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인경제연구소
<선대인의 빅픽처>를 쓴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선대인 소장은 저성장, 저금리 시대의 생존기술은 ‘큰 그림(빅픽처)’ 읽기에 있다며, 경제의 큰 흐름을 읽을 수 있다면 내리막 세상에서도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빅픽처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열 가지 기회를 알려주는 힌트이기도 하다. 바이오·헬스케어(B), 금리(I), 녹색산업(G), 석유(P), 인도(I), 중국(C), 기술기업(T), 미국(U), 리스크(R), 환율(E)이 바로 그것. 마치 퍼즐조각처럼 서로 얽히고설켜 있는 열 가지 기회요인이 서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점검해보면 큰 그림을 보는 것이 왜 중요한지 더욱 분명해진다.
선대인 소장은 여러 투자방법 가운데 주식투자가 가장 편하다며, 직접 투자실험을 통해 수익률을 올린 경험을 바탕으로 주식투자에 접근하는 법을 설명한다. 그러나 모든 투자에 선행되어야 할 것은 자신의 인생목표를 세우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자신의 인생계획과 재무상황에 따라 투자를 해야 실패하지 않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건전한 투자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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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투자와 관련한 질문을 많이 받을 텐데 이제야 책을 쓰시게 된 이유가 있나요?
전에는 경제의 큰 흐름 보여주고 각자 판단하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재테크 전문가도 아니고요. 기본적으로 공공정책 관점에서 개인적인 자구책보다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경제구조를 만드는 게 주된 관심이었어요.
그런데 대중들과 많이 만나면서 그분들을 외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분들이 돈 욕심이 있어서 투자에 관심 있는 게 아닌 거예요. 오히려 돈이 많지 않으니까 불안한 거죠. 일자리가 부족하고 소득은 흔들리고 복지는 빈약한 나라에서 노후에 대한 걱정이 있는 거죠. 외부에 신뢰할 만한 정보는 없고, 그나마 저는 속이는 것 같지 않으니까 고민을 많이 털어놓으시더라고요. 그런 고민을 외면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에서 3년 반 정도 책을 준비했죠.
- 부동산 전문가로 알려져 있는데 주식과 관련한 책을 쓰셨어요. 이유가 궁금합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첫 번째는 주식은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도 좋은 종목을 고르면 장기적으로 수익이 있어요. 부동산도 좋은 요지를 잘 고르면 수익이 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물가상승률보다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요. 짧은 기간에 지금 부동산 시장은 뜨고 주식시장은 가라앉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나라 경제가 망하지 않는 한 주식시장은 대체로 우상향 했거든요. 그런 걸 생각하면 긴 흐름에서 수익을 내지 못할 곳에 투자를 왜 하느냐는 것이죠.
두 번째로 주택문제를 공공정책 관점에서 봤어요. 사람들이 시장 흐름을 못 보고 선동적인 정보에 휩쓸리다 보니까 제가 그걸 경고하는 메시지를 많이 드렸는데요. 주택을 투자대상으로 보지 말라고 하는 이유는요, 주식에 투자하면 대체로 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남한테 피해를 입히지는 않아요. 내가 주식을 샀다고 해서 주식시장에 참여한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주진 않거든요. 오히려 자본이 필요한 건실한 기업에 도움을 주고 성장기회를 주는 거죠. 그런 기업들이 성장해서 소득과 일자리를 만들어내면 경제구조의 선순환을 만드는 거예요.
주택 투자는 투자와 투기를 완전히 구분하긴 어렵지만, 투자라고 하더라도 간접적으로 피해를 줘요. 전세 끼고 두세 채씩 사기도 하잖아요. 그럼 집을 사지 않은 사람도 피해를 봐요. 전세가격 올라가고 전세난이 생기잖아요. 집값이 오르면 주거비 수준이 올라가니까 다른 가계지출도 줄어들어요. 부동산에 돈이 묶여서 경제가 위축되기도 하죠. 필요하면 집을 살 수도 있죠. 그런데 필요하지도 않은데 주택으로 투자 차익을 남기겠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주식투자는 엉터리 정보들이 난무해서 그렇지, 올바른 투자 철학과 방법론으로 접근하면 장기적 관점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고, 기업에도 도움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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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시장에는 엉터리 정보가 많다고 하셨는데 개인 투자자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어디서 어떻게 얻을 수 있나요?
