안 지연됐던 가격조정이 한꺼번에 일어나서 하락과정이 좀더 가팔라질 수 있고, 설사 그렇게는 되지 않는다고 해도 결국은 가격하락 조정을 겪어야 하니까 침체기간이 길어질 수 있죠. 그게 정말 우리 모두가 원하는 거냐 이 말입니다.

정부 대책이야말로 경착륙 대책이고 한국 경제의 충격을 키우는 대책입니다. 2004년 초에 가계부채가 470조 원 정도 됐는데 2012년 말에 960조 원 수준으로 올라왔어요. 가계 부채가 두 배로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거품의 크기가 두 배로 커졌다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부동산 연착륙 대책이랍시고 그렇게 부동산 부양책을 써왔어요. 단기적으로는 연착륙 대책처럼 보였는데, 지금 놓고 보면 그게 연착륙 대책이 아니었죠. 우리가 아메바가 아닌 이상 이런 식의 조치를 취했을 때 어떻게 된다는 걸 알 수 있잖아요. 그런데 지금도 근시안적인 시각에 사로잡혀서 또는 소수 기득권의 시각에서 보다보니까 국민경제 전체의 시각에서 보면 집값 거품을 빼야 할 때임에도 불구하고 집값거품을 떠받치는 정책을 쓰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지금 써야 할 정책들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우리가 큰 틀에서 봐야 할 필요가 있어요. 우리가 이명박 대통령 임기에만 살 사람이 아니고 박근혜 대통령 임기에만 살 사람도 아니잖아요. 자자손손 이 나라에서 살아가야 하는데 그 관점에서 생각해야죠. 부동산 거품 때문에 너무 고통받고 있잖아요. 부동산에 돈이 묶여서 생산경제에서 돈이 안 돌고, 일자리도 안 늘고 소득도 안 올라가고, 이게 저성장 침체의 근본원인 중의 하나입니다. 부동산 거품이 너무 높은 수준까지 올라와 있고, 가계 부채가 산더미 수준까지 쌓여있어서 한국경제 위기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 불안 요인을 계속 안고서는 한국경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못해요. 결국은 이건 한 번 해소하고 가야 합니다.

정부의 인위적인 저금리정책에 기대서 금융권들이 예대마진을 늘려왔기 때문에 쌓아놓은 돈이 많아요. 부동산 거품이 빠져도 1금융권 정도는 방어할 수 있어요. 금융시스템 위기는 맞지 않으면서 가계부채를 일정하게 해소하고 부동산 거품을 일정하게 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수준에서 2~3년 더 가 버리면 정말 위험해집니다. 예를들어, 현재 가계 가처분 소득 대비 금융부채가 160% 정도 되는데 미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기 전에 이 비율이 130%정도 됐단 말예요. 지금 미국은 그 비율을 130%에서 110% 아래로 떨어트렸는데, 우리는 같은 기간에 139%에서 160%까지 올랐어요. 이게 얼마나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는 겁니까.

가계 부채가 계속 늘어나면 부동산 거품이 해소되는 게 아닙니다. 지금 대출 거치기간을 계속 연장해주고 있는데, 원리금을 상환하는 순간 폭락하게 돼 있거든요. 이걸 막기 위해서 하우스푸어 구제책도 내놓고, 주택금융공사 통해서 상환기간을 늘려주도록 하는건데 이게 해답이 아닙니다. 당장의 순간만 모면하자는 식으로 하고 있는데, 이러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가계부채액도 늘지만 거치기간 만기도래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요. 2012년에 비해서 2015년이 되면 거치기간 만기도래액이 3배 가까이 늘어납니다. 그때 이걸 막지 못해서 집값이 확 가라앉는다고 하면 그때는 정말 금융시스템 위기를 맞을 수도 있죠.

지금도 상당한 충격을 피하지 않고 극복하기에는 너무 많이 늦었어요. 그래도 어떡합니까. 지금이라도 현실적으로 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택해야죠. 좀 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시각에서 해법을 찾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서 기득권 이익에 봉사하는 정책을 내놓는 거죠. 기득권 위주의 임기응변적인 대책들이 길게 보면 한국경제 전반에 충격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기득권의 이익을 못 지키는 결과로 나타납니다. 우리가 개발연대도 아니고 어떻게 부동산 경기의 3배까지 건설업체를 먹여 살릴 수 있겠어요. 지방 유령 공항을 만들고 차가 안 다니는 도로를 만들어서 토건사업 불리고 건설업체가 무너질만하면 재정지원 해주고 공기업이 부담을 떠안게 해서 좀비기업 상태로 살아남기고, 언제까지 그렇게 갑니까. 그러면 그럴수록 국민경제는 골병이 들고 서민가계는 소득 축적 기회가 상실되는데요.”


-장기적 관점에서 인위적으로 부동산 경기 부양을 하지 않고, 집값은 더 떨어트릴 필요가 있는 거고...



