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신년 토론에서 이재명 성남시장과 전원책 변호사가 법인세 실효세율을 두고 입씨름을 벌인 것이 큰 화제가 됐다. 이 시장은 국내 10대 기업의 실효세율이 12%라고 주장했고, 이에 대해 전 변호사는 “우리나라 실제 법인세율(법인세 실효세율을 이렇게 표현한 것 같다)이 16%가 넘는데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얘기하느냐”고 반박했다.
두 사람 모두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범주 안에서는 팩트 자체가 크게 틀린 건 아니었다. 이 시장은 국내 10대 기업으로만 한정했고, 전 변호사는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사실 두 가지 수치만을 놓고 어느 쪽이 맞느냐를 따지기보다는 국내 법인세의 전반적인 현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략 아래처럼 정리해볼 수 있다.
국내 법인세의 명목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으며 특히 외국 자본을 유치해야 하는 소규모 도시형 국가나 과거 동구공산권 국가들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이명박 정부의 대규모 감세정책 이후 법인세 실효세율이 매우 급격하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법인소득 1000억원을 버는 중견기업보다 5000억원을 초과해 버는 대기업(대략 50여개)의 실효세율이 더 낮다. 그 가운데서도 10대 기업으로 범위를 좁히면 실효세율은 더 낮아진다. 각종 비과세감면 등의 형태로 대기업일수록 법인세 부담이 더 낮아지는 구조는 일반적인 누진세 구조와는 정반대다. 대기업들에 대한 대규모 비과세감면 등 때문에 명목세율과 실제로 내는 실효세율의 격차가 대부분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크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국내 명목 법인세율은 더 올릴 여지가 있으며, 비과세감면 등을 대폭 축소해 실효세율을 올리는 작업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대기업에 집중된 비과세감면 혜택만 줄여도 수조원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고, 명목세율까지 OECD 평균 수준으로 올리면 10조원이 훌쩍 넘는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법인세에 그치지 않는다. 지금 한국은 생산경제 영역에 비해 주식이나 부동산과 관련된 자산경제 규모가 이미 7배 이상으로 커졌지만, 자산 영역에 매기는 세금 비중이 너무 빈약하다.
예를 들어 중앙과 지방정부의 주요 재원인 부동산 보유세(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합계)만 해도 미국은 1%가 넘어가지만 한국의 실효세율은 과표 기준으로도 0.3%가 채 안된다. 더욱 문제는 재산세 과표의 기준이 되는 공시주택가격부터 매우 낮게 잡혀 있다. 특히 상위 1% 부자들이 가진 부동산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국내에서 가장 비싼 집인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의 개별주택가격은 130억원이지만 실제 시세의 3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이 회장 자택만 그런 게 아니라 대부분 재벌가를 비롯한 고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이 시세의 약 30~50% 수준에 불과하다. 대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빌딩 등 상업용 건물의 공시가격도 대략 시세의 30~50% 수준만 반영된다.
만약 공시 주택가격의 시세 반영률과 과표 반영률을 높이고, 실효세율을 0.5% 수준까지만 높여도 20조~30조원 가까이 세수를 더 거둘 수 있다.
주택 양도소득세에서도 1가구 1주택자를 기본적으로 비과세로 한 탓에 이를 ‘탈세 구멍’으로 삼아 부동산 거래의 90% 이상이 과세되지 않거나 매우 과소하게 과세되고 있다. 월세 비중이 급증하고 있지만, 월세소득을 제대로 신고하고 세금을 내는 집주인은 20~30%도 안된다.
한국은 또 일정한 요건의 대주주를 제외한 대다수의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 드문 나라다. 연봉 몇천만원만 돼도 1년에 몇 100만원씩 근로소득세와 건강보험료 등 각종 직간접 세금을 내는데, 당장 주식으로 수천만원을 벌고 부동산으로 양도차익 6억~7억원씩 남겨도 세금 한 푼 안 낼 수 있다.
이 밖에 재벌의 비자금과 회계조작을 동원한 탈세와 세금 없는 경영권 승계, 비양심적인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탈세도 횡행한다. 또한 매년 약 30조원 규모에 이르는 비과세 감면 혜택의 대부분은 대기업과 고소득자에게 돌아가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키고 조세형평성을 근본에서 무너뜨리고 있다.
이런 식으로 기득권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세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면 매년 최소 수십조원의 예산을 추가로 확보해 일반가계와 서민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쓸 수 있다. 대선이 열리는 올해 주요 대선주자들이 이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이 나라의 근본적인 세금혁명을 위해 깊이 있는 토론을 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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