그래서 이 책을 쓴 거예요. 이 책은 투자론보다 투자에 대한 바람직한 접근방법과 자세를 알려드리는 거예요. 이것만 이해해도 손실 볼 확률은 대폭 줄일 수 있죠. 돈을 잃는 이유는 어디에 리스크가 있는지 몰라서 그래요. 경제의 큰 흐름을 알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아무데나 막 투자해요. 투자 방법도 모르면서 감으로, 또는 친구 권유로 큰돈을 투자하는 사람도 많아요. 또 신문을 읽고 ‘돈 된다더라’ 그러면 투자하거든요. 낭패 보기 십상이죠.
서점에서 판매하는 주식투자 입문에 관련된 서적의 80%가 기술 분석에 관한 책이에요. 그건 거의 점성술에 가깝다고 생각하고요. 서적에서 말하는 대로 투자 실험해보니까, 이렇게 해서는 수익을 올릴 자신이 없더라고요. 기본적으로 건전한 투자는 아까 말한 것처럼 좋은 기업의 동업자 같은 느낌이에요. 그렇게 생산적인 활동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기술적 분석은 기업의 가치와는 상관없이 단기적인 주가 흐름으로 투자하는 건데, 그럼 투기가 되기 쉬워요.
주가라는 것은 기업의 현재 수익성과 미래 성장성의 결합이거든요. 수익성이 어느 정도 있고, 그게 유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으면 좋은 주식이죠. 그런 주식은 큰 경제 흐름과도 부합하는 주식이에요. 이를 테면 중국이 한동안은 빠른 속도로 성장할 나라이고, 중국이라는 강대국에 필요한 소비재 같은 것은 주목할 만하죠. 큰 흐름을 이해하고 있으면 그런 게 보여요.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 주는 앞으로 경제규모가 커질 영역이거든요. 녹색산업도 마찬가지고요. 미래의 흐름은 이른바 대세인거죠, 그 흐름은 금방 죽지 않아요. 그 흐름을 타고 승승장구할 수 있는 기업들을 찾으면 좋은 기회를 발견할 수 있죠.
- 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꼭 먼저 해야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들려주세요.
가장 소중한 투자는 자기에 대한 투자고요. 자기 업(業)에 대한 투자죠. 직장을 벗어나더라도 평생 할 수 있는 업에 투자하고, 또 그 업을 지속할 수 있는 자기만의 고유한 콘텐츠를 갖는 게 먼저죠. 그게 기본이고요, 부채 다이어트도 해야 하고, 씀씀이가 크다면 낭비성 소비도 줄여야 해요. 사교육비 지출을 늘리거나 빚내서 무리하게 집 사는 것도 지양해야죠. 그 외에 추가소득이 필요하겠다 싶으면 결국 투자밖에 없거든요. 전체 사회경제 구조가 좋아지고 좋은 정책이 누적되면 편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구조에 기여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하지만, 구조가 금방 좋아지는 건 아니니까 그것만 기대할 수 없는 거죠.
다만 투자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것, 그걸 분명하게 해야 해요. 투자도 삶을 윤택하게 살기 위해 필요한 물질 자원을 만들기 위한 것이지 그 반대는 아니거든요. 사람들이 투자를 할 때 어느 정도 소득을 올릴 것인지 제대로 생각해보는 경우가 없어요. 제가 여러 강좌를 할 때 자신의 투자성향을 확인해본 적 있냐고 물어보면, 대답하는 사람이 열 명에 한 명도 안 돼요. 기본적으로 자기 인생 목적에 필요한 만큼 소득을 가늠해봐야 되고 그에 맞춰 투자규모도 정해야 해요. 사람들이 막연하게 돈이 넉넉하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돈이 왜 필요한지 어느 정도 필요한지 먼저 생각해야 해요. 실제로 계획표까지 세워봐야 합니다.
