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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기고] 재건축발 서울 집값 잡는 ‘두 가지 처방’

#부동산 2019-07-10

지난해 9·13 대책 이후 내리막길을 걷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최근 하락세를 멈추거나 소폭 상승하면서 서울 집값 반등 우려가 나오고 있다. 


9·13 대책 이후 종부세 부담 등이 버틸 만하다고 판단한 다주택자 상당수가 임대사업자 등록이나 자녀 증여 등을 활용해 버티기에 들어갔다. 대규모 입주물량이나 급매물이 어느 정도 소화되면서 가격 하락세가 진정됐다. 


이런 가운데 재건축을 통한 신규 분양 시 분양가 상승에 따른 차익을 노리는 일부 투자(또는 투기) 수요가 움직이면서 가격 반등이 시작됐다. 경제지나 보수언론들, 그리고 이른바 ‘부동산 스타강사’들이 ‘여전히 재건축에 기회가 많다’며 이런 움직임을 부추겼다. 뒤이어 재개발·재건축 단지가 많은 강남, 양천, 용산, 마포, 노원구 등을 중심으로 집값이 반등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강남 재건축이 발화점이 돼 다른 지역 집값 상승세로 이어졌던 과거 패턴을 반복하는 조짐이다. 


따라서 최근의 서울 집값 반등 흐름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반등의 진원지인 재건축 집값을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박근혜 정부 시절 풀었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와 재건축 허용연한 완화 정책을 다시 거둬들이는 게 핵심이다. 


잘 알다시피 최경환 전 부총리는 2014년 취임 이후 부동산시장 부양을 위한 불쏘시개로 분양시장 청약규제와 재건축 규제 완화를 강력히 밀어붙였다. 특히 재건축 허용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함으로써 서울 강남구와 양천구, 노원구 등에서 재건축 투기판을 키워줬다. 이어 그해 말에는 재건축단지를 핵심대상으로 하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사실상 폐지했다. 이에 따라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서울 전역의 집값 상승이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대출규제와 청약규제는 많은 부분 다시 강화하였지만, 재건축 규제는 초과이익환수제 정도를 제외하고는 그러지 못했다. 최근 서울 재건축 단지들을 중심으로 한 상승세는 바로 이 빈틈을 비집고 나온 것이다. 따라서 분양가상한제를 재도입하고, 재건축 허용연한을 다시 강화하면 재건축발 서울 집값 반등세는 잡을 수 있다. 특히 분양가상한제를 실시하면 조합원의 재건축 분담금이 늘어나는 반면 향후 기대수익은 확 꺾이게 된다. 


실제로 최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재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듯한 말을 내비쳤다. 그러자 경제지와 보수언론은 분양가상한제를 민간으로 확대하면 주택공급이 줄어 집값이 더 뛸 것이라고 주장한다. 헛소리다. 이들 언론의 주장이 맞다면 박근혜 정부 때 주택공급을 늘린다는 명분으로 재건축 규제를 풀고 난 뒤에 왜 서울 집값이 계속 올라갔나. 거꾸로 노무현 정부 후반인 2007년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한 이후 아파트 분양가가 10~40%가량 하락하고, 강남 재건축단지들을 비롯한 서울 집값이 2013년 상반기까지 큰 흐름에서 계속 하락했겠나. 9·13 대책 이전 몇 년간 서울 집값의 상승은 저금리 기조에 더해 박근혜 정부가 각종 금융 및 부동산 규제를 풀어 투기적 가수요를 준동케 해서이지 공급 부족 때문이 아니다. 2015년 이후 서울과 수도권의 분양 물량은 그 이전에 비해 40% 이상 늘어났고, 앞으로도 강남권을 비롯한 서울 입주 물량도 예년에 비해 더 많다. 집값이 하락하던 시기에 비해 주택공급을 더 늘려놨는데도 집값이 뛰었다면, 그것이 공급 부족 때문이겠는가. 투기적 가수요 증가에 따라서 공급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이는 착시현상이었을 뿐이다. 해법은 주택공급이 아니라 투자 또는 투기 수요를 잡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재도입과 재건축 허용연한 재강화가 필요한 것이다. 


김현미 장관은 분양가상한제 재도입 시 보수언론의 공격이나 3기 신도시 정책 여파에 따른 지역구 주민들의 비판 등으로 고심이 많을 것이다. 김 장관의 정치적 승패는 국토부 장관으로서 집값을 잡았느냐로 판가름날 것이다. 김 장관이 크게 보고 담대하게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


기사원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6282037015&code=99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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