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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시론] 출산율 높아진 진짜 이유는 가임여성 증가 때문

2013-01-30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1.3명으로 오른 것으로 추정돼 11년 만에 초저출산국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분명히 반가운 소식이다. 언론에 보도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자료에는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제정 이후 2차례 기본계획을 세워 결혼과 출산 및 육아에 드는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고 한다. 정책적 노력 덕분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미심쩍어 통계청의 출산율과 인구추계 통계 등을 살펴봤다. 아니나 다를까. 통계를 뒤져 얻어낸 결론은 가임기 여성의 일시적 증가가 최근의 합계출산율 증가에 훨씬 더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통계청 인구추계 자료를 보면 베이비붐 출산이 마무리된 1972년 이후 줄어들던 0~4세 인구가 1979년부터 1983년까지 5년 동안 일시적으로 늘어나다가 이후 다시 줄어든다. 큰 흐름에서 새로 태어나는 인구가 계속 줄지만 중간에 작은 반등이 있는 모양을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이때 태어난 여성들이 2009년경부터 30대 전반으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 이후 내리막길을 걷던 30대 전반 여성 인구가 2009년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합계출산율은 여성이 임신 가능한 기간(15~49살) 동안 낳는 평균 자녀의 수를 말한다. 가임여성 가운데 30대 전반은 전체 출산의 45.5%를 담당할 정도로 출산이 가장 활발한 연령대다. 그런데 이 연령대 가임여성이 증가하면 출생아수가 늘 것은 뻔한 이치다. 실제로 2009년 대비 2012년에 30대 전반 가임여성은 7만4500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출생아수는 합계출산율에 근거해 역산하면 대략 4만7600명 증가했다. 30대 여성이 전체 출산의 약 45.5%를 담당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늘어난 출생아 4만7600명 가운데 71.2%가량인 3만3800명(=7만4500명 × 45.5%)이 단순히 30대 전반 가임여성의 증가 때문에 늘어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출생아수와 30대 전반 여성 인구의 추이는 상당히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외환위기 이후 실업난과 집값 폭등세가 지속되던 시기나 2007년의 황금돼지띠 출산붐 등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렇다고 정책적 효과가 아예 없었다고 단정할 생각은 없다. 한국 사회의 저출산은 너무 늦게까지 출산 줄이기 정책을 지속한 것이나 급속한 도시화와 여성의 고등교육 진학 및 사회진출 증가, 외환위기 이후 집값 폭등과 일자리 감소, 보육 부담 및 사교육비 증가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출생아수가 30대 전반 여성의 수에 정확히 연동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합계출산율 증가는 30대 전반 가임여성 인구 증가에 기인하는 측면이 매우 클 것이다.

문제는 30대 전반 여성 인구가 올해 단기적인 정점을 찍은 뒤 내년부터 다시 가파르게 감소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향후 2~3년 정도 후면 합계출산율이 다시 초저출산율 기준선인 1.3명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합계출산율이 몇 년간 반등했다고 이걸 지속될 추세로 읽으면 곤란하다는 뜻이다.

합계출산율이 조금씩 높아졌다는 지난 몇 년 동안에도 물가는 치솟았고, 가계소득은 정체됐으며 젊은이들의 일자리는 더욱 부족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여전히 높은 집값과 뛰는 전셋값에 우리 젊은이들은 결혼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오죽하면 전쟁도 터지지 않은 나라에서 우리 젊은이들의 초혼 연령이 20년 만에 만 4세나 올라가고 결혼하는 과정에서 빚을 잔뜩 지는 ‘허니문 푸어’라는 말까지 생겨났을까. 이 같은 상황에 근본적 변화가 없는데 일시적으로 출산율이 높아진 것에 착시를 일으켜 섣불리 자축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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