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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선대인의 눈/ 무엇을 할 것인가

#정부정책#산업/기업 2016-03-31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AlphaGo)’의 바둑 대결이 막을 내렸다. 이번 대국에서 알파고가 이세돌에게 승리를 거둔 것은 사회적으로도 적지않은 파장을 낳았다. 특히 인공지능(AI)의 발달이 사람들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졌다. 심지어 이번 대국을 통해 사람들이 인공지능의 막강한 능력을 체감하면서 인공지능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AI포비아’ 현상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는 이번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계기로 기업들과 함께 ‘지능정보기술 연구소’를 설립해 인공지능 기술을 발전시키기로 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대응은 완전히 잘못된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2019년까지 구글을 뛰어넘는 세계 1위 지식 데이터를 축적하겠다는 목표부터가 현실성이 없다. 심지어 구글이 어떤 방식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지도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무턱대고 이 같은 목표를 제시한 것은 인공지능 기술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ICT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아이디어가 실질적인 기업가치로 연결될 수 있는 유연한 산업구조가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수년 전부터 글로벌 ICT기업들이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었더라면, 정부는 이미 인공지능 관련 기업을 지원하고 인력양성 대책을 시행하고 있어야 한다. 지금과 같이 인공지능에 관한 관심이 커지자 서둘러 연구소를 차리고 비현실적인 목표를 제시하는 것은 예산낭비만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더 중요하게 대응해야 할 문제는 따로 있다. 다름 아닌 교육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국내 취업시장은 큰 변화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기술 발전에 따른 새로운 직업도 생겨나겠지만, 이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내 운수업은 여전히 상당한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만약 무인자동차가 도입되면 화물운송업과 택시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이는 단순한 가정이 아니다. 무인자동차 기술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와 있고, 미국의 경우 각종 연구보고서에서 장거리 화물운송에 무인자동차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인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음주를 비롯한 사고의 위험이 줄어들고 휴식시간도 필요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가 발생했을 때 가장 큰 문제는 현재 사람들이 가진 지식과 기술이 새로운 산업환경에서 쓸모가 없어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부는 사람들이 이 같은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직업교육 커리큘럼과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학교교육 역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한국의 교육은 학생들에게 창의적이고 독창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기보다는 엄청난 액수의 사교육을 통해 지식을 주입함으로써 서열화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익힌 지식과 학습방법은 향후 직업을 선택하는 데 별반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아이들이 성장해 있을 시점에는 지금보다 인공지능이 훨씬 더 발전해 있을 것이고, 이에 따라 고용시장도 크게 변해 있을 것이다. ‘시험 잘 보는 기계’로 길러진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인공지능과 공존하거나 경쟁해야 할 상황이 되면 크게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본다면 현재 정부와 정치권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따른 충격에 대비해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이와 관련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이다.

< 선대인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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