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비친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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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신문에 나온 그 경제전문가, 믿어선 안될 이유 알려주마
[서평]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 질문 / 선대인경제연구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 2013년 3월
서른에 접어든 박아무개(29)씨는 작은 언론사 기자다. 최근 그는 월 30만 원에 이르는 민간보험비 때문에 걱정이 많다. 그는 의료실비보험 등 총 4개 보험상품에 가입했는데 최초 가입은 부모의 뜻이었다. 그는 부모가 납부하던 보험비 30여만 원을 줄이고 싶지만 쉽지 않다. 부모의 뜻은 완고하다. “못 사는 사람일수록 보험을 많이 들어놔야 한다.”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지만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에 그의 부모는 또 다른 보험상품 가입을 권하고 있다.
박씨의 연봉은 실수령 기준 2700만 원 수준. 월세 등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만 100만 원 정도다. 여기에 생활비와 데이트 비용을 제하면 손에 쥐는 돈은 거의 없다. 결혼을 위해 쌓아둔 돈도 없다. 박씨가 줄일 수 있는 비용은 현실적으로 보험비와 월세 정도다. 전세로 갈아타야 하는데 매물은 없고, 이마저도 부모에게 손을 벌려야 한다. 남는 것은 보험비. 베이비부머 세대 부모 아래 태평성대를 누린 그가 과연 부모를 설득할 수 있을까. 무슨 논리로?
2011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의 연간 보험료는 평균 303만 원이다. GDP 대비 보험료를 뜻하는 보험침투율은 11.4%로 선진국 평균 8.6%보다 높다. 연합뉴스는 “우리나라 국민은 불안한 사회·복지 여건 탓에 빡빡한 살림살이에도 보험료 부담을 높인 결과로 풀이된다”고 보도했다. “그 상황이 오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에 불과”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보험을 저축으로 생각한다. 박씨가 한 번 가입한 보험을 깨지 못하는 이유도 이 같은 불안감 때문이다.
선대인경제연구소가 보험론자들의 논리를 비틀었다. 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책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 질문>에서 “과도한 보험은 불확실한 미래보다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보장 기능과 저축 기능을 모두 보장하는 일부 상품에 대해 “솔깃하지만 이런 상품은 보장과 저축 어느 쪽으로도 어중간하다는 함정이 있다”고 한다. “보험료에 비해 사망보험금도 적고 나중에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돈 역시 별로”라는 뜻이다.
“우리 삶을 위험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은퇴 이전에는 죽거나 큰 병으로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위험이다.” 실직으로 수입이 없어지면 가족 전체가 위기에 내몰린다. ‘이것 저것 보장해준다’고 가입할 것이 아니라 시기별로 보험상품을 고려해야 한다. 반면 은퇴한 뒤 가장 큰 걱정은 노후 자금 마련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종신보험보다는 보장 기간을 은퇴 전후로 설정한 정기보험에 드는 쪽이 유리하다”는 것이 연구소의 설명이다.
연구소는 “보험은 절대 깨면 안 된다는 환상에서도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질임금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못 따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을 깨지 않으려 생활비 대출을 받는 가계도 있다. 연구소는 “지금까지 낸 보험료가 아까울 수도 있으나 불확실한 위험에 대비한답시고 과도하게 보험을 들어 가용소득이 줄고 빚이 느는 것이야말로 가계경제에 가장 확실한 위험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미래가 불확실하다면 빚을 늘리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어책이다.
서민의 지갑을 여는 1등 공신은 언론이다. 경제신문을 펼치거나 포털사이트의 경제섹션에는 수많은 숫자가 등장한다. 물론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난무한 숫자 중에서 언론은 몇 가지만 취사선택해 요리한다. 이런 까닭에 몇 번 읽으면 이해할 수 있지만 결국 서민들은 팔랑귀가 된다. 언론에 등장한 전문가가 “전세 값 계속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면 건물주는 웃고 세입자는 운다.
선대인경제연구소는 2009년 이후 부동산 관련 언론보도에 대해 “집값이 오르는 쪽에 이해관계를 가진 건설업계와 부동산업계의 주장이 마치 그대로 실현될 것처럼 여과 없이 보도한 기사들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한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주요 언론들의 부동산 관련 기사를 살펴보자.
2009년 6월 6일 아시아경제 기사는 <분양시장 연일 쾌조…집값 반등도 확연>, 2010년 12월 16일 MBC 뉴스 기사 제목은 <집값 바닥 찍었나?…거래량·매매가 회복세>였다. 매일경제는 2011년 3월 10일 <서울 수도권 올해 집값 2.5% 오른다!> 제하 제목 기사를 내보냈고, 2012년 10월 11일 조선비즈 기사 제목은 <대다수 “집값 바닥 가까워졌다”>였다.
보도를 보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집값은 바닥에 치지 못했다. 선대인경제연구소는 “열심히 ‘집값 바닥론’ 군불을 댄 언론의 정성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간 동안 집값 추락은 계속됐다”고 꼬집었다. 연구소는 ‘부동산은 상반기에 침체되는 반면 하반기에 반등한다’는 상저하고(上底下高)식 보도에 대해 “독자들을 6개월 단위로 기억이 ‘리셋’되는 존재 정도로 여기지 않는 한, 나올 수 없는 무책임한 보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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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 질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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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는 독자들이 기사 속에 등장한 전문가를 따지고 엉터리 정보를 걸려낼 힘을 키워야 한다고 제안한다. 부동산업계과 금융업계는 집값이 하락하면 부실채권이 늘어나기 때문에 집값 상승을 원한다. 기업 소유의 연구소는 모회사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데 급급하고, 부동산 관련 학자들 또한 업계와 직간접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머릿속을 뒤집어 놓는 숫자와 정보, 주장을 독자 스스로 검증할 수 있도록 한다. 평창동계올림픽 등 메가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정부가 강조하는 수십조 경제효과의 실현 가능성을 따지기도 하고, 주가는 오르는데 내 주식만 떨어지는 이유도 따진다. 은퇴시기가 빨라지면서 불안한 세대를 위한 충고도 있고, 부동산 가격과 일자리의 관계도 설명한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분석과 제언도 담았다. 퇴근길 하루 한 꼭지 읽기 편한 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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