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비친 연구소

국내외 경제이슈를 분석하고 가계의 경제적 판단을 도와드립니다.

[경향신문] 포퓰리즘 감세 안녕…여야, 증세논의 시대로?

#세금/예산#정부정책 2016-08-08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8월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8월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정치권에서 증세는 회피하고 싶은 주제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는 더욱 그렇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 유력 후보였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내세웠던 핵심 어젠다는 ‘감세’. 이 후보는 법인세율, 종부세율 인하 등 각종 감세정책 공약을 내놓았다. 대기업 법인세율을 25%에서 20%로 내렸고, 1세대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양도세도 깎았다. 이 후보는 총 12조6000억원의 세금이 감면될 것이라고 말했다. 감세정책으로 줄어든 국가재정은 정부의 재정지출을 구조조정해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선 이후 이명박 정부의 대규모 감세정책은 국가재정의 만성 세수부족으로 이어졌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고) 공약으로 감세정책을 내세웠던 박근혜 후보는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와 ‘복지’로 입장을 선회했다. 그러나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증세’는 없었다. 박근혜 후보는 ‘지하경제 양성화’로 복지에 필요한 재원을 충당하겠다며 ‘증세 없는 복지’를 주장했다.

그러나 오는 19대 대선에서는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19대 대선에서 ‘증세’는 핵심 어젠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격차 해소는 시대적 과제가 됐다. 이 격차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증세’는 정치권에서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주제다.

8월 2일 더불어민주당은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세법개정의 핵심 골자는 ‘부자 증세’. 법인세율 인상과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다. 200억원 이상이 최고세율로 잡혀 있던 현행 법인세 소득구간에 5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이 구간의 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올렸다. 소득세는 ‘5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현행 38%인 세율을 41%로 올리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재위 간사인 박광온 더민주 의원은 “법인세와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 과표구간 신설을 ‘사회통합세’라고 지칭하려고 한다”며 “양극화를 해소해야 중산층이 두터워지고, 이를 토대로 사회 통합과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회 통합은 낙수경제와 같은 성장 만능주의로는 해결할 수 없으므로 조세제도가 양극화를 해소하고 건강한 경제를 만드는 방향으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대선을 1년 5개월 앞두고 ‘증세 없는 복지’를 주장해온 정부·여당을 향한 선제공격이기도 하다. 김진영 민주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의 말이다. “대선을 앞두고 증세를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법인세율을 낮춰도 기업의 활성화와 낙수효과는 발생하지 않았다. 내년 대선에서도 여러 가지 정책들이 쏟아져나올 것이고, 재원 마련에 대한 이야기도 나올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것이 비현실적이고 불가능하다는 것은 명백하다. 새누리당도 여기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하는데, 그간 더민주에서 증세를 계속해서 이야기한 만큼 이 어젠다를 선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누리당도 대선에서 증세가 비켜갈 수 없는 주제라는 것에 동의한다. 새누리당 전략 담당자의 말이다. “증세 없이 정책을 한다는 것은 현 정부의 입장이고, 이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여당 내에서도 많이 있다. 법인세에 대해 기존 새누리당의 입장은 세계적으로 각국 정부가 법인세를 줄여가는 추세이며, 법인세 인상은 경제활성화를 저해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으로는 ‘그래서 법인세를 감면해줬는데 투자와 고용이 늘었느냐’는 야당의 질문에 답을 못하는 건 사실이다. 야당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더민주에서 선제적으로 제시한 ‘증세’ 어젠다는 인화력이 강했다. ‘부자 증세’를 넘어 보편 증세로까지 논의가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세법개정안에 대해 “표가 되는 것뿐만 아니라 표가 안 되는 일, 즉 일반 국민들도 조금씩 (세금) 부담을 늘려가는 문제에 대해서도 책임 있게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근로소득세 면세자가 현재 48%인 것과 관련해 “점진적으로 조금씩 줄여가도록 해야 된다”고 말했다. 부자 증세와 함께 일반 국민의 증세 또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찬반 입장이 갈린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은 그보다는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가 우선순위여야 한다고 말했다. “자본소득의 비중이 커지면서 그 부분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 빈부격차가 일어나는 것은 그 부분이다. 자산부문 쪽의 세제를 강화해야 하고, 그게 조세개혁의 핵심인데, 이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

그렇다면 증세에 대한 유권자들의 여론은 어떨까. 양극화 해소가 시대적 과제라고 해도 그에 대한 방안으로 증세를 주장해 선거에서 이긴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1992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부시 정부의 감세정책에 맞서 부자 증세를 주장하며 상위 30%에게만 증세를 하는 정책을 구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구상은 대선 공약으로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상당수의 유권자들이 자신도 상위 30%에 들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05년 참여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했고, 열린우리당은 2005년 재·보궐선거와 2006년 지방선거, 그리고 2007년 대선에서 모두 패배했다. 증세에 대한 유권자들의 저항이 생각보다 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한울 고려대 평화민주주의연구소 교수는 현재 한국 사회의 상황에서 증세에 대한 단기적인 반발은 있을 수 있지만, 증세가 여론에 반드시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법인세 같은 경우 FGI 등을 통해 유권자 심층면접을 하다보면 법인세 감면이 낙수효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이 대부분이다. 유권자들은 담뱃값을 올리고 의료보험료가 올라 서민들의 세금만 늘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높았다.” 또한 몇 차례 선거를 치르면서 유권자들에게 합리적인 재원 마련 방안을 설득력 있게 제시할 필요가 높아졌다고 정 교수는 분석했다. “지금까지 복지 논쟁을 보면 복지 확대만 이야기하고 재원 마련 방안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유권자들이 여기에 대한 비판의식이 있다. 단기적으로 증세를 주장하는 게 당장의 지지도를 떨어뜨릴 수는 있지만, 증세에 대해 유권자들에게 합리적으로 설득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증세의 목적, 증세의 불가피성, 조세형평성 등으로 유권자들을 설득할 수 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8061906011&code=940100#csidx70ed8b224c27346be696c3ae4deeba1

실물경제로 확산되는 코로나19여파, 현황과 전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