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조합원들이 2014년 9월 15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코레일 "안전운행 결의 및 경영정상화 촉구대회" 옆에서 퇴직금 산정방식 노사 합의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사진=뉴스1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열린 재정전략협의회에서 민자철도사업 활성화 방안을 보고했다. 10년간 신설될 36개 노선 중 14개 노선을 민간에 맡기려는 내용이다.
그런데 국토교통부 내 민자철도팀이 5월에야 생긴데다가 기획재정부가 관련 예산을 향후 5년까지만 추계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자사업 특성상 부족한 정부 재원을 민자로 충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초기비용은 적지만 나중에 들어갈 비용까지 고려하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장기 추계가 필요한 이유다. 이에 따라 졸속으로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국가 기간산업인 철도가 일부 투자기업의 배를 불리는데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재정수요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사업을 벌려도 되는거냐”며 “기재부가 모른다고 해서 직접 정보공개 청구를 해서 관련 자료를 받아 추계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선 소장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향후 20년 정도 민자철도사업에 투자할 비용을 추계하면 30조원이 나온다. (민자사업이)당장은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것 같지만 나중에는 비용이 더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기재부는 향후 5년까지 예산을 추계하기 때문에 20년 뒤 드는 비용까지는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국토교통부 관계자에 따르면 민자철도사업을 추진하는 민자철도팀은 지난 5월에야 꾸려졌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민자사업이 졸속으로 추진될 경우 민간의 창의성을 제고할 수 없다고 말한다. 민자사업은 민간투자자의 경쟁을 도입해 비용을 낮추고 효율을 높이려는 취지다. 당장 돈이 없다고 추진하는 사업이 아니다.
선대인 소장은 “한국은 민자사업에서 민간이 창의성을 발휘할 여건이 안 된다. 대부분 입찰에 뛰어드는 기업이 하나 뿐이기 때문”이라면서 “호주는 도로 건설시 평균 경쟁률이 1차 입찰에서 5:1, 2차 입찰에서 4:1에 달함으로써 민간의 창의성을 최대한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한 번 민간에 개방된 사업은 역진금지조항에 의해 이미 개방된 것 이하로 다시 되돌릴 수 없게 돼 있다. 되돌리려 할 경우 국제재판에 제소 대상이 된다. 영국도 이것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이익은 재벌이 가져가고 손실은 국민이 책임지는 암울한 구조가 형성된다“고 했다.
또한, “프랑스같은 경우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최소 15년까지 계획을 갖고 있다. 도시개발사업은 향후 20년 등 미래계획을 갖고 추진하지 않으면 유령도시화하고 투자자들이 크게 손실을 입을 수 있다”며 “한국은 어떻게 자금을 충당할지에 갇혀있다. 단지 통원족들에게 얼만큼 수익을 낼 것인지, 민자사업자들에게 어떻게 이익 확보해줄지만 골몰해 있어 난개발할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도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정 의원은 “정부가 민자 SOC 건설 비용의 20%를 대주고, 정부 보증으로 산업은행 등이 시행사에 대출을 해주도록 알선해준다. 반면, 민간 사업자는 자기 돈 20% 정도만 투자하면 20∼30년 동안 운영권을 보장받고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춘천 민간투자고속도로 건설 과정에서도 정부와 높은 가격으로 공사비를 약정한 민간투자자들이 하청업체의 공사 단가를 깎아 양쪽으로 수익을 남겼다. 민자라고 하지만 투자비는 15%에 그치고 정부 예산 공사에서 폭리를 취하는 구조까지 문제가 한 두 개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쟁이 부족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며 “고민도 많이 하고 있다. 민간사업자들은 어드밴티지를 더 달라고 하는데 최대한 못하게 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민자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현재 누적으로 쌓여있는 시설 건설 비용이 240조원 정도”라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민자사업”이라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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