추가소득을 위해 투자를 할 때는 ‘지피지기’ 해야 한다는 거죠. 지피(知彼), 그러니까 경제흐름을 이해한 뒤에 투자수단, 기회를 극대화할 수 있는 효율적인 상품을 알아야 하고요, 지기(知己)는 자신의 투자성향과 재무상황을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건전한 투자를 할 수 있어요. 돈 벌겠다는 마음만 조급해지면 한탕주의로 흐르기 쉽고, 그러면 판단을 그르치죠. 보통은 큰 수익은 큰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대박을 노리다 오히려 쪽박 차는 경우도 많죠. 그래서 조급해 하면 안 되고, 지기해야 한다는 거죠.
또 사람들이 돈을 엉뚱한데 써요. 특히 사교육비가 그렇거든요. 여윳돈 없다고 하는 집도 사교육비는 쓰거든요. 차라리 주식투자를 하는 게 나아요. 건전한 주식투자는 10~20년 지나면 복리로 늘어나니까 큰 수익을 줍니다. 부모들은 사교육을 투자라고 생각하면서 자녀가 잘 되길 바라는데, 지금 상황에서 좋은 대학 나왔다고 일자리 잘 얻고 돈 잘 버나요? 또 그렇다고 하더라도 투자비용 돌려달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부양의무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자녀에게 의지한다는 게 좋은 투자는 아니에요. 아이한테도 좋은 것 같지 않고요. 그 돈으로 건전한 투자를 하면 노후는 달라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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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투자할 자산이 없거나 투자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있어요. 어떻게 노후를 대비할 수 있나요?
사람들이 사는 방식도, 인생목표도 다양하잖아요. 행복을 느끼는 지점도 다 다르고요. 투자가 필요 없는 사람도 있어요. 돈 조금 벌어도 조금 쓰면서 충분히 만족을 느낄 수 있거든요. 그런 삶도 존중해요. 그렇게 자의적으로 삶을 선택하는 건 좋아요. 그런데 경제적으로 윤택하기를 바라는데 어쩔 수 없이 소득이 적은 경우에는 생각을 달리 할 필요가 있어요. 물론 저소득층이나 빈곤층은 기본적으로 부채부담을 줄여야 하고, 또 최소한의 생활비용도 없는 경우에는 자구 노력으로도 힘들죠. 그건 복지를 강화하고 공공정책 개선을 통해서 접근해야 하는 영역이고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투자하고 노후를 대비하는지가 문제잖아요. 그런데 돈이 없다고 하면서도 커피는 비싼 것 마시고, 브랜드 옷을 입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는데, 그런 돈을 조금만 아껴도 주식을 살 수 있거든요. 그런 돈을 아껴서 한 달에 5만 원어치도 살 수 있어요. 한 주를 사면 어때요, 그래도 주주잖아요. 그렇게 하는 분과 그렇게 하지 않는 분은 처음에는 차이가 안 나지만, 그렇게 축적해가면 나중에는 최소 몇 배 이상 차이가 나거든요. 물론 정서적 만족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삶도 좋지만, 그런 경우조차도 물질적으로 조금 더 여유 있을 때 행복도가 올라가거든요. 그런 면에서 적절한 소득이 있는 게 중요해요.
일만 열심히 해서 여유 있게 살 수 있으면 좋은데 그렇지 않으니까요. 고성장 시기에는 열심히 일하면 주택 청약해서 아파트 분양받고 그래서 먹고사는 데 불편하지 않았단 말이에요. 상대적으로 수명도 짧았고요.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과거처럼 소득은 빨리 늘지 않고, 일자리도 불안하고, 그런데 노후는 길어졌고. 그러니까 삶의 방식에 전환이 와야 하죠.