“(집값 하락을) 인위적으로 유도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시장에 집값 거품이 더 빠져야 한다는 시그널은 명확하게 줘야 합니다. 그 다음에 가계부채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만들어 줘야죠. 하우스푸어 대책의 경우도 하우스푸어에 대한 대대적인 공공재무 컨설팅을 해서 그 사람들의 부채규모 상태를 면밀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금융권이 가계부채 실태를 파악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왜냐면 그것은 금융업체들 입장에서 갖고 있는 자료일 뿐이지, 가계별로 구체적 실태조사가 돼 있는 게 아녜요. 우리가 건설업체도 자구 노력을 먼저 하게 하자고 하듯이, 가계도 먼저 자구 노력을 해야죠. 예를들어, 미련을 갖고 억지로 부동산을 붙들어 매고 있는 건 아닌가. 또는 다른 부분에서 지출을 줄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출을 안 줄이고 있는 건 아닌가. 이런 것들을 재무컨설턴트들이 상담을 해서 채무재조정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프리워크아웃제도 등 신용불량자 구제제도들이 전부 금융기관들의 부채 상환이 용이한 방식으로 돼 있어요. 채권자와 채무자 권력관계에서 채무자가 불리하게 돼 있는데, 컨설턴트들이 채무자 입장에서 채무자가 금융기관과 대등하게 채무이자율 조정이나 부채 상환 스케쥴을 협상해서 진행할 수 있도록 해 줘야죠. 먼저 자구 노력을 하게 한 다음 재무컨설턴트를 대리인으로 두고 상담을 진행하면 훨씬 더 가계 상황에 맞고 도덕적 해이도 없는 채무조정을 해나갈 수 있습니다. 가계부채도 그런 식으로 해소를 해 나가야죠.”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선대인 소장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선대인 소장ⓒ월간 말



-무주택 서민들을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요.



“기본적으로 집값을 정상화시키는, 가계 소득 수준에 맞게 정상적으로 떨어지게 하는 게 일차적입니다. 그리고 공공임대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려서 OECD 평균 5% 정도 되는 걸 12% 수준까지 늘려야 합니다. 앞서 말한대로 보금자리주택을 줄이는 건 오케이예요. 공공주택 정책은 기본적으로 공공임대나 공공전세를 늘려서 서민들의 안정을 먼저 도모해야 하는데 분양용 매매주택을 지어댔으니 정부가 할 짓은 아니었죠. 그래서 보금자리주택의 분양 물량을 줄이는 것은 좋은데 그걸 공공임대나 전세로 전환해야 하는데 그걸 안 하는 건 정부가 저소득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제대로 실현할 의지가 없다는 뜻이죠.

1~2인 가구에 맞는 소형임대주택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해요. 임대주택으로도 커버할 수 없는 취약계층은 주택바우처로 커버해야죠. 그리고 집값 거품이 빠지면 서민들이 더 어렵지 않냐는 얘기를 하는데 지난 5년 동안 집값 거품을 떠받치면서 늘린 가계부채가 292조 원 정도 됩니다. 공공부문 부채가 400조 원 이상 늘었어요. 공공부문의 부채 절반 가량은 각종 건설 부양책과 부동산 부양책을 위해 소진한 것입니다. LH공사 빚이 최소 60조 원 이상 늘었는데 상당 부분이 토지 보상금 등으로 나간 겁니다. 부동산 거품 떠받친다고 엄청난 자원을 소진했는데, 그래서 결국 누굴 도와줬냐 하면 건설업체들 미분양 물량 사주고 부동산 부자들 세금 깍아주고 이런 식이었어요. 정부가 정말 서민들을 생각한다면 지금까지 부동산 부양하는데 쓴 돈의 3분의 1만 제대로 썼어도 정치권에서 겉으로 걱정하는 서민경제 위기는 걱정 안 해도 됩니다.”


-마지막으로 향후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박근혜 정부가 대대적인 부양책을 내놨는데 몇 달 약발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오래 가지는 못할 거예요. 부동산 시장은 국내외 다 마찬가진데 10년에서 20년 정도 장기 사이클을 그립니다. 한국의 경우도 1980년 후반부터 1990년 초까지 상승했다가 외환위기에 반토막이 나고 2000년대 내내 오르다가 지금은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었어요. 우리가 소득에 기반한 것도 아니고 막대한 부채에 의존해 엄청난 부동산 투기 거품을 만들어 냈기 때문에 현재는 높은 집값을 떠 받쳐줄 수 있는 수요풀이 남아 있지 않아서 가격 하락 압력이 작용하고 있는 거예요. 이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어요. 세계 각국이 바보라서 부동산 거품 가라앉는 걸 못 막았겠습니까. 큰 흐름에서 볼때 지금은 집값 수준이 머리꼭대기에서 이제 어깨 수준으로 내려온 건데 발바닥까지 내려갈 일이 남아 있습니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부양하려고 하면 할수록 주택시장의 복원력이 떨어집니다. 이번 대책도 그런건데, 생애 첫 주택 구입자는 LTV, DTI 규제를 풀어준다고 하잖아요. 취득세도 감면해주고요. 이미 수요가 고갈돼 있는 상황에서 이게 정상적인 수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걸 유효수요라고 표현했더라고요. 정말 웃긴 거죠. 빚을 잔뜩 지지 않고는 집을 살 수 없는데 이게 어떻게 유효수요입니까. 어쨌든 이 수요들은 제대로 된 수요가 아녜요. 벼로 치면 아직 제대로 익지 않은 벼예요. 이 사람들은 나중에 집값이 일정하게 조정되고 다시 반등할 때 마중물로 쓸 수 있는 수요층인데, 이걸 당겨서 소진하겠다는 거죠. 이렇게 하면 나중에 반등할 시점에 반등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서 장기침체가 길어지죠. 심하면 일본처럼 시장의 복원력 자체가 사라져서 사이클이 거의 없어져 버리고 수십년간 장기침체로 가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어요. 한국이 일본의 상황은 피한다고 하면서 자꾸 그렇게 가는 것 같아서 더 걱정입니다. 일반 가계 입장에서는 혹시라도 정부의 이번 대책을 보고 집값이 또 올라서 집을 못 사면 어떡하나 걱정하시는 분도 있는 것 같은데 절대 걱정하지 마시고 빚내서 무리하게 집사면 낭패볼 수 있으니까 신중에 신중을 기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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