많은 분들한테 얘기하고 싶은 게, 이걸 일시적인 경제 후퇴기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이미 장기 저성장 구조의 전반부에 들어갔다고 생각해야 되고요. 금방 경기가 회복되거나 그러기 쉽지 않아요. 제가 이 상황을 비유할 때 아스팔트 포장길이 아니라 울퉁불퉁한 산길에서 자전거를 타야 한다고 말하거든요. 평탄한 아스팔트 길에서 자전거 타는 방법으로 산길에서 타려면 위험하죠. 산길에서 탈 때는 그에 걸맞은 새로운 방법을 익혀야죠.
- 마지막으로 미국 금리 인상 이후의 한국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저를 비관론자라고 말하는 분들이 꽤 있는데 비관론자와 현실을 설명하는 현실론자를 구분해주셔야 돼요. 어떤 상황에 대해서 비관적으로 해석하는 게 아니고, 있는 그대로 현실을 설명하고 전망했는데 그게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거죠. 한국 경제가 계속 저성장 구조가 될 거라고 얘기했고, 부동산은 잠깐 부양할 수 있지만 길게 보면 지속적으로 상승하기 힘드니까 부동산에 목매지 말라고 얘기하는 거예요. 일시적인 흐름에 빚내서 집을 사면 오히려 나중에 손해가 될 수도 있다는 거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한국은 굉장히 어려운 양상에 빠져 있습니다. 미국 금리 인상은 하나의 계기일 뿐이에요. 이미 우리는 미국 금리 인상을 예견할 수 있었고, 그에 따라 세계경계가 어떻게 재편될지도 예상할 수 있었어요. 2008년 이후 미국이 양적완화 해서 돈이 풀렸어요. 주식, 주택시장 띄웠고 생산경제도 좋아졌어요. 경기회복 돼서 이제 이걸 회수하려고 해요. 그런데 세계적으로 디커플링(decoupling : 비동조화) 현상이 있어요. 유럽 경기 회복세는 아직 미약하고, 일본은 아베노믹스라는 양적완화를 해서 잠깐 좋아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다시 회복이 둔화되고 있거든요. 중국은 10% 고성장에서 6~7% 중성장 시대로 들어갔어요.
이런 상황은 우리한테 위기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요. 국내에 부채가 산더미예요. 주택담보대출, 자영업대출 폭증해 있죠. 기업부채도 계속 늘어나 있는 상태거든요. 금리가 낮을 때 근근이 버텼지만 금리가 오르면 상당한 충격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한국 경제는 거듭 잘못된 정부 정책과 제도로 골병이 들어 있는 상태예요. 재벌독식 구조로 신흥산업은 충분히 성장하지 않았고요. 여기서 금리가 올라가면 충격이 있죠. 그 사이에 부채 다이어트라도 해야 했는데, 오히려 부채를 늘렸단 말이에요. 금리가 오를 거란 건 이미 2~3년 전에 예고돼 있던 거예요. 그런데 지난해 빚내서 집 사라고 주택담보대출 다 풀었어요. 정신 나간 짓을 한 거죠.
미국 금리 인상하면 여파가 있겠죠. 우리도 금리를 따라 올릴 가능성이 높아요. 외국 투자자본이 빠져나가면 충격이 있으니까 그걸 줄이기 위해서 금리를 올리겠죠. 또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수출도 어려워지고, 한편으로 중국이 우리와 경합을 벌이고 있어요. 이미 우리의 주력산업은 가라앉고 있는 상태예요. 일시적인 후퇴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가라앉고 있단 말이에요. 유럽이나 일본은 양적완화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대외적 수출 경쟁력에도 도움이 안 되고 수출시장도 경기 위축돼 있기 때문에 불리한 상황이죠. 이런 흐름에서 2016년 한국 경제는 우려되는 부분이 많고요.
그래서 투자를 하지 않는 분이 섣불리 투자할 생각은 하지 말고, 다만 투자에 생각이 있다면 건전한 투자방법을 알고 자세를 갖추는 게 필요해요. 그러는 데도 상당 기간이 필요하거든요. 지금 경제상황이 혼란스럽고 불안하게 느껴질 때는 그런 걸 준비하는 시기로 삼고, 금리 인상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고 그때 투자 철학과 방법론을 가지고 접근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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